지난 4월 한 달간 국내 증시에서 바이오 종목을 산 투자자에게는 쓰디쓴 달이었다. 수익률이 최하위를 기록하며 시장에서 철저히 소외됐기 때문이다. 전문가들은 “상승 동력이 없는 가운데, 바이오 종목이 너무 비싼 탓”이라고 분석했다.

3일 금융투자업계와 한국거래소 등에 따르면 최근 1개월간 유가증권시장과 코스닥시장에서 바이오 종목이 수익률 하위권을 장식했다. 유가증권시장과 코스닥시장에 상장된 국내대표 우량기업 300종목인 KRX300 기준으로 최근 1개월간 신풍제약이 마이너스(-)23.72% 수익률을 기록하면서 최저 수익률을 나타냈다. 다음으로 셀트리온헬스케어 -18.16%, 크리스탈지노믹스 -18.08%, 셀트리온 -17.77%, 에이치엘비 -17.25% 순이었다.

그래픽=박길우

지난 2~3월 소폭 조정기를 거쳐, 지난 4월부터 코스피지수가 다시 오르며 종가 기준으로 3200을 넘고 코스닥지수도 ‘천스닥’을 기록했지만 바이오 종목 투자자들은 웃지 못한 셈이다.

연초 대비 수익률을 기준으로도 바이오 종목이 다른 종목보다 하락 폭이 컸다. 연초 대비로는 수익률 하위 20위 중 에이스테크와 알서포트를 제외하고는 모두 바이오 기업이 차지했다. 특히 지트리비앤티 -54.62%, 셀트리온제약 -44.26%, 오스코텍 -43.83%, 신풍제약 -43.71%, 일양약품 -41.78%를 기록했다.

이를 두고 증권가에서는 “지금 살 이유가 없었던 것”이라고 분석했다. 선민정 하나금융투자 연구원은 지난 2월 “타 섹터 기업들의 호재가 연이어 발생했다”면서 “반도체·자율주행·전기차·2차전지 등 대형주들에 대한 실적 개선과 모멘텀(상승 동력) 확보 기대감이 반영되면서 상대적으로 제약·바이오 기업은 투자자들이 외면했다”고 말했다. 그는 이어 “시장을 이끌어 갈 수 있는 제약·바이오 섹터 내 대형주인 삼성바이오로직스와 셀트리온의 성장 모멘텀 부재도 영향을 줬다”고 설명했다.

업계에서는 3~4월 지나면서 바이오 업종에서 볕이 뜰 거라고 예상했지만 상승 동력은 여전히 없었다. 이경민 대신증권 연구원은 바이오 업종의 밸류에이션(평가 가치) 부담과 함께 뚜렷한 실적 호재가 없다는 점이 시장에서 소외당한 이유라고 설명했다.

이 연구원은 “연초 대비로는 금리가 많이 오른 만큼 밸류에이션 부담이 컸던 바이오 업종이 많이 하락했다”라며 “대표적인 성장주로 분류돼 가격이 많이 올랐던 바이오 업종의 가격이 큰 폭으로 빠진 셈”이라고 말했다. 그는 이어 “같은 성장주라고 하더라도 IT(정보기술)나 반도체보다 가격이 비쌌던 바이오 업종의 타격이 컸다”고 말했다.

그는 “지난 4월 금리 상승이 많이 진정됐지만, 이번에는 지난해 대비 이익 모멘텀이 타 업종보다 크지도 않고 실적으로 증명되지도 않다 보니 투자자들이 바이오 업종이 아닌 다른 업종에 주목했다”고 말했다. 이 연구원은 “이 기간 투자자의 선택을 받은 건 에너지·철강·조선·건설·운송 등 경기순환주였다”고 설명했다.

공매도 재개 gif

바이오주 분위기는 이달에도 흐릴 것으로 예상된다. 이날 코스피200과 코스닥150 주가지수 구성 종목에 한해 공매도가 부분 재개된 가운데 바이오 종목들이 공매도 취약 업종으로 거론되고 있기 때문이다.

이날 유가증권시장에서 의약품 업종은 4.33% 하락하며 업종 중 가장 크게 내렸다. 코스닥시장에서도 대장주인 셀트리온헬스케어, 셀트리온제약은 5%대 하락했다. 이밖에 에코프로비엠, 에이치엘비, 알테오젠은 4%대, 제넥신, 씨젠 등이 일제히 내렸다.

금융투자업계 한 관계자는 “일반적으로 공매도 투자자들은 당장 성과가 나오지 않는 바이오 기업을 주 목표물로 많이 잡는다”며 “바이오 종목 투자 전 임상실험이나 실적 등을 꼼꼼하게 살펴봐야 한다'고 조언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