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로야구 KIA 타이거즈 새 외국인 타자 패트릭 위즈덤(34)이 전임자 소크라테스 브리토(33)의 그림자를 빠르게 지워내고 있다.

KIA는 지난해 통합 우승 주역 중 한 명인 외야수 소크라테스와 재계약을 포기했다. 보류선수명단에 넣었지만 메이저리그 통산 88홈런 거포 위즈덤을 신규 외국인 선수 상한액 100만 달러 영입에 성공한 뒤 소크라테스에 대한 보류권을 풀었다. 소크라테스가 특A급 외국인 타자는 아니었지만 과감하게 변화를 주는 게 쉬운 선택은 아니었다.

위즈덤이라 가능한 결정이었다. 2021~2023년 시카고 컵스에서 각각 28개, 25개, 23개로 메이저리그에서 3년 연속 20홈런을 때린 위즈덤의 장타력은 KIA 타선의 화력을 더해줄 것으로 기대를 모았다. 다만 메이저리그 통산 타율 2할9리(1311타수 274안타)로 정확성이 떨어졌고, 지난해 급격한 부진 속에 30대 중반이 된 나이 또한 불안 요소였다.

시범경기에서 7경기 타율 2할2푼2리(18타수 4안타) 1홈런 3타점 3볼넷 5삼진 출루율 .333 장타율 .444 OPS .777를 기록한 위즈덤은 22~23일 광주 NC전 개막 2연전을 5타수 무안타로 시작했다. 하지만 3번째 경기인 지난 25일 광주 키움전에서 4회 투런포로 첫 홈런을 신고한 뒤 28일 대전 한화전에도 7회 솔로포로 신구장 개장 1호 홈런의 주인공이 됐다.

감을 잡은 위즈덤의 대포는 29일 한화전에도 이어졌다. 1회 한화 선발 라이언 와이스의 2구째 몸쪽 높게 형성된 시속 153km 직구를 받아쳐 좌측 담장 훌쩍 넘겼다. 비거리 120m, 시즌 3호 홈런. 2경기 연속 홈런으로 장타 본능에 불이 붙었다.

이날까지 개막 7경기에서 위즈덤의 성적은 타율 2할5푼(20타수 4안타) 2홈런 6타점 9볼넷 5삼진 출루율 .467 장타율 .750 OPS 1.217. 타율은 낮지만 리그에서 가장 많은 볼넷을 얻어내며 출루율이 타율 대비 2할 이상이나 높다. 메이저리그 시절에도 위즈덤은 통산 타율(.209)에 비해 출루율(.291)이 8푼가량 높았다. 걸리면 넘어가는 파워만큼 선구안이 좋다.

개막 7경기 중 6경기에서 모두 볼넷을 골라내며 ‘눈야구’를 펼치고 있다. 28일 한화전에선 9회 이태양을 상대로 1B-2S 불리한 카운트에서 5~6구 커터와 포크볼을 참아낸 뒤 7구 승부 끝에 볼넷을 얻어냈다. 29일 한화전에도 4회 라이언 와이스의 바깥쪽 낮게 존을 아주 살짝 벗어난 스위퍼를 골라내며 1루로 걸어나가는 등 볼넷 2개를 기록했다.

보통 거포형 타자는 컨택형 타자에 비해 새로운 리그에 적응하는 기간이 더 필요하지만 선구안이라는 장점이 있는 위즈덤은 그 시간을 대폭 줄일 수 있다. 이범호 KIA 감독도 4~5번뿐만 아니라 2번 타순에도 전진 배치시키며 위즈덤의 장점을 활용 중이다.

이범호 KIA 감독은 “위즈덤이 점점 적응을 해가는 것 같다. 메이저리그에서 워낙 좋은 능력을 가졌던 선수이고, 경기를 계속 치르면서 한국에서도 자기 커리어를 보여주지 않을까 싶다”며 타순에 대해선 “그날 그날 컨디션을 보면서 조금씩 변화를 줄까 생각하고  있다. 앞에 갈 수도 있고, 중간에 갈 수도 있다”며 여러 가능성을 열어놓았다.

KIA는 개막 첫 주부터 MVP 3루수 김도영, 골든글러브 유격수 박찬호가 연이어 부상을 당하며 비상이 걸렸다. 불펜 난조까지 겹쳐 최근 4연패 속에 2승5패, 공동 8위로 처지며 출발이 좋지 않다. 하지만 위즈덤이 리그 적응 속도를 높이며 기대감을 높이고 있다. 이범호 감독은 “위즈덤이 적응을 다하는 시점에 부상 선수들이 돌아오면 그때부터는 우리 팀이 갖고 있는 능력치가 충분히 나올 것이다”고 자신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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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OSEN=대전, 이상학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