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해를 잊어야 한다. ‘안경에이스’라는 수식어가 다소 부끄러웠던 한 해를 보냈다. 프로야구 롯데 자이언츠 박세웅(30)은 김태형 감독과 구단 모두를 미소짓게 하는 부활의 피칭을 선보일 수 있을까.
김태형 롯데 감독은 올 시즌을 좌우할 키플레이어로 2명을 지목했다. 포수 출신 감독이기에 포수의 중요성을 강조하는데, 지난해 안방 때문에 골머리를 앓았기에 무릎 수술에서 돌아오는 유강남, 그리고 토종 에이스이자 3선발 역할을 맡아야 하는 박세웅을 두 손가락에 꼽았다.
김태형 감독은 “(박)세웅이가 상대 3선발 투수들과 맞붙어서 이기는 필승 3선발 카드가 되어야 한다. 3번째 선발 투수가 강한 팀이 성적이 난다. 세웅이 역할이 정말 중요하다”라고 힘주어 말했다.
김태형 감독은 지난해부터 선발진에서 박세웅의 역할이 중요하다는 것을 항상 강조해 왔다. 김태형 감독이 부임하기 전부터 토종 에이스, 안경 에이스의 수식어가 붙었던 토종 최고의 선발 투수였다. 그러나 박세웅은 지난해 30경기 173⅓이닝 6승 11패 평균자책점 4.78의 성적에 그쳤다.
5년 연속 규정이닝 소화, 4년 연속 150이닝 이상을 소화했다. 지난해는 개인 한 시즌 최다 이닝 시즌이었다. 토종 선발 투수로서 이 정도의 이닝 소화력을 과시한 선수는 없었다. 하지만 무언가 아쉬웠다. 상대를 압도할 만한 퍼포먼스를 보여줬는 지를 논하자면 그렇지 않았다는 게 중론이다. 김태형 감독의 생각도 그랬다. 실제로 지난해 박세웅은 최근 5년 동안 가장 나쁜 평균자책점을 기록했다. 한 뼘 더 성장해야 한다. 김태형 감독은 지난 시즌을 마무리 하면서 “선발 투수가 중간에 한 번도 안 쉬고 계속 던져주면 팀에 굉장히 큰 도움이 된다”라고 선발 투수의 공헌도를 인정하면서도 “이닝을 소화하는 것에 더해서 내년(2025년)에는 더 잘 던져줘야 한다. (박)세웅이가 외국인 선수 빼고는 그래도 에이스다. 정말 달라져야 한다. 투수들의 리더로서, 국내 에이스의 책임감으로 더 좋아져야 한다”고 재차 강조했다. 김태형 감독의 머릿속 키플레이어는 박세웅을 벗어난 적이 없었다.
지난해 경기들을 곱씹어보면, 토종 에이스를 맡고 있음에도 다소 답답한 내용을 보여주고 있을 때 김태형 감독은 덕아웃을 박차고 마운드로 나간 것도 박세웅이 에이스로서 책임감을 갖고 던져주기를 바라는 마음이었다.
올해 스프링캠프에서도 김태형 감독은 박세웅을 토종 에이스로 생각하고 상징적인 경기들에 나서고 있다. 2월 12~13일 열린 월드베이스볼클래식(WBC)에 나설 대만 대표팀과의 평가전 첫 경기 선발 투수로 내정됐다. 그리고 지난달 28일 지바 롯데 마린스와의 자매구단 교류전 첫 경기에 선발로 나섰다. 지난해 교류전에서 사사키 로키(LA 다저스)와 맞붙은 데 이어 올해도 한국 롯데 자이언츠를 대표하는 선발 투수로 나섰다.
상징성과 별개로 내용과 결과도 챙겨야 하는 경기. 박세웅은 1회 제구와 컨디션을 찾는데 애를 먹었다. 선두타자 니시카와 미쇼에게 리드오프 솔로포를 얻어 맞으며 불안하게 출발했다. 이후 다카베 아키토에게 좌전안타까지 맞았다. 야마구치 고키를 우익수 뜬공 처리한 뒤 견제로 1루 주자 다카베를 견제로 아웃시켰다. 2사 후 네프탈리 소토에게 볼넷, 우에다 규토에게 우전안타를 맞아 2사 1,2루 위기에 몰렸다. 그러나 나카무라 쇼고를 삼진으로 솎아내며 1회를 겨우 마쳤다.
그러나 2회부터 야스다 히사노리를 1루수 땅볼, 마츠카와 고를 투수 땅볼, 도모스기 아츠키를 3루수 땅볼로 솎아내 삼자범퇴로 마무리 지었다. 3회에는 앞서 리드오프 홈런을 맞았던 니시카와를 유격수 땅볼로 돌려세웠다. 이후 다카베와 야마구치를 연속 삼진으로 처리하며 3이닝을 마무리 지었다.이날 박세웅은 3이닝 3피안타(1피홈런) 1볼넷 3탈삼진 1실점을 기록했다. 47개의 공을 던졌고 최고 148km의 패스트볼을 뿌렸다. 패스트볼 17개, 슬라이더 18개, 커브 7개, 포크볼 5개를 섞어서 던졌다.
개막을 앞두고 빠르게 페이스를 끌어올린 뒤 조절을 하는 유형인 박세웅이다. 박세웅의 방식대로 올해 역시 벌써 148km까지 뿌리면서 몸 상태를 만들었다. 시즌 후 결과는 이제 좀 더 달라야 한다. 팀 승리도 더 많이 이끌어야 하고 점수도 적게 주면서 압도하는 피칭을 펼쳐야 한다. 이제는 토종 에이스, 안경 에이스가 부끄럽지 않은 성적을 내줘야 한다. 김태형 감독이 원하는 ‘필승 3선발’로 도약한다면, 모두가 웃을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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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OSEN=조형래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