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롯데가 두산보다 위에 있었으면 좋겠다”라고 말한 정철원(롯데 자이언츠)의 진심은 무엇일까.
프로야구 롯데 자이언츠 이적생 정철원은 지난 23일 일본 미야자키현 니치난시 난고스타디움에서 펼쳐진 일본프로야구 세이부 라이온스와의 2차 스프링캠프 첫 연습경기에서 취재진과 만나 “1차 캠프를 잘 마쳤다. 굉장히 만족하고 좋은 결과가 나오지 않을까 싶다”라는 좋은 예감을 전했다.
두산맨이었던 정철원은 작년 11월 내야수 전민재와 함께 롯데로 트레이드 이적했다. 롯데가 먼저 두산에 정철원을 콕 집으면서 트레이드 논의가 시작됐고, 카드를 맞추는 과정에서 외야에 젊은 피 수혈이 필요한 두산이 외야수 김민석 추재현을 선택했다. 롯데는 정철원 전민재를 영입하는 반대급부로 두산에 김민석 추재현 최우인을 내줬다.
정철원은 “트레이드 전과 마음가짐은 비슷하다. 롯데에 왔으니 롯데가 잘했으면 좋겠고, 두산에 있을 때는 두산이 잘했으면 하는 마음이었다. 마음가짐, 시즌 준비 모두 비슷하다”라며 “작년과 다른 게 있다면 몸 상태가 100점이다. 가장 좋다. 작년에 공을 안 던져서 그런지 메디컬 상태도 다 괜찮다고 한다. 롯데 트레이닝 코치님이 두산에서 함께 한 분인데 내 스타일을 잘 알고 계셔서 관리를 잘해주신다”라고 롯데 생활에 만족감을 드러냈다.
다시 김태형 감독 아래서 야구를 하게 된 소감을 묻자 “대만에서 1~2경기를 해봤는데 감독님이 여전히 경기 운영을 참 잘한다는 걸 느꼈다. 내가 몸을 최대한 잘 만들어서 경기를 나갈 수 있도록 준비를 하는 게 가장 중요할 거 같다”라고 답했다.
안산공고 출신의 정철원은 2018년 두산 2차 2라운드 20순위로 입단해 현역 입대를 거쳐 5년차에 마침내 이름 석 자를 알렸다. 2022년 5월 6일 혜성처럼 1군 무대에 등장해 빠른 적응과 함께 베어스 셋업맨 한 자리를 꿰찬 것. 어떤 상황에서도 시속 150km가 넘는 돌직구를 가운데에 과감히 뿌리며 김태형 당시 두산 감독의 신뢰를 얻었고, 이는 데뷔 시즌 최다 홀드(23홀드)라는 대기록으로 이어졌다.
정철원은 이에 힘입어 생애 단 한 번밖에 받을 수 없는 신인왕을 차지했다. 생애 처음으로 태극마크를 달고 2023 WBC(월드베이스볼클래식)에도 다녀왔다.
정철원은 이승엽 감독 부임 첫해였던 2023년 67경기 7승 6패 13세이브 11홀드 평균자책점 3.96에 이어 지난해 36경기 2승 1패 6세이브 1홀드 평균자책점 6.40의 부진을 겪었다. 2022년의 구위를 되찾는 데 어려움을 겪으면서 전력 외 선수가 됐고, 트레이드를 통해 팀을 옮기게 됐다.
정철원은 “두산에서 너무 많은 경기를 쉬지 않고 달려왔다. 지난해의 경우 2년 연속 풀타임 여파로 조금 준비를 천천히 하면서 팔을 관리했는데 오히려 그게 부진으로 이어진 거 같다”라고 되돌아보며 “롯데에서 다시 2022년으로 돌아간다는 생각으로 캠프 때부터 열심히 페이스를 끌어올리고 있다. 다시 신인이 됐다는 생각을 하고 있다”라고 말했다.
밝고 활기찬 성격의 보유자답게 롯데 적응은 이미 마쳤다. 정철원은 “내가 우리 집에서 장남이고 동생이 2명 있다. 동생들과 자주 밥을 먹고 카페에 가는데 두산에 있을 때도 동생들을 많이 챙겼다. 또 롯데 와서는 동생들이 새 팀 적응에 많은 도움을 줬다”라며 “일본에서 룸메이트가 신인 박세현이다. 날 굉장히 잘 따른다. 같이 서울에서 와서 그런지 친근감이 있다. 이병준 이민석과도 대만에서 같은 게임을 하면서 친해졌다”라고 전했다.
롯데에서의 목표는 두 가지다. 첫 목표를 묻자 “과거 내가 좋은 모습을 보여준 시즌이 있었다. 대표팀에 나가서 국제대회에서도 좋은 성적을 냈었다”라며 “개인적으로 다시 공을 잘 던져서 국제대회에서 명예를 회복하고 싶은 욕심이 있다”라고 답했다.
두 번째 목표는 친정을 향한 선전 포고처럼 들렸다. 정철원은 “두산을 만나면 무조건 무실점 투구다”라고 웃으며 “롯데가 두산보다 위에 있었으면 좋겠다. 다만 두산이 못했으면 좋겠다는 말은 아니다. 두산은 늘 가을야구에 진출하는 팀이다. 목표를 두산보다 잘하는 걸로 잡으면 롯데도 두산도 가을야구에 갈 수 있다. 롯데 두산 모두 잘 됐으면 좋겠다. 다만 순위는 롯데가 두산보다 위에 있어야 한다”라고 말하며 해맑은 미소를 지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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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OSEN=미야자키(일본), 이후광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