진작 이랬더라면 어땠을까. 음주운전 전력이 있는 야구인을 2군 감독으로 선임해 한 달 가까이 화를 키웠던 SSG 랜더스가 ‘프랜차이즈 스타’ 박정권에게 손을 내밀었다.
프로야구 SSG 랜더스는 지난 27일 “박정권 前 해설위원을 퓨처스 감독으로 선임했다”라고 공식 발표했다.
SSG는 “신임 박 감독이 리더 역량을 갖추면서도 구단과 꾸준히 소통을 해온 점, 그리고 팀의 육성 상황을 잘 알고 있는 부분에 주목했다. 2018년부터 2023년까지 6년간 퓨처스에서의 선수와 타격코치로서 구단의 육성 환경 및 시스템을 잘 이해하고 있으며, 특히 팀의 퓨처스 선수들에 대한 장단점을 잘 파악하고 있는 부분을 강점으로 꼽았다”라고 선임 배경을 설명했다.
이어 “박 감독이 팬들의 사랑을 많이 받았던 대표적인 원클럽맨이자 스타플레이어 출신으로 선수시절 기본기와 근성의 플레이를 보여줬고, 팀 주장 및 퓨처스 코치를 맡았을 때도 리더로서 프로의식을 강조하며 선수들에게 좋은 영향력을 보여준 부분을 높게 평가했다”라고 덧붙였다.
SSG는 당초 퓨처스 육성의 총책임자로 지난달 31일 박정태 전 롯데 자이언츠 코치를 선임했다. 2012년 롯데 1군 타격코치, 2013년 대표팀 타격코치를 끝으로 현장에서 물러난 박정태는 SSG 2군 감독으로 선임, 13년 만에 프로야구 복귀가 성사되는 듯 했다.
그러나 선임 직후 박정태가 야인으로 있던 시절 음주운전 및 버스기사 폭행 사실이 수면으로 떠올랐다. 박정태는 지난 2019년 1월 만취 상태에서 버스기사를 향해 폭언, 폭행 등 난동을 부리다가 징역 1년 6개월에 집행유예 3년, 보호관찰 2년, 사회봉사 160시간을 선고받았고, 이 과정에서 음주운전으로 세 차례나 처벌받은 사실까지 알려지면서 야구팬들에게 큰 실망을 안겼다. KBO 40주년 레전드로 선정된 야구스타의 몰락이었다.
박정태는 2군 감독 선임과 함께 인맥 논란에도 휩싸였다. 박정태가 지난 시즌을 마치고 현역에서 은퇴해 SSG 구단주 보좌역 및 육성총괄을 맡은 추신수의 외삼촌이라는 사실에 ‘낙하산 인사’가 아니냐는 논란이 불거졌다. SSG는 추신수가 구단주 보좌역을 맡기 전에 박정태의 2군 감독 선임 절차가 진행됐다며 선을 그었지만, 납득이 어려운 설명이었다.
SSG 구단 스스로 화를 키운 박정태 사태는 지난 24일 박정태의 자진 사퇴로 마무리됐다. 박정태는 “선임 이후 팬분들과 야구 관계자들의 우려의 목소리를 들었다. 현장으로 복귀하기에는 아직 부족한 부분이 있다고 생각했고, 이와 관련된 문제로 팬과 구단에 심려를 끼쳐드리고 싶지 않다. 향후 낮은 자세로 KBO리그 발전을 위해 내가 할 수 있는 역할을 고민해 보겠다”며 자진 사퇴 의사를 구단에 전달했다.
SSG는 “박정태 감독과 면담을 진행했고 팬, 선수단, KBO리그 등 다각적인 부분에 대한 고심 끝에 박 감독의 자진사퇴를 수용했다”라며 “팬분들에게 사과의 말씀을 드리며, 향후 구단은 KBO리그와 팬분들의 눈높이에 맞는 감독 선임을 위해 각고의 노력을 기울이겠다”라고 사과문을 발표했다. 박정태에게 퓨처스 지휘봉을 맡긴지 24일 만에 일이었다.
논란에 논란을 거듭한 SSG의 새로운 선택은 구단 프랜차이즈 스타 출신 박정권이었다.
전주고-동국대 출신의 박정권 감독은 2000년 쌍방울 2차 9라운드 95순위 지명을 받고 2004년 SK(현 SSG)에서 데뷔했다. 전성기 시절 SK 중심타선을 맡아 왕조의 주역으로 활약했고, 유독 가을만 되면 맹타를 휘둘러 ‘미스터 옥토버’라는 별명이 붙었다.
2019시즌을 끝으로 은퇴한 박 감독의 1군 통산 성적은 1308경기 타율 2할7푼3리 1134안타 178홈런 679타점 611득점이며, 포스트시즌에는 통산 62경기에 출전해 타율 2할9푼6리 11홈런 40타점을 남겼다.
박 감독은 2020년 구단 2군 타격코치로 지도자 커리어를 열었다. 2023시즌 말까지 강화에서 타자 유망주를 지도하다가 1군으로 콜업돼 타격보조코치를 역임하기도 했다. 지난해 MBC스포츠플러스에서 해설위원을 맡은 박 감독은 2년 만에 랜더스 유니폼을 입게 됐다.
박 감독은 “친정팀에 복귀해 팬분들과 함께할 수 있어 기쁘고, 구단에게도 감사하다. 무거운 책임감을 느끼며 지속적인 강팀으로 전력을 갖출 수 있도록 유망 선수들의 잠재력을 극대화하고, 1군 백업을 최대한 지원할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하겠다”라고 소감을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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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OSEN=이후광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