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안타·하이·IBK證 등 활약
지난해부터 기업공개(IPO) 시장의 유례없는 활황이 계속되는 가운데, 중소형 증권사들이 기업인수목적회사(SPAC·스팩)를 통한 우회상장 주선에 주력하고 있다. 유가증권·코스닥시장 직상장은 주로 NH투자증권·한국투자증권 등 전통 강자들과 KB증권·미래에셋증권 같은 대형사들이 주관하자, 스팩 합병상장이라는 틈새시장을 공략하는 것이다.
스팩은 비상장사의 인수·합병을 목적으로 설립된 서류상 회사다. 증권사에서 설립하고 투자금을 공모해 코스닥시장에 상장시킨다. 이후 우량 기업을 발굴해 흡수합병하면, 해당 기업은 스팩을 통해 주식시장에 우회 상장하는 효과를 얻는다. 기존 스팩 주주들은 합병법인의 주식을 갖게 되는데, 주식 수는 합병 비율에 따라 달라진다.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최근 1년간 심사승인이나 상장승인을 받은 스팩 합병 14건 가운데 중소형 증권사가 주관을 맡은 건은 8건으로, 전체의 절반을 넘었다.
유안타증권은 지난달 말 ‘유안타제6호스팩’과 네트워크 장비업체 다보링크의 합병 상장을 승인받았다. 합병기일은 6월 24일이다. 앞서 지난해 말에는 ‘유안타제3호스팩’을 통해 제이시스메디칼을 코스닥시장에 상장시켰다.
유안타증권 ECM1팀 관계자는 "스팩은 회사 규모가 크지 않은 스몰캡 기업과의 합병 상장에 적합한데, 이는 스몰캡을 위주로 상장 주선을 하는 중소형 증권사에 잘 맞는 사업 모델"이라고 말했다.
유안타증권 뿐 아니라 교보증권·하이투자증권·대신증권·DB금융투자·IBK투자증권 등 중소형사들이 최근 1년간 스팩을 통한 상장 주선으로 IPO시장에서 선전해왔다.
교보증권은 ‘교보8호스팩’을 통해 원바이오젠(307280)을 코스닥시장에 올렸다. 하이투자증권은 ‘하이제4호스팩’과 탈모 방지 샴푸 전문 업체 TS트릴리온(317240)을, 대신증권은 ‘대신밸런스제6호스팩’과 국전약품(307750)을 각각 합병했다.
증권사들이 스팩을 통한 우회상장 주선으로 벌어들일 수 있는 수수료 수익은 대체로 수억원 수준이다. 증권사 측이 얻는 수수료는 크게 둘로 나뉜다. 하나는 주식의 인수 수수료다. 스팩이 최초 상장할 당시 공모하는 자금의 2~3% 수준으로 책정된다. 다른 하나는 합병 자문 수수료로, 보통 1억~4억원 수준이다.
증권사가 스팩 합병으로 얻을 수 있는 수익은 수수료뿐이 아니다. 증권사는 스팩을 설립할 때 발기주주로 참여해 주식과 전환사채를 취득하는데, 추후 스팩과 피합병법인이 합병상장하면 이 지분을 팔아 시세차익을 얻을 수 있다. 증권사가 보유한 지분에는 대개 6개월~1년의 보호예수가 적용된다.
예를 들어 대신증권은 지난해 말 국전약품을 우회상장시키면서 주식 인수 수수료 3억원과 합병 자문 수수료 2억5000만원을 벌어들였다. 대신증권은 그 외에도 스팩 발기주주로서 취득한 지분을 보유하고 있다. 대신증권은 스팩 설립 당시 보통주 1만주를 주당 1000원에 취득했으며, 9억9000만원 규모의 전환사채를 갖고 있다. 전환사채를 보통주로 전환하면 99만주를 얻을 수 있어, 보통주를 총 100만주 보유하게 된다. 이를 토대로 단순 계산하면, 대신증권은 국전약품 주식 100만주를 10억원에 취득한 셈이다.
그런데 국전약품은 상장 후 주가가 큰 폭으로 오른 상태다. 27일 종가가 7850원이라는 점을 고려할 때, 대신증권이 보유한 국전약품의 지분 가치는 78억5000만원이 된다. 즉, 스팩에 대한 출자를 통해 68억5000만원의 평가 차익을 얻게 된 셈이다.
이처럼 스팩을 통한 합병상장 주선이 쏠쏠한 수익원이 되자, 중소형 증권사들은 새로운 스팩들을 잇달아 증시에 상장시키고 있다.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지난해 신규 상장한 스팩 19개 가운데 12개가 중소형사에서 설립한 것이었다. 올해 들어서도 ‘유진스팩6호’, ‘유안타제8호스팩’, ‘DB금융스팩9호’와 ‘IBKS제15호스팩’ 등 4개 스팩이 코스닥시장에 입성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