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코노미조선]
전 세계 투자자가 ‘ESG(환경·사회·지배구조)’에 주목하고 있다. 글로벌 큰손은 일정 수준의 ESG 기준에 미치지 못하는 기업은 투자 대상에서 제외하겠다고 선언하고 있다. 이들이 선함을 추구해서가 아니다. 지속가능한, 경쟁력 있는 기업을 발굴하는 잣대로 ESG 지표를 확인하는 것이다. ‘이코노미조선’은 ‘투자의 뉴노멀 ESG’ 커버스토리를 통해 글로벌 자금의 새로운 관문이 되는 현상을 짚어봤다. [편집자 주]
국내에서 판매되고 있는 주식형 펀드에서 ESG(환경·사회·지배구조) 펀드가 차지하는 비중은 1.5%로 추정된다. 하지만, 신종 코로나 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사태와 개인의 주식 직접투자가 늘면서 자금이 주식형 펀드에서 빠져나가는 반면 ESG 펀드로는 밀려들고 있는 모습이다.
4월 12일 금융정보업체 에프앤가이드에 따르면 이날 기준 국내에서 운용되는 36개 주식형 ESG 펀드 설정액은 1조1827억원이다. 올 들어 5271억원, 1년 전보다는 8694억원 늘었다. 반면, 국내 주식형 펀드 설정액은 38조3256억원으로, 연초 이후 5588억원, 1년 전보다는 18조2743억원 줄었다.
국내 ESG 주식형 펀드 중에서 가장 많이 팔린(설정액이 가장 많은) 펀드는 NH아문디자산운용의 ‘NH아문디 100년기업 그린코리아증권투자신탁’ 으로 설정액이 2411억원이다. 마이다스에셋자산운용의 ‘마이다스책임투자증권투자신탁’이 1200억원으로 그 뒤를 잇고 있다. ‘이코노미조선’은 4월 12일 송종호 NH아문디자산운용 주식리서치본부 본부장과 신진호 마이다스에셋자산운용 대표를 만나 ESG 투자 운용 방향을 들었다. 송 본부장은 "코로나19는 전초전에 불과하고 더 이상 환경 규제 강화에 대응하지 않으면 큰 위기를 맞을 수 있다는 위기감이 커졌다"고 했다. 신 대표는 "코로나19 팬데믹(pandemic·감염병 대유행) 영향과 함께 기후변화에 대응해나가야 한다는 공감대가 형성됐고, 공평하고 합리적인 사회를 만들고 싶은 수요가 늘었다"며 "ESG 중에서도 특히 고객·직원·납품업체를 생각하는 ‘S’가 잘되는 게 기업 성장의 큰 부분이라 생각한다"고 했다. 다음은 일문일답.
국내 ESG 펀드 시장을 주도하고 있다. 펀드 탄생 배경이 궁금하다.
송종호 "회사는 주요 연기금의 사회책임투자(SRI) 펀드를 2006년부터 운용해왔다. ESG 시장이 확대될 것이라는 판단하에 회사는 ESG 리서치를 강화하는 동시에 자체적인 ESG 평가 체계를 다시 수립해 2020년 9월 '100년기업 그린코리아' 펀드를 출시했다. 덕분에 회사의 운용 순자산(NAV)에서 ESG 관련 펀드가 차지하는 비중이 25% 이상으로 늘었다. 앞으로 더 고도화된 ESG 투자 전략을 구현하는 다양한 펀드·ETF들을 출시할 계획이다."
신진호 "2008년 금융위기 이후에도 기업의 사회적 책임에 대한 요구가 많았다. 이때 연기금 위탁운용사로 선정되며 사회적 책임 펀드를 처음 운용하게 됐고 이후 공모펀드를 만들어 2009년 7월 마이다스책임투자증권투자신탁 펀드를 출시했다. 펀드 설정액이 10년간 50억~150억원 전후로 유지되다 성과가 입소문 나며 2019년 말 설정액이 800억원으로 늘어났다. 지난해부터 코로나 팬데믹으로 촉발된 ESG 2차 부흥기를 맞아 많은 자금이 유입됐다. 회사는 펀드가 주목을 받지 못하던 시절에도 좋은 수익을 유지하면 알아줄 날이 있을 것이라는 생각으로 성과 유지에 힘써왔다. 그 결과, 10억원 이상 펀드 중 출시 이후 11년 연속 코스피지수 수익률을 넘은 국내 유일의 펀드가 됐다. 현재 회사 주식 운용 금액 9조5000억원 중 ESG 관련 펀드는 32%를 차지한다."
ESG 펀드 투자 전략은.
송종호 "결국 ESG 평가를 투자 성과와 어떻게 연결시킬 것인지가 관건이다. 초기 ESG 투자 전략은 ESG 점수가 안 좋은 기업들을 배제시키는 '네거티브 스크리닝' 전략을 썼지만, 최근에는 더 다양한 투자 전략을 추구한다. ESG 평가가 좋은 기업들을 50% 이상 편입하고, 동시에 ESG 연관성이 높은 장기 성장 산업·기업에 집중 투자하는 전략을 구사하고 있다. ESG 평가가 낮지만 방향성이 개선되는 기업도 일부 편입했다."
신진호 "동일 업종 내에서 ESG 등급이 상대적으로 좋은 종목을 선호하고 그 종목들을 장기보유하려 한다. 이를 바탕으로 향후 산업별 전망, 실적, 주가 전망 등에 따라 비중을 조절한다. ESG 등급을 주식을 평가하는 데 정확히 어느 정도 반영한다는 지침은 없다. 단순히 등급에 따른 수동적인 평가 외 등급 변화, 예상치 못한 이벤트가 발생할 때 회사에 적극적으로 질문을 보내 해결점을 찾도록 요구한다. 이를 통해 기업들의 전반적인 ESG 관심을 증가시키고, 리스크(위험)를 제거한다. 물론 이는 기업들의 지속가능한 경영으로 이어질 것이다. 작년에 배터리 관련주, 신재생에너지 주식을 많이 편입했지만, 1월 말 크게 줄였다. 단기에 ESG 펀드로 자금이 유입되는 속도가 가파르다 보니 환경주에 대한 집중 투자가 심화됐기 때문이다. 최근에는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과 시진핑(習近平) 중국 국가주석이 똑같이 탄소중립을 강조해 다시 비중을 늘리고 있다."
펀드 운용 시 어느 ESG 평가기관을 쓰나.
송종호 "서스틴베스트 자료를 활용하다 작년부터 세부적인 기준과 평가 방법론, 글로벌 동종업종 기업과의 비교를 감안해 MSCI의 평가체계와 벤치마크 등을 추가 도입해 활용하고 있다."
신진호 "서스틴베스트와 대신경제연구소의 ESG 평가를 활용한다. 서스틴베스트는 우리나라에 사회책임투자가 도입된 초기부터 15년 이상 ESG 전략과 자문을 해왔다. 한국에 맞는 ESG를 잘 적용하고 있다. 대신경제연구소 내 지배구조연구소에는 애널리스트 출신 연구인력을 주축으로 한국 자본시장에 맞는 ESG 평가를 잘 시현하고 있다."
ESG 펀드가 일반적인 유망 종목들을 포함하는 다른 주식형 펀드와 별 차이가 없다는 지적도 있다.
송종호 "세계적으로 ESG 투자전략은 크게 ESG 지수 등락률을 웃도는 전략과 ESG 요소에 더 집중하는 전략(ESG 코어)으로 나뉜다. 최근 출시된 ESG 공모 펀드는 대부분 ESG 요소와 시가총액 비중을 동시에 고려한다. 이 때문에 익숙한 대형주 종목이 많이 편입된 것처럼 보일 수 있다. 하지만, 점차 다양한 ESG 전략이 명확해질 테니 ESG 유망 기업들의 투자 비중이 더 높아질 것이다."
신진호 "ESG를 보다 폭넓게 평가하면서 다양한 포트폴리오를 가져가는 방법으로 펀드를 운용한다. 권위 있는 기관의 ESG 지수를 벤치마크하는 것도 방법이 될 수 있지만, 이것은 펀드의 지나친 특정 종목 쏠림 등 부작용이 있을 것이다. 펀드를 ESG 펀드라고 인증해주는 방법 역시 운용사에 추가적인 비용발생 부담이 있을 수 있다. 아직은 마이다스뿐 아니라 모든 ESG 관련 펀드가 1~2년 더 안정화될 때까지 일부 비판을 듣더라도 특정 종목에 투자가 몰리는 위험은 줄였으면 한다. 그래야 장기적으로 ESG 관련 자금에 더 큰돈이 몰리고 투자하는 대상 기업들이 '그린워싱(위장 환경주의)'이 아닌 진짜 ESG를 실천하는 회사로 바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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