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파트 값 오름세 보며 허탈한 직장인들
암호화폐는 청년에게 남은 유일한 선택지

판교 소재의 회사에 근무하는 오모씨(31)는 밤잠을 설쳐가며 암호화폐 차트를 확인한다.

직장에서 조는 것은 기본이고 코인 거래를 하다가 직장 상사의 눈에 띄기도 했다. 오씨는 "다행히 구두 경고로 끝났다"면서도 "코인이 주업이고 직장이 부업 같다"고 했다. 그는 "월급 받아 저축해도 아파트 값 오르는 속도를 보면 허탈하다"고 했다.

젊은 직장인들이 ‘비트코인’으로 대표되는 암호화폐 투자에 열중하고 있다. 전문가는 암호화폐 투자에 빠진 일확천금을 노리는 젊은 직장인들에 대해 "2030세대의 고통이 임계점을 넘었다"고 진단했다.

일러스트=이철원⋅조선일보DB

직장인들은 근로소득에 비해 부동산, 주식 등 자산소득의 상승률이 너무 높다고 하소연 한다.
통계청에 따르면 2021년 1인 가구 중위소득은 전년대비 4.02% 상승한 182만원, 4인 가구 중위소득은 전년대비 2.68% 상승한 487만원이다.

반면 한국주택금융공사 주택금융연구원이 지난 3월 발행한 보고서에 따르면 전국 아파트 실거래가는 2020년 한해 18.5% 상승했다. 중위소득보다 4배 넘게 높은 상승률이다. 서울 아파트 중위값이 9억원을 상회하는 현실을 감안하면, 직장인 월급만으로 집을 사는 것은 불가능에 가깝다.

이런 상황에서 암호화폐 투자는 젊은 직장인들에게 남은 유일한 희망이다. 암호화폐 가격이 급락하여 코인판 ‘블랙 선데이’라고 불린 지난 18일, 기자가 공공기관에서 근무하는 김모씨(28)에게 "걱정되지 않냐"라고 묻자 김씨는 "가격이 10%가 떨어져도, 20%가 떨어져도 버텨야 한다"며 "사라진 돈으로 집을 살 수 있는 것도 아니다. 코인 밖에 답이 없다"고 했다.

전문가들은 암호화폐에 열광하는 젊은 직장인들의 심정을 이해하면서도, 단기차익을 노리는 투자행태에 대해서는 우려를 표하고 있다.

자본시장연구원 황세운 연구위원은 "부동산이나 주식 가격이 급등하는 상황에서 암호화폐는 청년들에게 남은 유일한 선택지"라면서 "그래도 투기적 성격의 암호화폐에 깊게 빠지는 것은 조심해야 한다"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