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랜 침체기를 거쳤던 국내 해운업계가 다시 한번 전성기를 맞고 있다. HMM(011200)과 SM상선의 올해 1분기 영업이익이 지난해 전체 영업이익을 넘어설 것이라는 전망도 나온다.
11일 증권업계에 따르면 국내 최대 원양 컨테이너 선사인 HMM의 올해 1분기 영업이익은 7500억원부터 1조2000억원까지 예상된다. 만약 HMM이 올해 1분기 1조원을 넘는 영업이익을 올린다면, 역대 최대 1분기 실적을 기록하는 동시에 지난해 총 영업이익(9808억원)도 넘어서게 된다.
이러한 실적이 이어질 경우, HMM이 올해 연간 3조원이 넘는 영업이익을 기록할 수 있다는 전망도 나온다.
SM그룹 해운 부문 계열사인 SM상선도 올해 1분기 영업이익이 1200억원을 넘어서며 작년 한 해 영업이익(1206억원)을 초과한 것으로 알려졌다. SM상선은 지난 1~2월 해운 부문 영업이익이 864억원을 기록하면서 지난해 영업이익의 72%를 이미 달성한 바 있다.
업계 관계자들은 "1분기가 해운업계의 전통적 비수기란 점을 고려하면 매우 이례적인 실적"이라는 평이다. 코로나19 팬데믹(세계적 대유행) 여파에 더해 운임 상승의 역할이 컸다는 분석이다.
상하이컨테이너운임지수(SCFI)가 지난해 대비 3배로 치솟는 등 2월 중순까지 운임이 초강세 국면을 유지했고, 조정 국면에 진입했던 유럽 운임도 수에즈 운하 사고로 재차 반등한 것이 업계엔 호재로 작용했다.
이에 따라 다음 달부터 적용될 장기운송계약(SC)도 예년에 비해 높은 운임 수준으로 체결될 가능성이 커 이러한 호황 국면은 당분간 지속될 전망이다. 또 태평양으로의 물동량이 계속해서 증가하는 추세라 2~3분기 더 좋은 실적을 올릴 수 있다는 기대감도 커지고 있다.
특히 HMM의 호실적은 2017년 한진해운 파산 후 암흑기를 벗어나지 못했던 한국 해운업계에 갖는 의미가 크다고 관계자들은 입을 모았다. 한진해운 파산 후 한국 해운은 아시아·미주 점유율이 11%에서 3%대로 떨어지기도 했다.
HMM은 2만4000TEU(1TEU=20피트 컨테이너 1개) 컨테이너선 12척에 더해 올해 1만6000TEU급 선박 8척을 인도받아 한진해운 파산 전 한국 해운의 점유율을 회복하겠다는 의지를 다지고 있다.
업계 관계자는 "다만 세계 최대 선사인 머스크가 HMM보다 6~7배에 달하는 영업수익을 올리는 등 전 세계 해운업계가 동일한 호황을 누리고 있다"며 "해운은 사이클 산업이라는 특성이 강하기에 불시에 닥칠 위험에 대비해 장기적 체력을 더욱 키워야 한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