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26일 미국 증시에서 190억달러(약 21조5000억원)규모의 블록딜이 쏟아져 나온 배경에 한국계 거물 투자가 ‘빌 황’이 지목됐다.
28일(현지 시각) 블룸버그 통신은 당시 상황에 정통한 관계자를 인용, 골드만삭스가 이날 190억달러에 달하는 주식을 블록딜로 내놓은 것은 한국계 거물 투자가 ‘빌 황(황성국)’ 때문이라고 보도했다.
당시 미국 증시엔 미 대형투자은행 골드만삭스와 모건스탠리를 통해 대규모 블록딜이 나오면서 시장이 발칵 뒤집혔다. 블록딜은 주식을 최근 주가보다 할인해 기관투자자 등 대형 투자자들에게 대량으로 넘기는 거래를 일컫는다. 이날 관련 기업들의 시가총액은 350억 달러(약 40조원)가량 증발했다.
일반적으로 이러한 블록딜은 장이 시작되기 전에 마무리돼 장중에 나오는 경우가 없는데, 이날 이례적으로 장중에 블록딜이 쏟아지며 시장에 충격을 안겨줬다. 중국 온라인 비디오 플랫폼 아이치이, 중국 교육회사 GSX 등 중국계 매물이 풀린 것에 이어 영미권계 기업인 미국 미디어기업 디스커버리, 비아콤 CBS등도 매물로 쏟아졌다. 주식시장 개장 전엔 바이두, 텐센트뮤직, VIP숍 등 중국계 기업 주식 66억달러 가량이 블록딜로 시장에 나왔다.
미국 경제전문매체 CNBC는 이번 대규모 블록딜의 원인으로 ‘마진콜’을 꼽았다. 마진콜은 선물이나 펀드의 투자원금에 일정 수준 이상 손해가 발생할 경우, 증거금을 추가로 납입하라고 은행 측이 요구하는 행위다.
블룸버그는 한국계 거물 투자자 ‘빌 황’이 설립한 아케고스 캐피탈이 마진콜을 당해 보유지분이 반대매매돼 26일 사태가 발생했다고 설명했다. 블룸버그는 사건에 정통한 복수의 관계자를 인용해 "지난 금요일 빌 황이 소유한 아케고스 캐피탈이 200억 달러 규모의 주식을 (마진콜 때문에) 강제로 매물로 내놓았다"며 사건의 배후로 빌 황을 꼽았다.
파이낸셜타임즈(FT)는 "빌 황이 운영하는 아케고스 캐피탈이 한 통의 첫 마진콜을 받았고, 뒤이어 다른 은행들의 마진콜 요구가 이어지며 대량으로 블록딜이 쏟아진 것으로 보인다"고 보도했다.
배후로 꼽힌 ‘빌 황’의 아케고스캐피탈은 아시아와 미국 주식에 투자하는 패밀리오피스(특정 가족이 자산을 운용하는 기업)다. 과거 타이거아시아 헤지펀드 매니저였던 ‘빌 황’은 투자원금보다 몇 배나 더 많은 신용거래로 투자하는 레버리지 투자기법으로 유명하다.
빌 황과 거래했던 거래자들은 황씨가 "매우 큰 레버리지가 필요한 롱숏전략을 즐겨 사용했다"고 묘사했다. 롱숏 전략은 매수를 뜻하는 롱과 매도를 뜻하는 숏을 동시에 사용하는 투자전략으로, 예측한 대로만 주가가 움직여준다면 2배의 수익을 낼 수 있어 헤지펀드들이 자주 사용하는 전략 중 하나다.
하지만 올해 주식시장이 역대 최고치를 경신하고, 헤지펀드들이 크게 손해를 본 게임스톱 사태가 터지는 등 예상치 못한 사건들이 발생하면서 빌 황의 아케고스캐피탈이 크게 손해를 봤고, 이에 따라 연쇄적으로 골드만삭스까지 피해를 보게 됐다.
빌 황은 타이거아시아에 다니던 당시 내부거래혐의로 2012년 유죄판결을 받은 인물이다. 당시 6000만달러의 합의금을 내고 풀려난 이후 투자업계에선 ‘블랙리스트’에 올랐다. 하지만 블룸버그는 골드만삭스가 연간 수천만달러의 수수료에 넘어가 빌 황을 블랙리스트에서 빼 주요 고객이 될 수 있도록 허용했다고 지적했다. 골드만삭스가 빌 황이 높은 레버리지 베팅을 할 수 있도록 수십억달러의 신용을 지원했다는 것. 골드만삭스 외에도 모건스탠리도 빌 황에게 자금을 공급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