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민연금이 국내 주식 목표 보유 비중을 높일지를 4월 기금운용위원회(기금위)에서 다시 논의하기로 했다. 당초 기금위는 26일 회의를 통해 리밸런싱(자산 조정) 체계를 논의할 계획이었으나, 이날 회의에서 결론을 내지 못했다.

권덕철 보건복지부장관이 26일 오후 서울 소공동 웨스틴조선호텔에서 열린 ‘2021년도 제3차 국민연금 기금운용위원회’ 회의에 참석해 모두발언을 하고 있다.

국민연금은 이날 오후 3시부터 서울 소공동 웨스틴조선호텔에서 ‘2021년도 제3차 국민연금 기금운용위원회’ 회의를 열었다.

회의 종료 후 권덕철 보건복지부장관은 "(국내 주식의) 목표비중 유지 규칙을 검토할 필요성에 대해서는 공감대가 형성됐지만, 시기나 규모 및 조정 정도에 대해서는 좀 더 충분한 연구와 검토가 필요하다"며 결론을 내지 못한 이유를 설명했다.

권 장관은 "안건과 시장 상황에 대해 판단하기 위한 정보와 데이터를 충분히 마련한 뒤 4월 기금위에서 다시 논의할 것"이라고 말했다. 4월 기금위 개최일은 정해지지 않았다.

◇ 국내 주식 보유 한도 높이면 11조6500억원 더 살 수 있어

이날 기금위 회의의 쟁점은 국민연금의 국내 주식 보유 한도를 높일지 여부였다. 국민연금의 현행 국내 주식 목표비율은 16.8%였으며, 전략적 자산배분 허용한도는 2%포인트였다.

전략적 자산배분이란 자산 가격이 변동해 전체 자산에서 차지하는 비율이 목표치보다 높거나 낮아지더라도 일정 한도까지는 보유를 인정해주는 운용 방식이다. 즉, 국민연금이 보유 가능한 국내 주식의 비중은 목표비율에 전략적 자산배분 허용한도를 합친 18.8%였다. 이를 토대로 계산하면 국민연금이 보유할 수 있는 국내 주식의 한도액은 159조7000억원에 불과했다.

지난해 말 국민연금이 보유한 국내 주식은 176조7000억원어치였다. 이 때문에 목표비율을 맞추기 위해 연초부터 대량 매도를 계속해온 상황이었다. 올 들어 국민연금의 순매도액은 15조9497억원에 달했다. 이는 증시의 하락에도 일부 영향을 미친 것으로 추정된다. 코스피지수는 연초 3266.23(1월 11일)까지 올랐으나, 현재는 8% 넘게 하락해 3000선에서 횡보하는 중이다.

이처럼 올해 들어 증시 변동성이 확대되자 개인 투자자들 사이에서는 국민연금의 대량 매도를 성토하는 목소리가 높아졌다. 국민연금에서도 ‘개미’들의 비난을 의식한 듯 한 달 전부터 자산 배분 방식의 재조정 가능성을 여러 차례 시사해왔다.

당초 기금위는 전략적 자산배분 허용한도를 2%포인트에서 3~3.5%포인트로 높이는 방안을 고려한 것으로 알려졌다. 만약 이 한도가 3.5%포인트로 상향 조정된다면, 국민연금이 보유 가능한 국내 주식 한도액은 전체 자산의 20.3%인 172조4000억원이 된다. 현재 국민연금이 보유한 국내 주식이 약 160조7500억원어치로 추정되기 때문에, 전략적 자산배분 허용한도가 3.5%포인트로 높아진다면 연말까지 총 11조6500억원어치를 더 살 수 있게 된다.

◇ "국내 증시 떠받치는 것, 국민연금 의무 아냐"

다만, 증권 업계 전문가들은 국민연금이 반드시 국내 주식의 보유 한도를 늘릴 필요는 없다고 입을 모은다.

송홍선 자본시장연구원 선임연구위원은 "국민연금은 기금의 이익을 우선시하는 투자 전략을 구사할 수밖에 없다"며 "매매 행위로 인해 시장이 큰 영향을 받지 않도록 ‘시장 중립성 원칙’을 지키기만 하면 된다"고 말했다.

송 연구위원은 "주가지수의 하락에 대해 시장 참여자들이 말하는 내용보다는 국민연금의 매도 물량이 시장 중립성을 훼손할 정도인지 여부가 (리밸런싱 개편 논의에서) 관건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김병덕 한국금융연구원 선임연구위원 역시 "국내 주식을 어느 정도는 보유해야 하겠지만, 코스피지수를 떠받치는 것이 국민연금 본연의 의무는 아니다"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