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 전기차 배터리 제조사 패러시스 에너지(Farasis Energy·孚能科技 푸넝커지)가 배터리 품질 결함 논란에 휩싸였다. 패러시스는 독일 완성차 그룹 다임러와 중국 최대 민영 자동차 회사 지리자동차(吉利·Geely)의 주요 배터리 파트너사다.
중국 베이징의 국유 완성차 회사 BAIC그룹(北汽集團 베이치지퇀)은 배터리 결함 때문에 전기차 3만1963대를 리콜한다고 23일 밝혔다. 리콜 대상은 BAIC그룹 자회사 3곳이 2016년 11월 1일~2018년 12월 21일 사이 제조한 전기차(EX360, EU400)다.
리콜 이유는 배터리 화재 위험이다. BAIC그룹은 "일부 차량의 배터리 시스템 밀도 차이 때문에 고온 환경에서 잦은 급속 충전이 배터리셀 성능 저하로 이어질 수 있다"며 특정 환경에서 배터리 화재 발생 가능성을 언급했다.
리콜 대상 전기차에 탑재된 배터리를 만든 곳은 중국 동남부 장시성 간저우시의 리튬이온 배터리 제조사 패러시스다. 패러시스도 즉시 입장문을 내고 결함을 인정했다. 리콜 비용은 3000만~5000만 위안(약 52억~86억 원)으로, 모두 패러시스가 부담한다. 리콜 소식에 패러시스 주가는 이틀째 급락 중이다. 패러시스 주가는 24일 상하이증권거래소에 장중 9.9%까지 떨어졌다가 5.9% 하락 마감했다. 25일 오전 11시 30분 현재도 4%대 하락하고 있다.
BAIC그룹은 2017년부터 3년간 패러시스의 최대 고객사였다. 패러시스의 연간 배터리 매출 중 BAIC그룹이 차지하는 비중은 2017년 87.57%, 2018년 83.58%, 2019년 47.58%에 달했다. 2020년엔 BAIC그룹 비중이 0.14%로 거의 없다시피했다. 중국제일재경은 "지난해 BAIC그룹 관련 매출이 급감한 이유가 배터리 품질 문제 때문인지는 불확실하다"고 했다.
독일 다임러의 자회사 메르세데스-벤츠와의 파트너십도 배터리 품질 때문에 삐걱거리고 있다는 보도도 나왔다. 패러시스는 메르세데스-벤츠가 유럽에서 쓸 배터리셀의 절반가량을 공급하기로 한 것으로 알려졌다. 메르세데스-벤츠는 지난해 7월 패러시스에 투자해 지분 3%를 보유 중이다.
지난달 독일 매체 매니저매거진은 패러시스가 납품한 첫 배터리셀 샘플이 재앙 수준이라고 보도했다. 보도에 따르면, 패러시스는 독일에 짓기로 한 공장 설립 허가도 아직 받지 못한 것으로 전해졌다. 이 매체는 "보통 배터리 첫 샘플 제작과 양산 시작 사이에 3년이 걸리기 때문에 메르세데스-벤츠의 배터리 확보 계획에 차질이 빚어질 수 있다"고 했다.
패러시스는 최근 전기차 시장에 뛰어든 다른 완성차 회사들을 고객사로 확보하며 매출원 다각화에 나섰다. 중국 지리차는 지난해 12월 패러시스와 리튬이온 배터리를 생산하는 합작사를 만든다고 발표했다. 이 합작사가 생산하는 배터리 대부분이 지리 계열사에 공급된다. 전기차 회사로 전환 중인 지리는 패러시스가 있는 간저우시에 300억 위안(약 5조2200억 원)을 투자해 전기차 배터리 공장을 지을 것이라고도 최근 발표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