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3년 韓 최초 로켓 발사 이끈 조광래 전 원장
현재 책임연구원으로 항우연 근무 중
과기부, 채용 관련 직권남용 조사…중징계 사안
조광래 "사실 아냐…원장 권한·채용 규정 따랐다"

한국항공우주연구원.

2013년 한국 최초의 우주 로켓 ‘나로호’ 발사를 성공시킨 주역으로 평가받는 조광래 전 한국항공우주연구원 원장이 2017년 임기 당시 채용 관련 직권남용 혐의로 현재 과학기술정보통신부의 감사를 받는 것으로 확인됐다. 최근 과기부는 ‘중징계 처분’ 판단을 내렸고, 조 전 원장은 "혐의 내용은 사실이 아니다"라며 이의신청을 제기했다.

조 전 원장은 2002년부터 2013년까지 나로호 발사추진단장을 맡아 2013년 1월 30일 나로호 발사를 성공시켰다. 2014년부터 2017년까지 항우연 10대 원장을 지내는 등 33년간 항우연에서 재직 중이다. 현재는 책임연구원으로 일하고 있다.

24일 과기부 감사실과 항우연에 따르면, 과기부는 지난해 12월 항우연 종합감사를 위해 항우연의 업무용 PC 속 자료를 조사하던 중 채용 관련 자료를 발견, 지난 1월까지 추가 감사를 벌였다. 그 결과 조 전 원장이 ‘원장의 직무권한을 남용해 특정인에게 채용 특혜를 줬다’는 판단을 내렸다.

과기부는 조사 결과를 바탕으로 지난달 25일 조 전 원장에 중징계 처분을 내릴 것을 항우연에 요구했다. 중징계 처분에는 정직, 강등, 해임 등이 있다. 지난 22일 항우연이 과기부의 판단을 재심의해달라는 이의신청을 했다. 이의신청이 받아들여지면 양측은 다시 최장 두 달간 진실공방을 벌이게 된다.

항우연은 2017년 8월 항공기 전문가 A씨를 특별채용했다. A씨는 대한항공 항공산업본부장 출신으로, 퇴직 후 항우연을 거쳐 대통령 직속 과학기술자문회의 국방전문위원장을 지낸 것으로 알려졌다. 특별채용은 필요할 경우 다른 기관·기업에서 퇴직한 고경력자를 1년 기간제 연구원으로 뽑는 제도다. 공개채용과 달리 인사 책임자의 승인이 있으면 별도의 심의 없이 최소한의 절차로 고용할 수 있다.

과기부는 관계자 진술 조사 등을 바탕으로, 조 전 원장이 당시 A씨의 채용이 필요한 현안이 없었는데도 A씨로부터 이메일 등을 통해 청탁을 받아 인사 책임자(본부장급)에게 A씨를 뽑으라고 지시했다고 의심하는 것으로 전해진다. 과기부는 구체적인 내용에 대해 "아직 감사가 진행 중인 사안이다"라며 밝히지 않고 있다.

조광래 전 항우연 원장.

반면 조 전 원장은 이날 통화에서 "당시 무인항공기(드론) 개발 사업 추진이 필요했기 때문에, 이 분야 전문가인 A씨를 채용하는 방안을 인사 책임자에게 검토해달라고 했고 인사 책임자도 동의했었다"라며 "금품 수수도 없었고, 특별채용의 취지에 맞춰 원장의 일을 한 것뿐이다"라고 주장했다. 그는 "과기부가 ‘부정 채용’의 사실관계 입증 없이 주장만으로 중징계를 요구한 건 매우 부적절하다"고 말했다.

조 전 원장은 또 "애초 과기부는 금전비리 등 다른 두 가지 사안으로 나에 대한 감사를 시작했다가 혐의점이 안 나오자 감사 계획에 없던 ‘채용 관련 직권남용 혐의’로 무리한 추가 감사를 벌였다"며 ‘표적 감사’의 가능성도 제기했다. 이어 그는 "33년간 항우연에서 로켓을 개발해 ‘한국 로켓 개발의 아버지’라는 평가도 받았는데 말년에 부당한 징계를 내리는 건 용납할 수 없다"고 말했다.

현재 과기부는 인사 책임자로부터 ‘조 전 원장의 청탁 전화를 받았었다’는 취지의 진술을 확보한 것으로 전해지는 가운데, 조 전 원장은 "인사 담당자는 그런 진술을 한 적 없다고 한다"며 재심의 절차에서 사실관계를 따지겠다는 방침이다.

최근 항우연 전임 원장들을 대상으로 과기부의 고강도 감사가 계속되고 있다. 임철호 전 원장도 ‘직원 폭행 사건’으로 과기부 감사를 받아 지난해 11월 30일 임기를 두 달 남기고 해임 위기에 처했다가, 임기 만료 4일을 앞둔 지난 1월 19일 재심의를 통해 해임을 면하고 무사히 퇴임했다. 당시 일각에서는 "이미 한차례 감사를 통해 경고·주의 처분을 받은 사건을 과기부가 다시 무리하게 감사하고 있다"는 지적이 나오기도 했다.

이번 감사까지 이뤄지면서, 대형 우주 프로젝트를 앞두고 긴밀한 공조가 필요한 과기부와 항우연의 관계에도 영향을 미칠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과기부와 항우연은 지난 22일 국내 첫 ‘양산형 인공위성’인 차세대 중형위성 1호 발사에 성공해 민간 기업 주도의 위성 산업화 시대를 열었다. 이어 10월 나로호 후속 로켓인 누리호 발사를 앞두고 사실상 마지막 관문인 종합연소시험을 오는 25일 치른다. 내년 8월에는 한국 최초의 달 탐사선 발사를 준비 중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