개인정보 유출 없지만, 한·중 싫다는 현지 정서 반영 조치
라인 최대주주, 네이버서 Z홀딩스로… "관계사로 봐 달라"
일본에 사업 기반을 두고 있는 네이버 계열 메신저 서비스 업체 라인이 한국·중국 등 외국에서의 데이터 접근, 저장을 원천봉쇄하겠다고 하고 나섰다. 지난 3월 1일자로 라인과 현지 포털 야후재팬의 경영통합 신생법인인 Z홀딩스가 막 출범한 민감한 시기에 일본 언론에서 라인의 개인정보 유출 가능성이 지속적으로 제기되면서 라인뿐 아니라 Z홀딩스마저 흠집을 입을까 우려한 조치다.
업계에서는 네이버 주요 자회사로 발을 뗀 라인이 일본 현지 정서를 고려해 사업적으로는 물론 지배구조면에서도 한국색을 지워나가고 있다고 보고 있다. 현재 라인의 일본 내 월간 이용자 수는 8600만명에 달한다. 전체 이용자 수의 절반 이상이 일본에 있다.
23일(현지시각) 저녁 이데자와 다케시(出沢剛) 라인 사장은 도쿄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사용자에게 불편과 심려를 끼쳐 진심으로 사과한다"며 머리를 숙였다. 실제 개인정보유출 사실이 확인된 것은 아니지만, 사용자들이 우려할 수 있다는 것에 대한 사죄였다.
라인의 데이터 관리 부실 논란은 지난 17일 현지 아사히신문이 중국 업체의 개발 업무를 위탁했다는 첫 보도로 시작됐다. 개발 업무를 위탁받은 중국인 직원이 일본 서버에 보관되는 이용자 이름, 전화번호, 이메일 주소 등의 개인정보에 접근할 수 있도록 해 개인 정보가 중국으로 유출될 우려가 있다는 것이었다. 신문은 개인정보보호법 개정에 따라 데이터 전송국을 사용자에게 명시해야 하지만, 그렇지 않았다는 점을 문제 삼았다.
이후 현지 언론에서는 일본뿐 아니라 한국 서버에서도 라인 데이터가 보관되고 있다는 점에 주목해 개인정보 유출 가능성이 있다고 지적했다. 현재 라인은 메시지, 이메일 주소, 친구 목록, 위치 정보, 주소록 등의 정보는 일본 서버에, 이미지, 동영상, 앨범, 타임라인, 라인페이 결제정보 등은 한국 서버에 각각 보관하고 있다. 일본 현지 정서를 잘 아는 전문가들은 "일본 사람들은 라인이 일본 회사라고 굳게 믿고 있는데다 혐한(嫌韓)·혐중(嫌中) 정서가 강하기 때문에 한국·중국이 거론되는 데이터 관리 문제에서 빨리 벗어나려는 것"이라고 했다.
실제 보도가 나온 직후 일본 정부는 라인의 개인정보 취급에 관해 조사한다고 밝혔다. 또 현재 일부 행정 서비스에도 활용하고 있는 라인 사용을 잠정 보류하는 움직임도 잇따랐다.
이에 19일 Z홀딩스는 라인의 데이터 취급을 보안·거버넌스 관점에서 외부인이 검증·평가하는 특별위원회를 설립한다고 밝히며 진화에 나섰다. 개인정보 유출은 없다던 당초 라인 성명에도 현지 여론 분위기가 점점 더 심각해지고 있는 데 따른 조치다.
이어 23일 라인은 기자회견에서 한국 서버에 저장되고 있는 일본 사용자들이 라인에서 주고 받는 이미지, 동영상 등을 오는 6월까지, 라인페이 결제정보 등은 9월까지 일본으로 완전히 이전하겠다는 계획을 밝혔다. 중국에서의 일본 서버 접근을 차단하고, 중국에서 진행해온 라인 통신 관련 기능·서비스의 개발·보수 업무도 중단했다고 했다. 라인 측은 한국 서버를 없애겠다는 취지는 아니며, 국내 라인 사용자들의 데이터는 한국에 둘 것이라고 밝히고 있다.
라인은 최근 Z홀딩스를 출범하면서 지분구조상 표면적으로는 네이버 자회사 모양새를 벗어났다. 과거 네이버가 70% 이상 보유하고 있던 라인 지분은 현재 Z홀딩스가 100% 갖고 있다. 네이버는 Z홀딩스 지분 65%가량을 갖고 있는 소프트뱅크와의 합작법인 A홀딩스를 통해 영향력을 행사할 수 있는 구조다. 현재 A홀딩스 지분은 50%씩 네이버·소프트뱅크가 나눠갖고 있다. 라인 측은 "라인은 네이버의 자회사가 아닌 관계사로 봐야 한다"고 했다.
현재 라인은 일본인인 다케시 사장과 함께 네이버가 인수한 검색 벤처기업 ‘첫눈’의 창업자이자 2010년 초 라인의 일본 성공을 이끈 주역인 신중호씨가 공동대표를 맡고 있다. 서비스 일본 정착 과정에 깊이 관여해 온 이해진 네이버 창업자 겸 글로벌투자책임자(GIO)는 현재 라인 회장으로 큰 그림을 조각하고 있다. ‘외산 서비스의 무덤’으로도 물리는 일본 시장에서의 성공과 사업 확장을 이어가기 위해 현지 정서·색깔을 최우선으로 고려하고 있다는 평가가 나온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