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도네시아가 이번주 아스트라제네카(AZ)의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백신 접종을 시작하기로 했지만, 이슬람 성직자 최고 기구가 AZ 백신에 이슬람 율법에서 금기시되는 ‘돼지 성분’이 들어있다고 주장해 논란이 일고 있다.
인도네시아의 무슬림의 최고의결기관인 울레마협의회(MUI)는 지난 19일 아스트라제네카의 코로나19 백신과 관련해 "제조 과정에 돼지 췌장에서 추출한 트립신이 들어있다"며 ‘하람’이라는 판결을 내렸다고 싱가포르 채널뉴스아시아(CNA)가 19일 보도했다.
'할랄'은 무슬림이 먹고 쓸 수 있는 제품을 뜻하고, '하람'은 무슬림에게 금지된 것을 뜻한다. 인도네시아는 2억7000만 인구 중 87%가 무슬림이고, 무슬림에게는 돼지 자체가 하람이다.
인도네시아 무슬림이 백신접종을 하는 데 있어서 울레마협의회의 해석은 매우 중요하다. 인도네시아에서는 2018년에도 풍진과 홍역 백신에 돼지로부터 추출된 젤라틴이 들어갔다며 접종 거부 운동이 일어나기도 했다.
울레마협의회는 그러나 아스트라제네카의 코로나19 백신이 하람이라면서도 "팬데믹 상황이기에 긴급사용할 수 있다"고 판단했다. 협의회 관계자는 "인도네시아 무슬림들은 집단면역을 달성하고 코로나19 감염으로부터 자유로워지기 위해 정부가 시행하는 백신 프로그램에 참여해야 한다"고 당부했다.
하지만 부작용 우려 등으로 코로나19 백신 접종을 꺼리는 이들이 많은 상황에서 '돼지 성분'이 들어갔다는 발표까지 나오면서 AZ 백신 거부 움직임은 더 확산될 것으로 보인다.
상황이 급해지자 아스트라제네카 인도네시아 지사는 21일 성명을 통해 "코로나19 백신 과정의 모든 단계에 돼지 추출물을 사용하거나 포함하지 않았고, 다른 동물 성분도 넣지 않았다"고 부인했다. 울레마협의회와 인도네시아 식약청은 아스트라제네카의 돼지 성분 사용 부인에 대해 다시 입장을 내지 않았다.
인도네시아는 1월 13일부터 현재까지 중국산 시노백의 코로나19 백신을 접종해 왔다. 연내 인구의 70%인 1억8155만명에게 코로나19 백신을 접종하는 것을 목표로 세웠고, 누적 553만여명이 1차 접종을, 230만여명이 2차 접종까지 마쳤다.
이에 따라 백신 공동구매·배분 기구 코백스(COVAX)를 통해 총 1170만회 분량의 아스트라제네카 백신을 받기로 하고, 이달 8일 1차로 111만여회분을 수송 받았다. 인도네시아는 유럽에서 아스트라제네카 백신 접종 후 혈전 발생 사례가 잇따라 보고되자 접종을 유보했다가 유럽의약품청(EMA)이 “혈전의 전체적인 위험 증가와 관련돼 있지 않다”고 발표하자 이번주부터 접종을 시작하기로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