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 정보통신기술(ICT)기업 샤오미가 미국 정부와의 법정 다툼에서 승리를 거뒀다.
14일(현지 시각) 월스트리트저널(WSJ)에 따르면, 워싱턴 DC 연방법원의 루돌프 콘트레라스 판사는 12일 "미 정부는 샤오미가 중국군과 연계돼 국가안보에 위험을 미친다는 사실을 증명하지 못했다"며 샤오미를 중국 기업에 대한 미국인의 투자를 막는 블랙리스트에서 제외하라는 판결을 내렸다.
콘트레라스 판사는 중국 측의 주장을 인용해 "샤오미는 민간용 상업용 제품을 생산하는 상장 기업이며, 독립 이사회 및 지배주주에 의해 통제된다"며 "중국군 등 외부 세력에 의해 통제된다고 보기 어렵다"고 했다.
앞서 트럼프 행정부는 지난 1월 샤오미 등 9개 회사를 중국군과 연관된 기업으로 추정된다며 투자금지 대상인 블랙리스트에 올렸다. 미 국방부는 샤오미 창립자 레이쥔에게 2019년 중국 산업정보기술부가 수여한 ‘중국 특색 사회주의 건설자상’을 수상했다는 점과 최근 5G(5세대) 이동통신과 인공지능(AI)에 대한 투자를 확대한 점 등을 들어 샤오미를 블랙리스트에 올렸다. 결정에 따라 미국 투자자들은 오는 11월 11일까지 이 명단에 오른 중국 회사에 대한 지분을 처분해야 했다.
이에 대해 콘트레라스 판사는 "500명 이상의 기업가들이 비슷한 상을 받았다"고 지적하며 블랙리스트 지정이 잘못됐다고 판결했다. 판사는 또한 5G와 AI가 "가전기기 시장의 산업 표준이 되고 있다"며 해당 기술에 대한 투자가 군사적 의도가 있다고 보긴 어렵다고 판단했다.
중국이 미국 정부의 제재와 관련해 법정에서 승리한 건 작년 틱톡 판결에 이어 두번째다. 작년 10월과 12월 미국 법원은 여러 차례 "미 상무부의 틱톡 다운로드 금지 조치는 위법"이라며 "틱톡 사용 금지 조치를 해제하라"고 판결을 내린 바 있다.
다만 중국의 손을 들어준 이번 판결이 미국의 대중 강경 노선을 뒤집지는 못할 것으로 보인다. 중국 기업에 ‘국가안보를 위협한다’며 각종 제재를 내린 트럼프 행정부에 이어, 조 바이든 행정부도 중국 제재를 철회하지 않는다는 입장이기 때문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