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1년 추가경정예산안]
올해 104만개 세금일자리 만들겠다는 정부,
취업자 98만명 감소 1월 고용동향 후 27.5만개 급조
고용대책 2.8조원 가운데 직접일자리 예산 2.1조
고용유지·취업지원 등엔 7000억원 투입
올해 1분기 중으로 국민 세금으로 만드는 공공 일자리 90만개를 만들겠다고 한 정부가 추가경정예산 2조1000억원을 투입해서 27만5000개의 직접일자리를 더 만들겠다고 밝혔다. 올해 본예산에서 중앙부처가 만들기로 한 직접일자리 104만2000개에 추경 예산을 통해 27만5000개가 더해지는 셈이다. 정부가 세금으로 만드는 직접일자리는 131만7000개에 이를 전망이다. 정부가 만든 세금 일자리는 지난해 94만5000개 대비 37만2000개 급증하게 된다.
정부가 이같이 추가로 직접일자리 27만5000개를 더 만들겠다고 나선 배경은 지난달 10일 발표된 1월 고용동향에서 취업자수가 지난해 1월 대비 98만2000명 감소한 최악의 고용 성적표라고 할 수 있다. 정부는 겨울철 코로나 3차 대유행으로 대면 업종을 중심으로 고용대란이 현실화되자, 국민 세금이 투입되는 직접 일자리를 급조하는 방식으로 대응하고 있다. 이에 전문가들은 취업자수, 고용률 등 단기적인 고용지표가 나아지는 것처럼 보이는 데 막대한 정부 재정을 낭비하고 있다고 비판하고 있다.
정부는 이날 이같은 내용을 포함해 총 81만명을 대상으로 2조8000억원의 예산을 투입하는 긴급고용대책을 담은 추경안을 발표했다. 2조1000억원은 직접 일자리 창출에 투입되고, 고용유지에 3000억원이 투입된다. 또 취업지원서비스와 돌봄·생활안정사업에 각각 2000억원이 투입된다.
◇ 文대통령 언급 ‘1분기까지 90만개 이상 창출’과 별개
정부는 추경안에 반영된 긴급고용대책 예산 2조8000억원중 75%인 2조1000억원을 직접일자리 창출 사업에 투입해 27만5000개의 직접일자리를 만들 계획이다. 이는 문재인 대통령이 지난달 16일 "중앙정부와 지자체, 공공기관이 합심하여 1분기까지 90만개 이상의 직접일자리를 창출하겠다는 계획을 반드시 이행하겠다"고 언급한 것과 별개의 신규 일자리다.
이번 추경으로 제시된 직접일자리 사업은 집합제한 등 코로나19 방역조치에도 불구하고 운영할 수 있거나 운영해야만 하는 디지털, 방역, 돌봄 분야 일자리가 많다. 기재부는 코로나19로 올해 본예산에 담긴 직접일자리 사업개시가 지연되는 상황을 우려해왔다. 실제 1월 고용쇼크도 지난해말부터 올해초에 걸친 코로나19 3차 대유행 등으로 신규 공공일자리 사업이 집행되지 못한 영향이 크다는 분석이 나왔다. 안도걸 기획재정부 예산실장은 이와 관련 "시장에서 필요로 하는 공공직접일자리를 어떻게 만들 것인지에 대해 고심해 총 27만5000개의 일자리를 발굴했다"고 말했다.
우선 IT직무지원(5만5000명), AI·바이오·중소기업데이터구축(9000명), 비대면분야 창업(4000명), 저소득층 어린이를 대상으로 하는 온라인 튜터(4000명), MICE산업·공연업계 디지털화 등 ‘디지털·비대면’에 방점을 둔 일자리가 대거 마련된다. 또 생활방역(3만명), 의료기관·요양시설 방역(1만2000명), 학교방역(1만명), 백신접종지원(1만명), 아프리카돼지열병 대응 등 지역 환경관리(1만2000명), 재활용선별(1만명) 등 ‘방역·환경’ 분야에 방점을 둔 일자리나 아동돌봄인력보강(8000명), 근로빈곤층 탈수급 지원(5000명), 특수학교방역(3000명) 등 ‘돌봄·교육’ 분야의 일자리도 주요 사업으로 제시됐다.
직접일자리 사업 예산은 코로나19 방역 과정에서 피해를 입은 업종을 지원하는데도 투입된다. 우선 코로나 실직자 고용지원 사업 5만명, 마이스(MICE)산업 및 공연업계 디지털화(1000명) 등이다. 특히 헬스장의 트레이너 재고용을 돕기 위해 6개월간 실내체육시설 재고용 인건비의 80%를 지원하는 사업(7000명)도 추진된다.
정부는 이번 직접일자리 사업을 통해 계층별로 청년 14만개, 중·장년 5만8000개, 여성 7만7000개 등의 일자리 창출이 가능할 것으로 예상했다.
◇집합제한·금지 업종, 경영위기업종 휴직수당 90%까지 지원
정부는 긴급고용대책 예산 2조8000억원 중 나머지 7000억원을 고용유지 3000억원, 취업지원서비스 2000억원, 돌봄 및 생활안정 2000억원으로 나눠 투입한다.
정부는 3000억원의 예산을 투입해 집합 제한·금지 업종에 대해 휴업·휴직 수당의 90%까지 지원하고 있는 고용유지지원금을 3개월 더 연장해 지급하기로 했다. 신설된 10개의 경영위기 업종에 대해서도 휴업·휴직 수당의 90%까지 고용유지지원금을 지급한다. 이에 따라 총 24만2000명이 2033억원을 받게 될 것으로 보인다. 취업지원 서비스 대상도 확대한다. 월 50만원의 구직촉진수당과 취업지원서비스를 제공하는 ‘국민취업지원제도’ 사업은 1078억원의 예산이 추가돼 지원대상 청년이 기존 10만명에서 15만명으로 확대됐다.
정부는 IT 등 신기술 분야의 기업수요 맞춤형 훈련 프로그램과 디지털 취약계층에 대한 기초훈련 바우처에 총 674억원을 들여 4만3000명을 지원할 계획이다. 디지털 취약계층 기초훈련 바우처는 문과 등 비전공자 청년도 지원 대상에 포함된다. 고졸청년을 대상으로 한 지역기업의 인턴 프로그램 지원이나, 경력단절여성의 직업훈련 기간의 돌봄지원 등 지자체 맞춤형 일자리 1만6000개에도 400억원의 예산이 투입된다.
육아기 단축근무·재택근무 등을 활성화하기 위해 근로자가 주3회 이상 재택근무시 사업주에게 근로자 1인당 한 주에 10만원을 인센티브로 지급하고, 휴교·휴원 조치로 만 8세 이하 자녀 돌봄을 위해 무급 돌봄휴가를 사용하는 근로자에게는 하루 5만원씩 1인당 최대 10일까지 돌봄비용을 지원할 계획이다.
◇ '직접일자리' 중독···"민간일자리 만들 노력도 함께 해야"
다만 이번 추경안에 반영된 긴급고용대책과 관련, 정부·여당이 손쉽게 고용지표를 개선할 수 있는 직접일자리라는 방안에 지나치게 의존하고 있다는 지적은 피할 수 없을 것으로 보인다. 직접일자리는 임금 대부분을 정부 재원으로 지원하는 한시적인 일자리인 만큼 근본적인 고용대책이 되기 어렵기 때문이다.
성태윤 연세대 교수는 이와 관련 "코로나19 충격이 시한 현 상황에서 정부의 직접일자리 정책 자체가 잘못이라고 말하기는 어렵지만, 추경이라 제한적이라고 해도 민간 분야의 일자리를 만들기 위한 노력도 같이 있어야 하지 않았을까 싶다"고 비판했다.
이와 관련 기재부 관계자는 "이번에는 ‘단기 일자리’, ‘세금 일자리’라는 비판을 듣지 않도록 공공일자리도 학교, 노인요양시설, 공연장 등에 대한 방역과 백신접종 지원인력, 돌봄인력을 확충하는데 집중했다"면서 "시장수요가 많고 청년들이 선호하는 IT·문화 분야에 채용을 지원하는 일자리사업을 중점적으로 반영해서 청년들은 관심분야의 경험을 쌓고, 기업들은 인력을 지원받아 일감을 만드는 방향으로 일자리 사업을 발굴했다"고 설명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