9.9만원→4.9만원… 항공사 출혈 경쟁에 '무착륙 관광비행' 한달새 반값

조선비즈
  • 최지희 기자
    입력 2021.02.24 06:00

    코로나 직격탄에 1년째 비행기를 제대로 띄우지 못하고 있는 항공업계가 무착륙 국제관광비행 상품 판매에 열을 올리고 있지만, 가격 경쟁이 심해지면서 불과 한달 사이 상품 가격이 40~50%가량 낮아진 것으로 나타났다.

    항공사들은 탑승객 선점을 위해 항공권 세일에 나서는가하면 기내 면세품 가격을 절반 이상 할인하는 이벤트까지 벌이고 있다. 출혈 경쟁으로 수익률은 제로에 수렴하지만, 여객 수요 회복 기미가 보이지 않는 상황에서 고정비용을 조금이나마 줄이기 위한 고육지책이다.

    24일 항공업계에 따르면 국내 항공사 가운데 에어부산(298690)이 지난해 9월 처음으로 항공운항 전공 학생들을 상대로 특정 지역에 착륙하지 않고 정해진 노선을 돌아 출발지점으로 복귀하는 체험 교육 비행을 시작한 뒤, 국내 항공사들이 면세품 쇼핑이 가능한 무착륙 비행 상품을 잇따라 선보였다.

    항공사업법상 한 지점을 이륙해 중간에 착륙하지 않고 정해진 노선을 비행한 뒤 출발지점에 돌아오는 운항은 관광비행으로 분류되며, 항공사들은 이 같은 상품을 적법하게 판매할 수 있다. 2시간~2시간 30분 동안 동해상을 비행하면서 독도와 울릉도 등을 관람하거나 국제선 항로를 따라 일본 대마도 상공까지 비행하고 돌아오는 식이다. 탑승객들은 구매 한도 5000달러(면세 한도 600달러)에 맞춰 면세품도 구입할 수 있다. 코로나로 인한 기내 취식 금지 지침에 따라 기내식과 음료 서비스는 제공되지 않는다.

    부산 강서구 김해공항 부근에서 항공기가 비행하고 있다. /연합뉴스
    반응은 뜨겁다. 항공정보포털시스템에 따르면 지난 20일과 21일 LCC들이 운항한 무착륙 관광비행 상품은 90%가 넘는 탑승률을 기록했다. 에어부산은 20일 220석 규모의 항공기 A321에 거리두기로 좌석의 60%인 133석을 판매했는데, 124명이 탑승했다. 에어서울도 21일 같은 규모의 항공기에 120명이 탑승했다. 에어서울 관계자는 "무착륙 항공편 탑승률은 98%까지 올랐고, 제주 노선 항공권 등을 제공하는 기내 경품 이벤트도 많아 수요가 높다"고 말했다.

    높은 수요에도 항공사들은 유의미한 수익을 기대하긴 어렵다고 입을 모은다. 무착륙 관광비행은 당초 유동성 위기를 겪고 있는 LCC들의 타개책으로 주목받았지만, 운항한 지 얼마 되지 않아 공급이 늘면서 가격이 크게 낮아졌다.

    에어부산은 무착륙 관광비행 상품을 4만9000원에 판매했다. 가격은 대폭 낮아졌으나 대마도 상공을 2시간 동안 선회하는 상품 구성은 지난달 9만9000원에 판매된 것과 동일하다. 에어서울은 내달 출발하는 무착륙 항공권 운임가를 7만원부터 책정하고 기내 면세품을 최대 75% 할인된 가격에 판매한다. 제주항공(089590)도 다음달 주말에 출발하는 무착륙 항공권을 7만1000원부터 판매 중이다.

    에어부산 관계자는 "당장은 적자를 보더라도 무작정 여객기를 세워두느니 승객을 1명이라도 더 태워 면세품 판매로 매출을 조금이라도 올리자는 심정"이라고 말했다. 항공기를 주기장에 세워둘 때 나가는 주기료와 공항시설사용료 등 고정 비용이 상당한 데다 각 항공사 소속 조종사들의 비행 자격 유지를 위해서라도 항공기를 띄우는 게 낫다는 판단이다.

    (왼쪽부터 시계방향)에어부산은 24일 출발하는 무착륙 관광비행 운임가를 4만9000원에 책정했다. 에어서울은 3월 출발하는 무착륙 관광비행 항공편을 7만원부터 판매 중이다. 제주항공 역시 3월 출발 무착륙 비행 항공권을 7만1000원부터 판매하고 있다. /에어부산·에어서울·제주항공 웹사이트 캡처
    익명을 요구한 또 다른 LCC 관계자도 "거리두기로 줄어든 판매 좌석 수와 유류비를 비롯해 이착륙비, 조업사 비용 등을 고려하면 1인당 항공운임가가 최소 15만원은 돼야 적자를 보지 않는다"며 "슬롯(특정 시간대에 공항을 이용할 수 있는 권리) 경쟁도 치열해 수익을 창출하기는 점점 더 어려워질 것으로 보이지만, 수익보다는 고정비를 한 푼이라도 줄여보자는 차원에서 울며 겨자 먹기로 하고 있다"고 말했다.

    ‘하늘 위의 호텔’이라 불리는 최대 여객기 A380을 내세워 LCC와 차별화된 무착륙 관광비행에 나선 대한항공(003490)아시아나항공(020560)도 가격 경쟁에 동참했다. 오는 27일 처음으로 무착륙 비행을 운항하는 대한항공은 내달 상품 가격을 대폭 인하했다. 이달 출발편은 일반석(창가) 22만9000만원·비즈니스 좌석 50만원·일등석 70만원에 판매됐으나, 3월 상품은 한진관광에서 일반석 19만9000원·프레스티지석 39만9000원·일등석 49만9000원에 판매 중이다. 여기에 클래스별 탑승 마일리지와 대한항공 프레스티지 라운지 이용권, 국내 호텔 할인쿠폰 등도 제공하며 모객에 나섰다.

    지난 21일 무착륙 비행에서 298석 중 200석을 채워 LCC에 비해 낮은 탑승률을 보인 아시아나항공은 일반석 운임가를 지난해 12월 25만원에서 현재 14만원까지 낮췄다. 아시아나항공 관계자는 "운항 코스를 좀 더 짧게 바꿔 가격 조정을 했다"며 "가격은 시장 상황에 따라 탄력적으로 운영된다"고 말했다.

    한 항공사 관계자는 "모든 항공사들이 비행기를 세워둘 바엔 적자를 보면서도 비행기를 띄우고 있다"며 "당장은 관광비행이나 초저가 항공권 등으로 연명하고 있지만, 이런 상황을 언제까지 버틸 수 있을지 모르겠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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