커넥티드카 이미지.

최근 자동차업계에서 미래차 개발과 관련해 투자를 늘리고 있는 가운데 대형로펌들이 관련 전담팀을 만들어 미래차 분야에 대한 전문성을 강화해 나가고 있다. 미래차 시장이 성장할수록 관련 법률자문 수요가 커질 것이란 판단에서다.

20일 법조계에 따르면 최근 미래차에 대한 자동차 업계의 관심도가 높아지면서 로펌들이 모빌리티 전담팀을 꾸리고 법률자문을 하는 등 발빠르게 움직이고 있다. 국내 기업뿐 아니라 한국 시장 진출을 목표로 하는 외국 자동차 기업도 늘고 있어 미래차 관련 법률자문을 향후 미래 먹거리로 본 것이다.

미래차에는 국토교통부, 산업통상자원부, 환경부, 과학기술정통부 등 여러 부처의 규제가 뒤섞여 있다. 이에 따라 로펌의 도움을 받지 않고선 시장 진출이 어려워 법률자문 수요가 풍부할 것이란 추측이 나온다. 이같은 특징 탓에 로펌들 사이에서도 미래차 전쟁이 시작됐다는 분석이 나오고 있다.

김앤장 법률사무소는 자동차 안전·환경, 통신·위치정보·지도규제 등 다양한 이슈가 종합적으로 다뤄져야 한다는 점을 감안해 변호사와 변리사 및 전문가 50여명으로 구성된 모빌리티 팀을 운영 중이다. 국내 로펌 중에선 최대 규모다.

김앤장의 모빌리티팀은 대표적으로 지난 2018년 외국계 자동차회사의 국내 커넥티드 카 서비스 런칭을 위한 규제 관련 작업을 수행해 국내 최초로 국경간공급협정 승인을 획득했다.

모빌리티 팀 소속 박한우(사법연수원 20기) 변호사는 "지난 수년간 자동차·IT 업계를 선도하는 국내외 고객사들을 대리해 다양한 자문을 제공해왔고 그 과정에서 규제, 산업 및 기술에 대해 압도적으로 많은 전문성과 경험을 축적했다"며 "이를 바탕으로 선례가 존재하지 않는 새로운 법률 문제를 합리적으로 해결할 수 있는 창의력은 타 로펌과 차별되는 김앤장 모빌리티팀만의 장점"이라고 했다.

법무법인 태평양의 경우 미래차 관련 논의가 나오기도 전인 1980년대 후반 국내 로펌 최초로 TMT(Technology·Media·Telecom) 전문팀을 꾸려 활동해왔다. 덕분에 TMT팀에서 파생한 모빌리티팀도 빠르게 자리를 잡을 수 있었다.

특히 미국 전기차 제조업체 테슬라(Tesla)에 위치기반서비스 약관 검토 등에 자문을 제공해 테슬라가 성공적으로 위치정보사업 허가를 취득하는 데 도움을 줬다. 이 밖에도 자동차제작자 및 자동차관리사업 등록과 전기자동차 충전장비 수입에 필요한 인증절차 등 테슬라가 국내 시장에 진출하는 데 필요한 모든 규제 절차에 대한 법률자문을 제공했다.

팀에는 현재 규제, 환경, TMT, 기업법무 등 분야에서 오랜 경험과 전문성을 가진 전문가 30여명이 △내연기관차 규제 △전기차·자율주행차 등 미래차 △스마트 모빌리티 관련 자문을 하고 있다.

팀을 이끌고 있는 류광현(사법연수원 23기) 변호사는 "최근 자동차제조업 및 운송산업 관련 법률자문이 증가 추세에 있으며 특히 커넥티드카 인허가 관련 문의가 많다"며 "자동차산업이 자율주행차 등 스마트 모빌리티 산업으로의 전환이 이뤄지면서 관련 문의가 늘어날 것으로 보고 있다"고 전망했다.

법무법인 광장은 1990년대 말 자동차 제조사 등에 대한 M&A 자문 과정에서 자동차 산업 분야에 대한 전문성 확보가 필요하다고 인식해 일찍이 자동차팀을 구성했다. 이후 미래차 관련 법률자문 수요가 폭증한 2015년, 기존 자동차팀을 모빌리티팀으로 확대·재편해 운영 중이다. 현재 IT 및 자동차 분야 전문변호사인 팀장 김태주 변호사(사법연수원 36기) 등 30여명으로 구성돼있다.

이미 IT, 자동차 분야에 걸쳐 오랫동안 전문성을 키워온 만큼 미래차와 연관 있는 환경, 공정거래, 조세, 노동 등 여러 분야의 법률이슈에 대한 충분한 이해와 전문성을 확보하고 있다는 평가를 받는다.

김태주 변호사는 "경쟁이 치열하고 새로운 비즈니스 모델들이 계속 등장하는 모빌리티 시장에서는 시장 및 산업 관련 규제와 정책 동향, 규제기관의 실무, 사업자들의 니즈에 대한 빠른 이해와 시의적절하며 정확한 자문이 가장 중요하다"며 "광장 모빌리티팀은 배출가스, 안전 규제 등 전통적인 자동차 산업 관련 규제에 대한 풍부한 자문 경험을 바탕으로 산업에 대한 폭넓은 이해를 가지고 있으며, IT, 공정거래, 노동, 조세 분야 등에 최고의 전문성을 가진 변호사들이 협업하며 고객들의 요구를 충족시켜줄 수 있는 자문을 하고 있다"고 말했다.

법무법인 율촌 역시 2016년 미래차 관련 법과 정책을 연구하는 모빌리티팀을 출범시켰다. 현재 기업법무 및 금융 부문 변호사 및 전문인력 30여명이 주요 구성원으로 있다.

율촌의 모빌리티팀장은 황규상(사법연수원 33기) 변호사로, 자율주행차·공유경제 등 모빌리티 산업 관련 법제 및 정책에 대한 연구를 수행하고 있다. 최근에는 국내 모빌리티 산업과 공유경제 모델이 큰 영향을 미친 ‘타다’ 사건을 변호해 무죄판결을 이끌어내기도 했다.

율촌 모빌리티팀은 기업과 정부, 국회, 학계, 연구단체를 한자리에 모아 정기적으로 포럼을 개최할 만큼 업계에 관심이 크다. 포럼에서는 주로 국내외 정책 수립 동향을 공유하고 국내외 입법례, 책임법제, 보험제도 등 모빌리티 산업 관련 정책 및 법제 측면의 전문적인 연구를 진행한다.

지난해 2월 출범한 법무법인 세종의 자동차·모빌리티 전문팀은 비교적 후발주자에 속하지만, 방송통신·정보보호 등 분야와 혼합돼 팀을 운영하는 다른 로펌과 달리 오직 모빌리티만을 전담하는 팀을 별도로 꾸렸다. 그간 국내외 자동차 회사 및 부품회사 등에 자문을 제공해온 게 영향을 미쳤다.

팀은 출범 이후 국제전기자동차엑스포와 ‘전기자동차 산업발전을 위한 업무협약’을 체결하고 강영일 전 한국철도시설공단 이사장을 고문으로 영입하는 등 빠르게 성장하고 있다.

팀은 이용우(사법연수원 28기) 변호사를 주축으로, 자동차 안전분야, 환경, 배출가스, 자율주행 등 분야에서 경험을 쌓은 변호사 20여명이 포진해 있다. 특히 자동차 산업과 관련해 전문성과 경험이 많은 황성익 변호사를 영입해 역량을 한층 강화하기도 했다.

이 변호사는 "미래의 모빌리티는 그 범위가 도로뿐 아니라 공중으로 확장되고 주체도 운전자에서 사용자로 바뀔 것이며, 수동적인 교통인프라에서 통신을 주축으로 한 능동적인 교통인프라 서비스로 변화될 것"이라며 "이로 인해 종전의 개별 법률이나 주무부처에 의한 규제, 감독을 받던 사업자들은 이제 여러가지 법률, 다양한 감독기관들의 요구를 충족해야 하는 상황이 발생할 수밖에 없다"고 설명했다.

법무법인 화우도 2018년 자동차팀을 발족했다. 자율주행(Autonomy)·연결성(Connectivity)·친환경(Environmental)·공유 모빌리티(Sharing)의 앞글자를 따서 ‘ACES’팀이라고 부른다. 사법연수원 28기인 이광욱 변호사가 팀을 이끌고 있다.

화우 자동차팀은 정부와 협업하며 제도 개선에 적극적으로 참여하는 게 특징이다. 자동차팀의 이근우 변호사는 정부 AI법제정비단에서 위원으로 활동하고 있고, 황규호 변호사는 KIST 지능로봇연구단에 파견돼 활동 중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