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로나19로 대중교통 기피 현상
배달에 필요한 이륜차 면허 수요 급증

"연초에 운전면허학원을 등록했는데, 도로주행 수업을 받기까지 5~6주 정도를 기다려야 된다고 하더라."

직장인 이수정(29)씨는 10일 조선비즈와의 통화에서 "코로나 감염이 두려워 출퇴근을 자가용으로 하기 위해 면허를 따려고 했는데 비슷한 이유로 학원을 찾는 사람들이 많아 놀랐다"고 말했다. 그는 "코로나 사태가 끝날 때까지 해외로 나갈 일이 없어 국내를 자유롭게 여행하려는 것도 면허를 따려는 목적"이라고 덧붙였다.

일러스트=정다운

코로나 바이러스 감염증 사태로 재택근무가 늘고 대중교통 이용에 대한 불안도 커지면서 자동차 운전면허를 취득하려는 사람들이 최근 크게 늘었다.

10일 경찰청에 따르면 지난해 신규 운전면허 취득자 수는 전년 대비 9.9% 늘어난 72만6355명을 기록했다. 2017년(60만2명), 2018년(60만1597명), 2019년(66만606명) 등 3년간 60만명대를 유지한 것과 비교해도 눈에 띄게 증가한 수치다.

서울의 한 운전면허학원 관계자는 "1월은 수능 이후라 원래 성수기지만, 코로나 사태 때문인지 예년에 비해 더 많은 수강생이 몰리고 있다"고 전했다.

코로나 여파에도 불구하고 서울 강서구 서울자동차운전전문학원 접수처는 사람들로 붐볐다.

면허를 취득하려는 사람들이 늘면서 운전면허학원의 매출도 증가했다. 하나금융경영연구소가 지난해 12월 발표한 ‘코로나19가 가져온 소비 행태의 변화’ 보고서에 따르면 지난해 1~10월 자동차 운전면허학원의 매출은 전년 같은 기간과 비교해 19% 증가했다.

코로나 확산세가 퍼지기 시작한 지난해 2월부터 자동차 운전면허학원 매출이 늘기 시작했다. 보고서에 따르면 "3밀(밀집·밀접·밀폐) 공간인 대중교통을 이용하기보다 자기 자신만의 운송수단을 이용하고 싶어 하는 소비자들이 늘어남에 따라 자동차 운전면허학원의 매출이 크게 증가했다"고 설명했다.

코로나 사태로 면허를 취득하려는 사람들이 몰린 쪽은 비단 일반 승용차뿐이 아니다. 이륜차 면허시험 응시자 역시 큰 폭으로 증가했다. 코로나로 배달 수요가 폭발적으로 늘어나면서 수요가 급증한 배달 일에 뛰어들기 위해 이륜차 면허를 따려는 사람들이 몰린 것이다.

이륜차 면허시험을 준비 중인 김동민(26)씨는 "코로나로 배달 수요가 늘면서 배달원 모집에 관심이 생겨 면허를 취득하려 한다"면서 "면허 취득 후에 오토바이를 구입해 짬이 날 때는 배달 아르바이트를 하고, 근교로 여행을 갈 때도 이용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도로교통공단에 따르면 지난해 원동기 장치 자전거와 2종 소형을 합친 이륜차 면허시험 응시 건수는 13만9344건으로 전년(11만9772건)보다 16.3% 증가했다.

서울의 한 운전면허학원 관계자는 "대리운전 기사들이 거리두기로 일감이 줄면서 배달 알바를 하기 위해 오토바이 면허를 준비하는 경우가 많다"며 "식당을 운영하는 사람들도 직접 음식을 배달하기 위해 오토바이 면허와 관련된 문의전화가 많이 온다"고 했다.

실제로 코로나 확산 이후 ‘집콕족’이 증가하면서 지난해 온라인 배달음식 거래액은 78.6% 늘었다. 통계청의 ‘2020년 연간 온라인쇼핑 동향’에 따르면 피자·치킨 등 온라인 주문으로 배달되는 음식 서비스 거래액은 17조3828억원으로 전년 대비 78.6% 증가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