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중은행 정기예금(12개월 만기 기준) 금리가 연 0~1%에 불과한 저금리 시대. 금융감독원 금융상품 비교공시에 따르면 현재 은행권 1년 만기 일반 정기예금 상품 기본금리는 세후 연 0.38~1.10% 수준이다. 1000만원을 1년간 은행에 넣어두면 이자소득세를 제외한(15.4%) 평균이자가 최저 3만8000원에 불과하다는 의미다.

은행에 목돈을 저축하고 이자로 돈을 불리던 시대가 갔다고들 하지만, 여전히 은행들은 재테크를 고민하는 금융 소비자를 위한 다양한 상품을 선보이고 있다. 이 수많은 상품 목록들을 잘 솎아보면 안전하면서도 쏠쏠한 이득을 얻을만한 상품들이 종종 눈에 띈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사태를 뚫고 어렵게 취업에 성공한 새내기 직장인들을 포함한 ‘젊은 금융소비자’ 특화 상품부터, 은퇴를 앞뒀거나 이미 은퇴한 노령층을 위한 신탁 상품이 그 예다. 설을 맞아 주요 시중 은행이 야심차게 내놨지만, 아직 이름이 덜 알려진 예비 ‘간판 상품’을 은행에 직접 물었다.

◇ ‘젊은 층을 잡아라’ 2030 직장인 겨냥 고금리 적금

신한은행이 선보인 ‘쏠편한 작심3일 적금’은 만기까지 최소 1년에서 길게는 3년이 걸리고, 매달 몇십 만원씩 자동이체로 빠져나가게 설정해야 하는 기존 적금의 불편한 점을 개선해 내놓은 상품이다. ‘작심삼일’이라는 이름은 여러 번 반복하면 목표를 이룰 수 있다는 아이디어에서 나왔다.

신한은행이 선보인 ‘쏠편한 작심3일 적금’.

이 상품은 가입기간이 6개월에 그칠 정도로 짧고, 요일별 소액자동이체를 통해 가입 문턱을 낮췄다. 자유적립식으로 금융 소비자가 직접 원하는 요일을 골라 매주 세 번까지 자동이체를 설정할 수 있고, 월 저축한도는 50만원이다.

기본이율은 연 1.1%로 생각보다 높지 않지만, 자동이체 요일이 늘어날수록 우대금리가 최고 연 0.3% 더 붙는다. 요일을 하나만 택해 자동이체를 등록하면 연 0.10% 우대, 두 개를 고르면 연 0.20% 우대, 세 개 요일 자동이체 등록 시 연 0.30%를 우대해주는 식이다. 이 상품은 비대면 전용이라 굳이 창구를 찾을 필요없이 신한은행 모바일 앱 쏠(SOL)에서 간편하게 가입하면 된다.

KB국민은행은 새내기 직장인들을 위한 ‘통장 쪼개기’ 상품을 새해 금융상품으로 추천했다. 만18~38세만 가입할 수 있는 ‘KB마이핏통장’은 통장 하나를 관리 목적에 따라 기본비·생활비·비상금으로 분리해 관리하는 ‘쪼개기’가 핵심 기능이다. 비상금으로 분리한 금액은 최대 200만원까지 연 1.5% 이율을 제공한다.

마이핏 통장과 묶음으로 판매하는 KB마이핏적금은 만 18세 이상, 만 38세 이하 실명 개인이 가입하는 적금상품이다. 매월 1000원 이상, 50만원 이하 금액을 자유롭게 저축할 수 있으며, 이율은 1년 기준 최고 연 2.7%(우대이율 포함)로 기존 적금보다 훨씬 높은 편이다.

KB마이핏통장.

하나은행은 오늘 하루 수고한 자신에게 소소한 용돈을 선물하고픈 금융 소비자를 위해 ‘셀프-기프팅’ 적금 상품을 선보였다. 셀프 기프팅은 본인이 보상 차원에서 자신을 위한 지출에 아낌없이 돈을 투자하는 트렌드를 말한다.

이 상품은 기본 금리가 0.3%로 낮다. 그러나 은행 앱 내 ‘선물상자’에 접속해 퍼즐을 완성하고 우대항목별 ‘금리받기’ 버튼을 누르면 최대 연 1.8%에 이르는 우대금리를 받을 수 있다. 퍼즐을 완성하면 최대 연 1%, 신규 계좌를 트면 여기에 0.5%를 추가하고 친구추천과 자동이체에 연 0.3%씩 우대금리를 더하는 식이다. ‘퍼즐을 맞춰야’ 완성되는 상품인 셈이다.

우리은행은 사회 초년생들을 위해 ‘첫급여 우리패키지’를 출시하며 새해 마케팅을 시작했다. 이 패키지는 첫급여 우리통장, 첫급여 우리적금, 우리 첫급여 신용대출로 구성된 상품이다. 급여이체만 받으면 우리은행이 제공하는 모든 우대 혜택을 받을 수 있어 이것저것 따지기 싫은 젊은 금융소비자에게 꼭 맞는다.

첫급여 우리통장을 개설하고, 급여이체 조건만 충족하면 우리은행을 거래할 때 발생하는 각종 수수료를 무제한 면제해준다. 이 통장에는 첫급여 우리적금을 매월 100만원 이하로 자유롭게 적립도 가능하다. 마찬가지로 급여이체 우대조건만 충족하면 최고 연 2.2%(기본금리 1.1%·우대금리 1.1%포인트) 금리를 준다. 여느 때보다 신용대출이 빡빡한 시기지만, 우리 첫급여 신용대출은 직장에 1개월 이상 재직 중인 금융 소비자라면 누구나 대출을 받을 수 있다. 급여이체 조건만 충족하면 금리우대 혜택도 준다.

그래픽=김란희

NH농협은행이 선보인 적금 상품 중에 NH직장인월복리 적금도 급여이체 실적에 따라 금리 우대 혜택을 주는 직장인 전용상품이다. 기본금리가 0.95%로 낮지 않고, 여기에 요건을 충족할 경우 우대금리를 최대 0.8%까지 제공한다.

NH농협은행 관계자는 "금리 계산도 복리로 계산하는 상품이기 때문에 상대적으로 금리가 높은 편"이라고 설명했다.

지방은행 가운데 독특한 상품을 자주 내놓는 전북은행 역시 젊은 금융소비자들을 서둘러 잡기 위해 ‘플러스영(PLUS YOUNG) 패키지’를 새로 내놨다. 이 패키지는 만 18세 이상 34세 이하만 가입할 수 있다.

‘JB 플러스영 통장’을 만들면 200만원까지 연 1% 이율을 제공하고, 이체 수수료 등 각종 수수료를 무제한 면제해준다. ‘JB 플러스영 적금’은 월 20만원까지 자유롭게 입금할 수 있는 1년짜리 적금으로, 금액에 상관없이 적금 자동 이체를 신청하면 최고 연 3% 이자를 준다.

◇ ‘노후를 부탁해’ 4050 여생 책임지는 은행권 신탁

증시가 호황이지만, 믿을 건 노후자금뿐인 50·60세대에게 변동성이 큰 주식시장은 남은 인생을 두고 벌이는 도박판일 수도 있다. 은행은 마땅히 수익을 낼 만한 투자처를 못 찾은 이들을 상대로 노후자금을 굴리는 신탁 서비스를 제공한다.

신탁(信託)은 말 그대로 ‘믿고 맡겨달라’는 취지의 금융 상품으로, 은행은 고객들이 맡긴 돈을 채권, 주식, 부동산 등에 투자하고, 관리·처분까지 해주는 일종의 자산 관리 서비스다. 단순히 높은 수익을 추구하기보다는 재산을 안정적으로 관리해주고, 세상을 떠났을 때 남은 자산처리와 상조 서비스까지 맡아주는 식이다.

기업은행이 지난해 10월 말 출시한 ‘IBK안심상조신탁’은 상품이 나온 지 한 달여 만에 가입자 수가 5000명을 넘어서며 인기몰이를 했다.

이 상품은 최소 5만원에서 최대 500만원까지 납입할 수 있다. 중도 해지 수수료는 없고, 본인 유고 시엔 상조 회사 서비스를 15%가량 할인된 가격으로 이용할 수 있다. 수탁자인 은행이 납입 금액으로 직접 상조 비용을 결제해준다. 납입액이 350만원 이상이면 배우자, 직계존비속 유고 시에도 할인된 가격으로 상조 서비스를 이용할 수 있다.

기업은행 관계자는 "고령인구나 1인 가구가 늘어나면서 ‘웰 다잉(well dying)’을 준비하는 수요가 늘어나는 점에 착안해 상품을 출시했다"며 "절반가량이 50대 이상 가입자이지만, 30대 이하 가입자도 28%나 된다"고 말했다.

그래픽=김란희

하나은행이 출시한 사전증여신탁은 신탁 상품의 낮은 수익률을 극복하는 데 초점을 맞췄다. 이 상품은 상장지수펀드(ETF)를 활용해 지수, 채권, 금 등 대체 자산에 분산 투자한다.

하나은행은 신탁상품에 개인형IRP(퇴직연금)를 결합한 ‘100년 안심 케어신탁 연금채움’ 통장 상품도 운영한다. 이 상품은 노후 케어, 상속, 생활비 지급이라는 3가지 핵심 기능을 탑재한 생활 관리형 신탁상품에 개인형IRP를 결합해 줄줄이 새기 쉬운 은퇴 전후 자산을 통장 하나로 관리해준다. 여기에 연금수령 기능을 금융권 최초로 개인형 IRP와 연계해 편의를 더했다.

하나은행 관계자는 "입출금통장으로만 연금 수령이 가능하던 제약을 뛰어넘어 신탁계좌로도 수령 가능하다"고 설명했다.

KB국민은행이 출시한 ‘KB내생애신탁’은 최소 가입 금액 3억원 이상으로 다소 높지만, 건강이 나빠질 땐 의료비나 생활비를 지급받을 수 있다는 장점이 있다. 사후엔 상속이나 기부 등 자산 처리도 은행이 해준다. 통상 신탁 상품이 국채 같은 초(超)안전자산에 투자되는 것과 달리, 이 상품은 가입자가 투자처와 방식을 정할 수 있어 상대적으로 높은 수익률을 낼 수 있다.

KB국민은행 관계자는 "이 상품 출시 전에도 상속과 증여를 안정적으로 할 수 있는 상품을 찾는 사람들이 많았다"며 "지금처럼 저출산·고령화·저금리 기조가 이어진다면 믿을 만한 금융기관에 자산을 맡기려는 수요가 계속 늘어날 것으로 보고 있다"고 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