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범수 카카오 의장 "재산 절반 기부하겠다"
가족들끼리 근무하며 카카오 배당수익 40억 챙긴
케이큐브홀딩스 지배구조 의혹 돌파 의지 풀이
'사상 첫 매출 4조 돌파' 이익공유제 압박도 작용

김범수 카카오 이사회 의장.

카카오를 창업한 김범수 이사회 의장이 8일 사회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재산의 절반 이상을 기부하겠다는 뜻을 전격 밝히면서 그 배경에 관심이 쏠리고 있다. 정확한 금액을 특정하진 않았지만, 김 의장의 재산이 개인 명의로 보유한 카카오 주식 1250만주(전날 종가 기준 5조7000억원) 등 총 10조원이 넘는 것으로 추산되는 만큼 최소 5조원 이상을 기부하겠다는 뜻을 비친 것으로 풀이된다.

업계에서는 최근 안팎에서 회사 지배구조 의혹이 점점 불거지며 김 의장을 강하게 압박해온 것이 이번 재산기부 결정에 큰 영향을 미친 것 아니냐는 해석이 나온다. 정부·국회가 신종 코로나 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으로 인해 얻은 이익을 사회에 돌려줘야 한다는 취지의 ‘이익공유제’ 참여를 압박하고 있는 점 등도 복합적으로 영향을 미친 것으로 풀이된다. 오는 9일 지난해 실적 발표를 앞두고 있는 카카오는 역대 최대 실적을 갈아치울 것이 확실시되고 있다.

◇ 김범수 의장 발목 잡은 케이큐브홀딩스 지배구조 논란은?

최근 카카오의 2대주주인 케이큐브홀딩스 지배구조 논란이 지속되고 있다. 김 의장이 지분 100%를 보유하고 있는 케이큐브홀딩스는 카카오 지분 11.22%를 보유하고 있는 2대주주로 사실상 카카오의 지주회사라는 평가를 받는다. 김 의장의 남동생인 화영씨가 대표를, 김 의장과 그의 아내 형미선씨가 기타 상무이사를, 김 의장이 아들, 딸이 직원으로 근무하고 있는 점도 논란거리다. 화영씨는 올해 초 케이큐브홀디스 대표직에서 물러나 현재는 사내이사였던 김탁흥씨가 후임으로 회사를 이끌고 있다. 지난 2019년 기준 케이큐브홀딩스의 총임직원 수는 5명으로 이들이 가져간 카카오 배당수익만 40억원을 웃도는 것으로 알려졌다. 급여 등으로 쓴 돈도 24억원 규모였다. 김 의장의 자녀 2명은 지난해 추가로 입사했다.

이런 논란에 카카오 측은 케이큐브홀딩스는 김 의장 개인 소유의 투자회사일 뿐, 카카오와는 업무적 연관성이 없다고 해명하고 있다.

그래픽=김란희

그럼에도 카카오 내부에서조차 의혹은 지속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내부 커뮤니티에는 ‘회사 지배구조 의혹을 적극 해명하라’는 취지의 글이 올라오기도 했다. 케이큐브홀딩스가 카카오의 주요 의사결정에 영향을 줄 수 있는 지분을 가진 2대 주주이면서도 대기업집단의 규제 범위에 포함돼 있다는 점이 지적된 것으로 알려졌다. 케이큐브홀딩스의 의미를 개인 투자회사로 평가절하할 수 없다는 취지다.

또 "브라이언(김 의장의 영어 이름)은 재벌 총수 같은 이미지가 아니었다. (케이큐브홀딩스) 문제에 대해 토론할 수 있을까, 어떤 방식으로든지 브라이언과 소통할 수 있는 기회가 열리길 바란다"고 김 의장에게 직접 해명을 요구한 것으로도 전해졌다.

◇ 코로나 특수에 역대 최대 실적 확실시되는 것도 부담

최근 정치권 등을 중심으로 이익공유제 압박이 이어지고 있는 것도 사회문제를 위해 5조원가량을 쾌척한 배경이라는 해석이 나온다. 증권가에서는 카카오의 지난해 매출이 전년보다 1조원 정도 늘어난 4조원을 넘어설 것이란 전망이 나오고 있다. 영업이익 또한 전년보다 2배나 증가한 4500억원에 달할 것이란 예상이다. 코로나19로 전 사회가 비대면 전환되고, 이런 분위기가 장기화하면서 국내 인터넷·모바일 플랫폼 업체들이 특수를 봤으니 이를 어느 정도 공유해야 한다는 압박이 커지고 있는 것이다.

김 의장은 이날 직원들에게 공유한 카톡메시지에서 "지난 3월 카카오 10주년을 맞아 사회문제 해결의 주체자가 되자고 제안드린 후 무엇을 할지 고민이 많았다"면서 "격동의 시기 사회문제가 다양한 방면에서 더욱 심화되는 것을 목도하며 더이상 결심을 더 늦추면 안 되겠다는 생각이 들었고, 앞으로 살아가는 동안 재산의 절반 이상을 사회문제 해결을 위해 기부하겠다는 다짐을 하게 됐다"고 밝혔다. 그는 이어 "이 다짐은 공식적인 약속이 될 수 있도록 적절한 기부서약도 추진 중"이라고 덧붙였다.

김 의장은 "(기부금을) 구체적으로 어떻게 사용할지는 이제 고민을 시작한 단계이지만, 카카오가 접근하기 어려운 영역의 사회문제 해결을 위해 사람을 찾고 지원해 나갈 생각"이라며 "구체적인 플랜은 직원 여러분들에게 지속적으로 공유드리며 아이디어도 얻고 기회도 열어 드리도록 하겠다"고 설명했다. 그는 직원들의 의견 수렴을 위해 크루(직원) 간담회도 열 예정이라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