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무역기구(WTO) 사무총장 선거에서 최종 2인에 올랐던 유명희 산업통상자원부 통상교섭본부장이 후보에서 사퇴하기로 결정했다.
산업부는 5일 유 본부장이 차기 WTO 사무총장 후보직을 사퇴하고, 이를 WTO에 통보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WTO는 작년 하반기에 사무총장 선출을 위해 총 3차례의 라운드(회원국 협의)를 진행했고, 지난해 10월28일 최종 WTO 회원국들의 차기 사무총장 선호도 결과를 발표했다.
유 본부장은 선호도 조사에서 나이지리아의 응고지 오콘조 이웨알라 후보에 비해 선호도가 뒤쳐졌다. 당시 산업부는 보도자료를 통해 "오콘조 이웨알라 후보가 WTO 사무총장 선출을 위한 결선 라운드에서 더 많은 득표를 했다"고 밝혔다.
이후 유 본부장은 WTO의 제안대로 오콘조 이웨알라 후보가 사무총장이 될 수 있도록 후보직을 사퇴하거나, 마지막 절차인 회원국 협의에서 역전을 노릴 수 있는 상황이었다.
WTO 규정상 선호도 조사에서 더 낮은 지지를 받았다고 해서 바로 레이스를 포기해야 하는 것은 아니기 때문이다. WTO 사무총장은 특정 후보의 선출에 반대하는 회원국이 없어야 사무총장으로 임명 가능하다. 당시 미국 측 반대로 최종 컨센서스가 이뤄지지 않으면서 선거 절차가 중단된 것으로 알려졌다.
이에 유 본부장은 WTO 회원국들의 차기 사무총장에 대한 컨센서스 도출을 위해 미국 등 주요국과 협의를 진행해 왔다.
하지만 지난달 새롭게 미국 바이든 행정부가 들어서면서 상황이 달라졌다. 바이든 행정부는 현재 ‘트럼프 지우기’를 강하게 추진하고 있다. 트럼프 행정부의 유 본부장 지지를 과거의 정책으로 보고, WTO 다수가 지지한 나이지리아 후보 지지로 의견을 틀 수도 있다는 얘기가 많았다.
정부는 유 본부장의 후보 사퇴를 WTO에 공지한다는 계획이다. 이후 사무총장 선출 관련 향후 절차·일정은 WTO 일반이사회 의장이 회원국과 협의 후 공지할 것으로 예상된다.
산업부 관계자는 "WTO의 기능 활성화 필요성 등 각종 사안을 종합적으로 감안, 후보직 사퇴를 결정했다"며 "정부는 앞으로도 책임 있는 통상강국으로서 다자무역체제의 복원‧강화를 위해 다방면으로 기여해나갈 예정"이라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