억대 연봉에 매년 성과급까지 받던 정유업계, 올해는 못 받아
항공사 "성과급은 금기어"… 삼성重·대우조선, 수년째 미지급
최근 SK하이닉스(000660)와 SK텔레콤(017670)노사가 성과급 문제로 갈등을 빚고 있는 가운데, 성과급을 받지 못한 다른 대기업 직원들 사이에서는 ‘배부른 소리’라는 반응이 나온다. 일부 기업은 업황이 장기 불황이라 수년째 성과급을 못 받았고, 어떤 기업은 부서에 따라 ‘성과급 양극화’ 현상이 나타나기도 한다.
5일 재계에 따르면 통상 기본급의 300~400% 수준의 성과급을 지급하던 정유업계는 올해 성과급을 지급하지 않기로 했다. 최근 몇년간 이어졌던 호황이 급격히 꺾인데다, 저유가에 따라 지난해 매출도 대폭 줄었기 때문이다. 정유 4사의 지난해 누적 손실은 5조원에 이르는 것으로 추산된다.
업계 리더격인 SK이노베이션(096770)의 경우 지난해 기본급의 495%의 성과급을 지급했다. 2019년에는 850%를 성과급을 지급하며 산업계의 주목을 받기도 했다. 그러나 작년에 약 2조5000억원의 영업적자를 기록하면서 올해는 성과급을 지급하지 않기로 했다. SK이노베이션은 설을 앞두고 격려 차원에서 직원들에게 성과급 대신 격려금과 고기를 주기로 했다.
성과급 제도가 없는 현대오일뱅크는 실적에 연동하는 변동급여를 지급했다. 그러나 지난해 적자를 기록해 변동급여를 지급할 수 없게 됐다. GS칼텍스, S-Oil(010950)등 전통적으로 후한 성과급을 지급했던 업체들도 올해 성과급이 없다.
에쓰오일 직원은 "3년 전만 해도 기본급의 1000%에 달하는 성과급 잔치를 벌였는데, 이젠 주력 사업에서 적자까지 나 좋은 시절은 저물었다고 봐야 한다"고 했다.
코로나19로 ‘최악의 보릿고개’를 겪는 항공업계도 성과급을 기대하기 힘들긴 마찬가지다. 대한항공(003490)은 지난해 2383억원의 영업이익을 기록했다. 전년도 영업이익인 2864억원 대비로는 17% 줄었지만 코로나19 위기 속에서 흑자를 달성했다. 다만 임원들이 지난해 4월부터 임금을 반납하고 직원들이 순차 무급휴직을 진행 중이어서 성과급은 ‘금기어’가 됐다. 그동안 대한항공은 영업이익에서 이자 비용을 제외한 자금으로 월급의 최대 100%까지 성과급을 지급했다.
아시아나항공(020560)의 경우 2011년 3월 이후 10년간 성과급을 지급하지 않았다. 아시아나는 2012~2014년 3년간 노사 합의에 따라 소정의 격려금이 지급된 바 있다. 지난해 3분기 말 기준 아시아나의 부채비율은 2432%다. 아시아나 내부에선 대한항공과의 합병이 마무리되고 항공업도 정상화된 이후에나 성과급을 기대해볼 수 있다는 전망이 나온다.
업황 부진이 계속되는 조선·중공업의 경우 성과급을 지급하는 업체가 거의 없다. 전통의 강성 노조로 꼽히는 현대중공업만 수익성 악화에도 성과급이 매년 지급되고 있다. 삼성중공업(010140)과 대우조선해양은 수년째 성과급이 지급되지 않고 있다.
같은 그룹사 내에서도 성과급으로 희비가 갈리기도 한다. LG전자(066570)의 경우 사업 조직별로 경영 성과에 따라 기본급의 최대 500%의 성과급을 지급했다. 그러나 적자를 기록한 휴대전화, 자동차 부품 조직은 성과급을 지급하지 않고 격려금 100만원을 전달했다. 23분기 적자를 기록한 스마트폰(MC)사업부는 수년째 성과급을 받지 못하고 있다.
한 대기업 직원은 "성과급은 보통 연봉에 포함해서 생각하기 때문에 성과급이 줄거나 나오지 않으면 연봉이 줄어드는 것과 마찬가지"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