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 자율주행 스타트업들로 투자금이 쏟아지고 있다. 자율주행 소프트웨어부터 인공지능(AI) 반도체, 로보택시까지 자율주행차 산업 생태계의 신생 회사들이 탄탄한 자금을 무기로 기술 경쟁력을 높여가고 있다. 특히 미·중 기술 전쟁 속에 기술 자립을 선언한 중국 정부는 자율주행 산업의 주도권 확보를 위해 전폭적인 지원에 나섰다. 자율주행은 AI, 빅데이터, 5G(5세대 이동통신), 클라우드 등 첨단기술이 집약된 미래 핵심 산업으로 꼽힌다.

자율주행 시스템 개발사 위스커지(馭勢科技·영문명 UISEE)는 중국 정부가 조성한 펀드 등으로부터 10억 위안(약 1730억 원)을 투자받았다고 지난달 25일 밝혔다. 이 펀드는 중국 정부가 제조업 업그레이드를 위해 2019년 11월 1472억 위안(약 25조 원) 규모로 만든 것으로, 정부 기관·국유 기업 20곳이 자금을 댔다.

지난해 2월엔 독일 자동차 부품 제조사인 보쉬와 광둥성 선전시 산하 선전캐피털그룹 등이 위스커지에 투자했다. 중국 벤처캐피털 전펀드와 시노베이션벤처스 등도 초기 투자자로 이름을 올리고 있다.

중국 베이징의 자율주행 시스템 개발사 위스커지(UISEE)의 무인 운송 차량.

위스커지는 미국 반도체 기업 인텔의 중국 연구소(인텔 랩스 차이나) 대표 출신인 우간사가 2016년 베이징에서 세운 회사다. 물류 운송, 공항 버스 운행, 발렛파킹 등에 이 회사의 AI 기반 무인주행 시스템이 이용된다. 완성차 제조사들도 위스커지의 자율주행 기술을 속속 도입했다. 중국 상하이자동차(SAIC)와 류저우 우링자동차, 미국 제너럴모터스(GM)의 중국 합작사(SAIC-GM-우링)는 광시좡족자치구 공장에서 운전자가 없는 부품 운반용 전기 트레일러를 운영 중이다.

위스커지는 이번 투자금을 승용차를 포함한 완전 자율주행차 기술 개발에 쓸 것이라고 밝혔다. 창업자인 우간사 최고경영자는 "위스커지는 다른 회사의 첨단운전자보조시스템(ADAS)을 뛰어넘어 무인주행 기술 개발에 집중하고 있다"고 했다.

중국 자율주행차용 AI 반도체 제조사인 디핑셴의 AI 기술이 들어간 창안자동차의 전기차.

자율주행차용 AI 칩을 생산하는 디핑셴(地平綫·영문명 Horizon Robotics)도 최근 잇따라 투자를 유치했다. 디핑셴은 중국 인터넷 기술 기업 바이두에서 AI 연구소와 자율주행 사업부를 이끌었던 위카이가 2015년 베이징에서 설립한 회사다. 딥러닝 기술을 적용해 자율주행차·로봇·스마트 카메라용 반도체를 만든다.

디핑셴은 중국 배터리 제조사 CATL, 영국 투자사 베일리 기포드, 중국 투자사 YF캐피털 등으로부터 4억 달러(약 4400억 원)의 투자를 받았다고 지난달 7일 밝혔다. 지난해 12월에도 힐하우스캐피털 산하 GL벤처스 등에서 1억5000만 달러(약 1600억 원)를 유치했다. 이번 자금 유치는 디핑셴이 총 7억 달러 규모의 시리즈C 단계 투자금을 확보하는 과정에서 이뤄졌다.

디핑셴 창업자 위카이(왼쪽) 최고경영자와 가오리신 체리자동차 사장.

위카이 최고경영자는 "레벨 4~5(운전자가 없이 AI 스스로 운전하는 자율주행 단계)용 자율주행 반도체 개발에 투자금을 쓸 것"이라고 밝혔다. 상반기엔 레벨 4 자율주행 시스템용으로 설계된 반도체 ‘저니(Journey) 5’를 출시할 예정이다.

중국 관영 차이나데일리는 "디핑셴은 중국 본토에서 차량용 AI 반도체를 생산할 능력을 갖춘 첫 회사로, 미국 엔비디아 등과 경쟁한다"고 했다.

자율주행 택시인 로보택시를 운영하는 스타트업들도 추가 자금을 확보했다. 광저우의 위라이드(WeRide·중문명 文遠知行 원위안즈싱)는 지난달 초 중국 최대 전기버스 제조사 위퉁 등으로부터 3억1000만 달러(약 3400억 원)의 시리즈 B 단계 투자를 유치했다. 위라이드는 현재 일반인을 대상으로 로보택시 서비스를 운영 중이다. 광저우와 미국 실리콘밸리에 본사를 둔 포니닷에이아이(Pony.ai·중문명 小馬智行 샤오마즈싱)도 지난해 11월 2억6700만달러(약 3000억 원)를 추가로 유치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