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러스트.

1년 넘게 이어지고 있는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사태에 영업난을 호소하는 형사 전문 로펌들이 늘고 있다. 코로나19 추가 확산 방지를 위한 사회적 거리두기로 대면 활동이 크게 줄어들자 이들이 담당하는 접촉형 범죄 사건 자체가 감소했기 때문이다.

25일 법조계에 따르면 최근 강도와 폭행 등 접촉형 범죄 사건을 담당하는 형사 전문 로펌들의 일감이 대폭 줄었다.

실제 치안정책연구소가 발간한 ‘치안전망 2021’에 따르면 5대 범죄(살인·강도·강간·절도·폭력) 발생률과 112 신고건수 모두 코로나19 대유행이 시작된 지난해 감소세를 보였다.

2020년 9월 기준, 5대 범죄 발생 건수는 35만3126건으로 전년 동기(36만7709건) 대비 4.0% 감소했다. 특히 강도 발생 건수는 2019년 9월 637건에서 2020년 9월 538건으로 대폭(15.5%) 줄었다. 폭력 발생 건수 역시 2020년 9월 20만584건 발생하는 데 그쳐 발생률이 전년 동기(21만3123건) 대비 5.9% 떨어졌다.

치안수요를 직접적으로 나타내는 112 신고건수는 지난 5년 가장 적은 건수를 기록했다. 연도별 112 신고 건수는 △2015년 1만9104건 △2016년 1만9567건 △2017년 1만8953건 △2018년 1만8730건 △2019년 1만8976건으로 매년 비슷한 수준을 유지했으나 지난해에는 10월까지 112 신고 건수가 1만5522건으로 대폭 줄었다.

이는 수도권에서 5인 이상 집합 금지, 9시 이후 영업 금지 등 강화된 사회적 거리두기가 이어지면서 형사 사건이 가장 많이 일어나는 밤 시간대 활동이 줄어든 점이 영향을 미친 것으로 풀이된다.

접촉형 범죄 감소가 감소함에 따라 형사 전문 변호사들은 "사실상 먹거리가 줄어들었다"며 어려움을 호소하고 있다. 특히 중소형 로펌들 위주로 접촉형 범죄 감소 영향을 크게 받고 있다.

서초동 한 형사 전문 변호사는 "이미 지난 한 해 형사 사건 관련 문의, 사건 진행 건수가 많이 줄어 영업에 어려움을 겪었는데 올해 분위기도 비슷할 것 같다"라며 "코로나19로 인한 사회적 위축과 욕구 억제의 피로가 누적돼 범죄로 표출될 가능성도 있지만 사회적 거리두기가 유지되고 우리 사회 내에서 대인 접촉 회피 경향이 이어지는 이상 상황이 나아질 가능성은 적다고 본다"고 했다.

형사 전문 로펌 소속 한 변호사 역시 "밤늦게 술을 먹고 일어나는 폭행 또는 강도, 절도 사건이 줄어든 데 비해 지능범죄, 사이버범죄 등 비대면 범죄 상담과 사건은 늘어났다"며 "특히 코로나 재난지원금과 정부지원대출 등을 빙자해 현금인출, 계좌이체를 요구하는 등 나날이 새로운 수법의 범죄가 늘고 있어 관련 사건들을 쭉 담당해온 로펌들은 되레 호황"이라고 했다.

이처럼 형사 사건 자체는 줄었지만 올 들어 검경 수사권 조정이 시행되면서 경찰 쪽 수사 경험이 있는 변호사들의 몸값은 높아졌다. 로펌업계가 ‘경찰대 출신 모시기’에 분주한 상황이다.

한 대형로펌 관계자는 “그야말로 굵직한 형사사건에 투입할 수 있는 형사팀 변호사를 찾고 있다”면서 “경찰 쪽 경험이 있는 변호사 구하기가 요즘 너무 힘들다. 영입경쟁이 치열하다”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