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기도 등 10여개 지자체 '보편 지급'
제주·부산·인천은 피해 업종 '선별 지급'

설 명절을 앞두고 일부 지방자치단체들이 재난지원금 지급에 나섰다. 그러나 지자체마다 지급 금액과 대상이 달라 형평성 논란이 일고 있다. 전문가들은 지자체 간의 지나친 복지 경쟁을 우려하면서 중앙정부의 선별복지 방침에 맞춰 가는 것이 바람직하다고 지적했다.

홍남기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이 지난달 29일 오전 서울 종로구 정부서울청사 브리핑실에서 긴급재난지원금을 비롯한 코로나19 확산에 대응한 맞춤형 피해지원대책을 발표하고 있다.

20일 각 지자체에 따르면 경기도는 지난 19일 전 도민에게 10만원씩 지급하는 2차 재난기본소득 지급을 확정했다. 이재명 경기도지사는 이날 오전 ‘경기도민 2차 재난기본소득 지급 확정안’ 발표 기자회견을 열고 "소액의 재난지원금 지금이 방역에 방해가 되지 않는다는 판단을 내렸다"며 "20일 0시 기준 경기도에 거주하거나 태어난 모든 사람에게 지급하며, 지난번 소외됐던 등록외국인들에 대해서도 공평하게 지급할 것"이라고 밝혔다.

지급 시기에 대해선 "방역 상황에 맞췄으면 좋겠다는 더불어민주당의 권고에 따라 지급 시기를 신중하게 결정하기로 했지만 가장 신속하게 지급할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밖에 강원 강릉시·인제군, 경남 산청군·고성군, 경북 울진군, 전남 순천시·해남군·영암군, 부산 중구·기장군, 전북 정읍시 등도 1인 10만원의 재난지원금을 선불카드나 지역화폐로 지급할 방침이다. 울산시는 가구당 10만원을 지급한다. 보편복지 재난지원금 규모가 가장 큰 전남 여수시는 1인당 25만원을 지급하기로 했다.

사회적 거리두기 조치로 인한 피해업종 종사자들을 중심으로 선별적으로 지원금을 지급하겠다고 밝힌 지자체도 있다. 제주도는 전날 업종과 매출액, 정부 재난지원금 수령 여부 등에 따라 50~250만원의 지원금을 선별적으로 지급하겠다고 밝혔다. 원희룡 제주도지사는 "생존의 위기에 내몰린 도민을 위해 ‘제주형 4차 재난지원금’을 지급한다"며 "생존의 벼랑 끝에 있는 도민들과 취약계층을 최우선으로 살려내야 한다"고 밝혔다.

부산시도 사회적 거리두기 조치로 인한 집합금지 업종에 100만원, 영업제한 업종에 50만원을 선별적으로 지급할 방침이다.

지난 18일 부산 해운대구 주요 상권 곳곳이 폐업했거나 임대 중인 가게들이 보이고 있다. 코로나19로 인한 정부 방침에 따라 장기간 강제휴업을 하면서 임대료를 내지 못해 강제로 가게 문을 닫게 되는 가게들이 속출하고 있다.

이처럼 지자체마다 다른 재난지원금 방침에 시민들 사이에선 볼멘소리가 나오고 있다.

소상공인과 취약계층 등을 대상으로 한 선별 지급 방침을 밝힌 인천시 홈페이지 청원 게시판에는 재난지원금 관련 민원이 이어지고 있다. 시민들은 "경기도는 또 1인당 10만원씩 준다는데 인천은 없느냐" "경기도에서 2차 재난기본소득 얘기가 나오는데 인천 시민도 공평하게 받을 수 있게 해달라" "다른 시에서도 (재난지원금을) 많이들 지급한다고 하던데 항상 인천은 뒤로 빠져있다"며 보편 지급을 요구하고 있다.

시장 공석에 예산 문제까지 겹쳐 보편적 재난지원금 지급 계획이 없는 서울 지역 커뮤니티에도 "서울은 왜 (지원금이) 없느냐" "지금까지 가장 강도 높은 사회적 거리두기 조치를 내려놓고 재난지원금은 안 준다" "경기도가 부럽다" 등의 불만이 올라왔다.

전문가들은 지자체 간의 적당한 정책 경쟁은 필요하다면서도 중앙정부의 재난지원금 선별 지급 원칙에 어긋나 보편 지급을 남발하는 상황에 대해 우려를 표했다.

김태윤 한양대 행정학과 교수는 "각 시도군은 자치단체인 만큼 복지 정책에 대해 각자 다른 입장을 갖는 것은 당연하지만, 다른 지자체에 상대적 박탈감을 줄 수 있는 정책들에 대해선 중앙정부와의 조율이 필요하다"며 "지자체들의 재난지원금 보편 지급은 장기적으로 재정 건전성과 넓게 보면 국민 통합을 해칠 수 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