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요 식품 기업의 오너 3세들이 연말 인사에서 연달아 승진하면서 세대교체가 가속화되고 있다.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위기 속에 경영 시험대에 오른 3세들이 어떤 리더십을 발휘할지 업계의 관심이 집중되고 있다.
30일 업계에 따르면 하이트진로는 박문덕(70) 회장 장남인 박태영(42) 부사장과 박재홍(38) 전무가 각각 사장, 부사장으로 승진하며 3세 형제 경영 체제가 본격화됐다. 박태영 사장은 5년간 경영전략본부장으로서 영업과 마케팅을 담당했고, 박재홍 부사장은 해외 사업을 총괄하며 소주의 세계화를 이끈 성과를 인정받았다. 기존 김인규(58) 사장과 최경택(55) 부사장도 자리를 지키며 전문 경영인과 3세들이 함께하는 체제가 됐다. 하이트진로 관계자는 "테라와 진로의 성공과 10년간 이어온 맥주 적자를 흑자 전환하고 소주 시장 시장 지배력을 확대한 데 따른 것"이라고 설명했다.
CJ 이재현(60) 회장의 장녀인 이경후(35) 상무도 CJ ENM 부사장 대우로 승진해 경영 시험대에 올랐다. 미국 컬럼비아대에서 불문학사와 조직심리학 석사를 마치고 2011년 CJ 기획팀 대리로 입사해 CJ오쇼핑 상품개발본부, CJ 미국 지역 본사 등에서 근무했다. 업계에선 고모인 이미경(62) CJ 부회장의 뒤를 이어 그룹 콘텐츠 사업을 발전시킬 것이란 관측이 나온다.
삼양식품은 전인장(57) 회장의 장남 전병우(26) 이사가 경영 수업에 속도를 내고 있다. 작년 삼양식품 부장으로 입사한 전 이사는 올해 6월 경영전략부문 이사로 승진했다. 식품 기업 오너 일가 중 최연소 이사다. 당초 전 이사는 미국 컬럼비아대 졸업 후 외부에서 근무하며 경험을 쌓을 예정이었지만, 전인장 회장이 횡령 혐의로 경영 일선에서 물러나자 공백을 최소화하기 경영 수업을 앞당긴 것으로 전해진다.
앞서 임창욱(71) 대상 명예회장의 두 딸인 임세령(43), 임상민(41) 전무도 2016년 전무로 승진해 경영 일선에서 뛰고 있다. 임세령 전무는 대상 식품 부문에서 브랜드 기획 및 마케팅과 디자인을, 임상민 전무는 대상의 전략 기획 업무를 맡고 있다. 특히 임상민 전무는 지주사 대상홀딩스 지분율 36.71%를 보유해 최대 주주에 올라 있으며, 올해 3월 등기이사로 선임됐다.
농심그룹은 신동원(62) 부회장의 장남 신상렬(27) 씨를 중심으로 승계구도가 이어질 거란 전망이 나온다. 미국 컬럼비아대를 졸업한 신상렬씨는 외국계 회사의 인턴으로 근무하다 지난해 농심 경영기획팀 평사원으로 입사해 경영 전략·기획·예산 업무를 하고 있다. 재계에선 "농심이 장자(長子) 승계 원칙을 고수하는 기업인만큼 신상렬씨의 승계가 확실시되지만, 본격적으로 경영에 참여하기까지는 다소 시간이 걸릴 것"이란 관측이 나온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