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대중공업그룹이 새해를 앞두고 신조선박 수주를 이어가고 있다. ‘조선 빅3’ 가운데 목표 달성률도 가장 높다. 특히 코로나바이러스(코로나19) 감염증 사태로 올해 상반기 실적이 죽을 쑨 것과 달리 해운업계 호황 등과 맞물려 시장에선 내년 상반기까지 수주 랠리가 이어질 수 있다고 전망한다.
다만 현대중공업그룹의 노사문제는 양측의 입장차가 커 줄다리기만 계속되고 있다. 연말까지 단체협상이 타결되지 않으면 경영에 악재로 작용할 수 있다는 우려도 나온다.
현대중공업그룹 조선 중간 지주사인 한국조선해양은 파나마 지역 선사로부터 액화천연가스(LNG)운반선 3척을 수주했다고 22일 공시했다. 계약 규모는 6072억원이다. 한국조선해양은 전날에도 유럽과 오세아니아, 파나마 지역 선사로부터 각각 컨테이너선 4척과 LNG운반선 3척을 수주했다고 밝혔다.
한국조선해양에 따르면 현대중공업그룹은 이달 들어서만 약 3조1000억원의 수주고를 올렸다. 올해 수주 목표치 110억달러 가운데 26%를 한달만에 따낸 것이다. 이날 기준 목표액의 86%(95억달러·약 10조5000억원)을 달성, 한국조선대우조선해양(56%)이나 삼성중공업(57%)을 웃돌았다.
수주한 선박의 종류도 액화천연가스(LNG)운반선과 초대형 원유운반선(VLCC), 컨테이너선 등으로 다양해 연말까지 추가 수주도 기대된다. 이동헌 대신증권 연구원은 "조선업이 수주 회복기에 진입했다"며 "내년 상반기 컨테이너선, LNG선 등 주요 선종 모두 호황일 것으로 예상한다"고 했다.
하지만 노사문제는 계속 이어지고 있다. 현대중공업의 경우 2년치 임금 협상이 해를 넘길 전망이다. 지난달 24일 통합교섭을 시작, 4차례 협상이 이어졌지만 입장차를 좁히지 못했다. 지난 17일 비공식 실무교섭도 소득 없이 마무리됐다. 노조는 기본급 12만원 인상과 그룹사 공동교섭 보장 등을 요구하고 있다.
특히 지난해 5월 현대중공업의 물적분할 반대 시위 과정에서 발생한 조합원 징계와 손해배상 소송을 두고 양측의 시각차가 크다. 현대중공업은 당시 폭력 행위를 저지른 조합원 4명을 해고하고 1400여명을 징계했다. 노조가 주주총회장을 파손했다며 손해배상 소송까지 제기한 상황이다. 노조는 해고자 복직과 징계 불이익 최소화, 손해배상소송 취하 등을 요구해왔다.
현대중공업 노조는 이날 선전물을 통해 "회사는 세계 1등 대한민국 조선산업의 자부심을 지키고 사기진작과 흐트러진 조직쇄신을 위해 구성원이 원하는 고용안정, 생활임금을 보장해야 한다"며 "적절한 합의점을 찾지 못해 또 해를 넘겨 파국으로 가느냐 마느냐는 전적으로 회사 태도에 달렸고 이번 주가 중대 기로가 될 것"이라고 주장했다.
현대삼호중공업 역시 지난 17일까지 38차례 노사간 교섭을 진행했지만 타결로 이어지지 못했다. 노조 측은 기본급 인상과 신입사원 채용, 임금 피크제 폐지 등을 요구하고 있는데 사측은 경영상황을 고려할 때 받아들이기 어렵다는 입장이다. 현대삼호중공업 노조는 지난달 25일 1차 파업에 이어 지난 18일까지 부분 파업을 진행했다. 이날부터 현대삼호중공업 노사 양측이 매일 집중 교섭을 진행하기로 했다.
업계에선 이런 노사 갈등이 수주 실적에 악재로 작용할 수 있다는 우려도 나온다. 다만 한국조선해양 관계자는 "선박 건조계약을 체결하고 선사에 인도하기까지 2년 안팎의 시간이 걸리는 만큼 당장의 노사 문제가 수주에 큰 영향을 주지는 않을 것"이라며 "남은 기간 협상을 성실히 이어가겠다"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