클라우드 시장 60% 점유 아마존·MS, CPU 개발 선언
PC용 CPU 시장에서도 애플·MS 脫인텔 움직임

전 세계 클라우드 시장의 절반 이상을 차지하고 있는 아마존과 마이크로소프트(MS)가 탈(脫)인텔을 선언했다. 이들은 그간 인텔의 서버용 CPU를 사용해 왔는데, 앞으로는 자체 개발 CPU 사용을 늘려갈 것이라는 계획을 잇따라 발표했다. 서버용 CPU시장의 95%를 장악하고 있는 인텔의 아성이 흔들릴 수 있다는 전망도 나온다.

마이크로소프트 본사.

19일(현지시각) 블룸버그통신 보도에 따르면 MS는 최근 자사의 서버용 컴퓨터에 들어갈 CPU(중앙처리장치)를 자체개발하기로 했다. 전력소모가 큰 인텔 CPU 대신 ARM 아키텍처에 기반한 자체 CPU를 사용하겠다는 것이다. MS는 이번에 개발하는 CPU를 일반 PC에도 장착할 것으로 알려졌다. 이같은 소식이 전해지자 인텔 주가는 6.3% 급락했다.

시장조사업체 가트너에 따르면 아마존과 MS는 전 세계 클라우드 시장의 62.9%를 차지하고 있다. 아마존웹서비스(AWS)가 45%로 1위, MS가 17.9%로 2위다. 두 회사가 인텔 CPU를 사용하지 않을 경우 인텔은 이 시장을 고스란히 잃어버리는 셈이다.

아마존은 지난 2016년 ARM 칩 제조사인 안나푸르나랩스를 인수, 2018년 자체 개발한 CPU 그래비톤을 내놨다. 출시 초기 인텔 서버용 CPU 제온과 비교해 성능차이가 꽤 심했으나, 올 초 선보인 그래비톤2는 그 차이를 꽤 줄인 것으로 알려졌다. 아마존은 클라우드·서버 전용으로 설계된 그래비톤의 사용 범위를 점차 늘려간다는 방침이다. MS도 CPU의 자체개발을 위해 4~5년 전부터 엔비디아, 퀄컴 등에서 반도체 개발 인력을 꾸준히 영입해 온 것으로 알려졌다.

미국 캘리포니아에 위치한 인텔 본사.

현재 서버용 CPU 시장은 인텔이 95%를 장악하고 있다. 이 때문에 아마존, MS 등이 잇따라 ‘탈 인텔’을 선언해도 그 위상이 지금 당장 흔들리지는 않을 것이라는 게 업계 분석이다. CPU 가동을 뒷받침하는 솔루션 개발 능력이 뒤 떨어지기 때문이다.

인텔은 CPU와 함께 서버 시스템을 구성하는 메모리(D램)과 스토리지(SSD·HDD)의 통합 솔루션을 업체 측에 제공하는데, CPU-메모리-스토리지간 궁합이 성능에 지대한 영향을 미친다. 아마존이나 MS가 자체개발 CPU를 상용화하려면 이 시스템 솔루션의 개발이 필수적으로, 여기에 걸리는 시간도 상당할 것으로 보인다.

다만 탈 인텔 움직임 자체가 시장 장악력의 약화를 상징한다는 분석도 있다. 특히 인텔은 최근 미세공정 도입의 지연으로, 경쟁력에 대한 의문을 받고 있다. 미세공정으로 만들어진 CPU는 같은 전력을 쓰면서도 성능이 대등하거나 높다는 평가를 받는데, 인텔은 현재 14나노 공정으로 만들어진 CPU(10세대)가 주력이고, 앞으로 나올 11세대 CPU도 10나노 공정으로 제작된다.

PC용 CPU시장에서는 탈인텔 움직임이 보다 적극적으로 나타나고 있다. 최근 애플이 자체개발한 M1 칩은 세계 최대 반도체 설계 회사로 알려진 ARM의 아키텍처를 활용한다. 이 칩은 5나노 공정을 도입해 인텔 칩의 성능을 추월한 것으로 여겨지고 있다. 애플에 따르면 새 M1칩을 채택한 맥북 에어의 CPU 성능은 전력소모량이 같을 때 기존 인텔 칩에 비해 비해 3.5배, GPU는 5배, 머신러닝 속도는 9배 높다.

애플이 독자적으로 만든 첫번째 PC 프로세서 ‘M1’

MS 또한 태블릿 겸 노트북 PC인 서피스에 ARM 아키텍처로 만들어진 퀄컴 칩을 넣는다. 또 레노버·에이수스 같은 PC 제조사도 퀄컴 칩 채택이 늘어나고 있다. 삼성전자 역시 ‘갤럭시북’에 퀄컴 CPU를 탑재한다. 퀄컴은 스마트폰의 장점을 PC에서도 그대로 느낄 수 있는 프로세서라고 자사 제품을 소개한다.

반도체 업계 관계자는 "글로벌 IT 기업들의 탈인텔 전략은 인텔 중심의 프로세서 시장 자체를 흔들 가능성이 있다"며 "저전력과 성능 면에서 ARM 아키텍처에 기반한 기업들의 자체 개발 CPU가 인텔의 PC·서버용 CPU인 x86 아키텍처를 위협하기 시작한다면 인텔 아성이 무너질 수 있는 계기로 발전할 가능성이 크다"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