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선호텔 유니짜장·삼선짬뽕 먹어보니… 유니짜장, '반할 만 하네'
정용진도 찜한 짬뽕, '깔끔한 국물 맛 일품'
"특급호텔 짬뽕 맛 구현 위해 소스 샘플 20여개 개발"

"중국집에서 시킨 짜장면보다 더 맛있어요."
"다른 인스턴트 짜장이랑은 차원이 달라요."
"사고 싶은데 품절이에요. ㅠㅠ 맛있어요."

조선호텔 삼선짬뽕과 유니짜장.

조선호텔이 만든 유니짜장·삼선짬뽕 밀키트(Meal Kit·요리에 필요한 식재료와 양념을 세트로 구성한 상품)에 대한 소비자들의 반응이 뜨겁다. 17일 신세계조선호텔에 따르면 유니짜장·삼선짬뽕 밀키트는 지난 8월말 SSG닷컴에서 출시한지 100일만에 10만개(유니짜장·삼선짬뽕 합산)가 넘게 팔렸다. 하루에 1000개씩 팔린 셈이다. 높은 인기에 SSG닷컴에선 품절 사태를 빚기도 했다. 두 상품의 리뷰엔 '품절이라 못샀다'는 아쉬움을 토로하는 글을 적잖이 볼 수 있다.

정용진 신세계 부회장도 조선호텔 밀키트를 찜했다. 정 부회장은 지난 9월 인스타그램에 조선호텔 삼선짬뽕을 조리한 사진과 함께 "#ssg닷컴에서 #조선호텔 #삼선짬뽕 #밀킷 구입해 해먹음"이라고 게시글을 올렸다. '재계 인플루언서' 정 부회장의 인스타그램 홍보 효과는 상당했다. 출시 후 한달동안 2만개 팔리던 판매 실적이 2배로 뛰었다.

정 부회장이 자랑할 정도로 정말 맛있을까? 밀키트로 특급호텔 중식당의 요리를 경험하는 게 가능할까? 직접 맛을 보고, 밀키트 개발에 참여한 양보안 호경전 주방장을 만나 이야기를 들었다.

정용진 신세계 부회장이 인스타그램에 올린 조선호텔 삼선짬뽕 인증샷.

◇탱탱한 면발의 유니짜장&깔끔한 국물의 삼선짬뽕

7900원에 판매하는 유니짜장 패키지엔 면발 2봉과 짜장소스 2봉이 들어있다. 조리방법은 여느 밀키트와 비슷하다. 면발을 삶은 뒤 짜장소스를 데워 부어 먹으면 된다. 면 삶는 시간은 4분, 소스 데우는 시간은 3분 30초. 10분이 채 되지 않아 짜장면이 완성됐다.

소스와 면발을 비비는 느낌은 나쁘지 않았다. 밀키트로 나온 짜장면은 종종 소스와 면발이 따로 노는 경우가 있지만, 조선호텔 유니짜장은 잘 어우러졌다. 특히 면의 탱탱함이 일품이었다. 면을 삶고 난 뒤 짜장소스를 데우기 시작했으니 4분 여가 지났음에도 여전히 윤기가 흘렀다. 식감도 좋았다. 다만, 짜장소스는 양파향이 짙어 취향을 탈 수 있겠단 생각이 들었다.

'완면' 소감은 '어설픈 중국집 짜장면보다 낫다' 였다. 배달이 늦어 불을대로 불은 짜장면을 먹어야만 했던 경험을 더는 안해도 되겠구나라는 생각이 들었다. 심지어 요새는 짜장면 한 그릇은 배달도 잘 안해주지 않나.

이어 삼선짬뽕을 조리했다. 삼선짬뽕엔 면과 짬뽕 농축액, 양파, 표고버섯, 죽순, 호박, 청경채, 해산물(관자/오징어/새우)이 따로 밀봉돼 들어있다. 조리 과정도 유니짜장보다 복잡하다. 먼저 면발을 삶은 뒤, 냄비에 식용유를 두르고 파와 다진마늘을 볶은 후 양파, 표고버섯, 죽순, 호박, 청경채 순으로 볶는다. 이어 짬뽕 농축액을 넣은 15초간 볶은 다음 물을 넣는다. 물이 끓으면 1분 30초간 끓인 후, 해산물을 넣고 30초간 더 끓이면 된다. 이후 면을 그릇에 담고 국물을 부으면 마무리된다.

짬뽕 국물은 텁텁하지 않고 깔끔하게 얼큰한 맛이 난다. 추운 겨울, 뜨끈한 국물에 소주 한 잔이 생각날 때 먹고 싶은, 딱 그런 맛이다. 불향이 난다거나, 머리가 얼얼해지는 매운 맛은 아니다. 해산물도 부드러운 식감으로 깔끔한 맛을 살렸다. 다만 홍합이나 쭈꾸미 등 해산물이 듬뿍 들어간 짬뽕을 선호하는 소비자들은 다소 아쉬움이 들 수도 있다. 가격도 비싼 편이다. 조선호텔 삼선짬뽕의 가격은 2인분 기준 1만2900원. 1인분에 6500원이라는 값과 조리에 들어가는 시간과 노동력을 따지면, 중국집에서 배달을 시키는 것과 비용 차이가 없다.

하지만 소비자들의 반응은 전반적으로 긍정적이다. SSG닷컴에서 삼선짬뽕은 5점 만점에 4.7점의 별점을 받았다. 리뷰 1416건(12월 16일 20시 기준)의 평균 점수다.

양보안 신세계조선호텔 호경전 주방장.

◇"호텔 이름을 건 프리미엄 밀키트, 4개월동안 레시피만 연구"

신세계조선호텔이 유니짜장과 삼선짬뽕 개발에 착수한 것은 지난 2월이다. 시장 조사와 상품 컨셉·디자인 설계를 마친 뒤, 3월부터 레시피 개발에 착수했다.

유니짜장·삼선짬뽕 개발에 참여한 양보안 주방장은 "밀키트를 개발하면서 가장 중점을 뒀던 부분은 기존 제품과의 차별화였다"며 "호텔 중식당에 기대하는 수준의 품질을 밀키트로 구현하는 게 쉽지는 않았다"고 했다. 짜장·짬뽕 밀키트가 시중에 많이 있는 상황에서 레시피를 개발하는 게 어렵지 않았을 것 같지만, 실상은 달랐다고 양 주방장은 말했다. "나오는 샘플들이 우리가 생각하는 수준에 못미쳤다. 짜장소스는 너무 묽었고, 짬뽕농축액은 색소 때문에 국물에 기름이 뜨는 게 문제였다."

짜장소스에 들어가는 양파 크기 때문에 샘플을 네 번 만들었다. 양파를 너무 잘게 썰으면 볶으면서 다 풀어져버리고, 너무 크게 썰으면 유니짜장의 부드러운 소스 맛을 살릴 수 없었기 때문이다. 짬뽕농축액은 샘플 번호만 20번이 넘는다. 양 주방장은 "최종적으로 짬뽕농축액에 색소를 빼고 고춧가루만 넣기로 했다. 고춧가루가 비싸 비용이 많이 들지만, 품질을 위해 내린 결정이었다"고 했다.

우여곡절 끝에 유니짜장 최종 샘플을 완성해 초도분량 980개를 생산했지만, 전량 폐기했다. 샘플 수준의 품질이 나오지 않았기 때문이다. 시판 후에도 소비자 반응을 살피며 레시피에 변화를 주고 있다. 삼선짬뽕의 매운 맛 조절이 대표적이다. 성일훈 신세계조선호텔 RSP팀 과장은 "삼선짬뽕 출시 초기 '너무 맵다'는 반응이 많아 맵기를 조절했다"면서 "앞으로도 소비자 반응을 모니터링해 제품에 반영할 계획"이라고 했다.

판매처도 확대했다. SSG닷컴에서만 단독 판매하다 지난 6일부터 이마트 오프라인 매장에도 납품을 시작했다. 신세계조선호텔 측은 호경전 중국요리 밀키트에 대한 반응이 좋은 만큼 탕수육 등 튀김류로 제품 라인업을 확대할 예정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