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에서 급발진 논란에 휩싸인 바 있는 테슬라가 모델 X와 모델S의 생산을 오는 24일부터 18일 간 중단하기로 했다. 지난 9일 서울 한남동에서 발생한 화재사고 차종도 모델X였는데 운전자가 "갑자기 차량이 제어되지 않았다"고 주장한 뒤 경찰이 조사하고 있다.
14일(현지시각) CNBC는 테슬라가 미 캘리포니아 프리몬트의 직원들에게 보낸 메일을 입수해 이렇게 보도했다. 프리몬트 공장에는 모델 S와 모델X 전기차 생산라인이 있다.
회사 측은 18일 간 일주일치 급여와 나흘 간의 유급휴가를 제공하겠다고 밝혔다. 5일은 무급으로 쉬어야 하는 만큼 직원들이 원한다면 전기차를 배송하는 업무를 지원할 수 있다고도 했다.
이 메일에서 회사 측은 생산 중단 사유가 무엇인지에 대해서는 구체적으로 밝히지 않았다.
일론 머스크 최고경영자(CEO)는 별도 이메일에서 "이번 분기에 수요가 생산을 꽤 많이 웃도는 행복한 문제가 발생한 건 매우 행운"이라며 "가능한 한 이번 분기 남은 기간 동안 생산을 늘려야 한다"고 밝혔다.
CNBC는 이번 생산 중단은 머스크가 말한 '높은 수요'가 모델 S와 모델 X 같은 오래된 모델에는 적용되지 않는다는 것을 의미한다고 전했다. 노후화된 고가모델의 생산량을 조절하고, 제조설비를 업데이트하기 위해 생산 중단을 결정했다는 것이다.
모델 S는 2012년부터, 모델 X는 2015년부터 판매되기 시작했다. 두 모델은 3분기 판매량의 11%를 차지했다.
일각에선 이번 생산 중단이 중국에서 진행중인 리콜과 미국 도로교통안전국(NHTSA)의 안전 조사와 연관된 것 아니냐는 의혹도 제기된다.
테슬라는 중국에 판매한 모델 X와 모델 S 4만8442대를 지난 10월 서스펜션 결함을 이유로 리콜한다고 밝혔다. 서스펜션은 노면의 충격을 차체나 운전자에게 전달되지 않도록 흡수하는 장치다.
미국에선 테슬라 차량의 급발진과 관련된 소송이 제기되고 정부 조사를 받았다. 2017년 배우 겸 가수 손지창씨가 "차고로 진입하는 순간 웽 하는 굉음과 함께 차(테슬라 X)가 차고 벽을 뚫고 거실로 쳐 박혔다"며 미국 도로교통안전국(NHTSA)에 테슬라를 상대로 한 급발진 소송을 제기했다.
지난 1월 NHTSA는 테슬라 차량의 급발진 위험에 대해 예비 조사에 나섰다. 당시 NHTSA가 부분 공개한 조사·리콜 요구 청원에 따르면 테슬라의 급발진 민원은 127건이 제출됐다.테슬라 측은 급발진 의혹에 대해 "공매도 회사의 주장"이라며 "아무런 문제가 없다"고 반박했다.
9일에는 서울 한남동 최고급 아파트 지하 주차장으로 들어가던 테슬라 모델 X 롱레인지 승용차가 벽과 충돌한 뒤 불길에 휩싸이는 사고가 발생했다. 이 사고로 차주(車主)인 대형 로펌 변호사가 사망했다. 부상을 입은 대리운전 기사는 "갑자기 차량 통제가 안되며 급가속 됐다"는 취지로 말했다. 경찰은 화재 원인을 조사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