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줍줍(줍고 또 줍는다는 뜻의 신조어)’ 열기가 지방 비인기지역으로까지 확산하고 있다. 아파트 구매 열풍 속에서 전국 미분양 주택수가 17년 새 최저 수준까지 떨어지며 점점 시장에서 매물이 줄어든 여파다.
10일 부동산 업계에 따르면 충남 당진시 수청동에 조성되는 ‘당진 센트레빌 르네블루’ 잔여가구 선착순 계약 소식에 ‘줍줍’ 수요자가 몰리면서 하루 만에 완판됐다. 수요자들은 전날 오후부터 길게 줄을 서서 기다린 것으로 알려졌다.
대기줄이 길어지자 당초 선착순 분양하려던 분양대행사에선 전날 밤 번호표를 지급하기 시작했고, 일당 25만원에 ‘밤샘줄서기’ 아르바이트를 모집한다는 한 공인중개업소의 공고문도 올라왔다.
이 아파트는 지난달 청약에서 일반공급 1116가구 모집에 2292명이 청약을 접수해 평균 2.05대 1의 무난한 청약 경쟁률을 기록한 곳이다. 74㎡와 84㎡ 일부 평형이 미계약돼 잔여가구를 선착순 분양했는데 바로 팔린 것이다.
서울과 수도권 청약 시장은 수백 대 1, 최고 수천 대 1의 경쟁률을 기록하며 과열되는 것과 달리 지방 소도시 청약 시장은 대체로 경쟁률이 낮다. 여전히 미분양도 종종 나온다. 하지만 선착순 계약으로 넘어가면 ‘줍줍’ 열풍 속에서 대체로 빠르게 주인을 찾는 모습이다.
대표적인 사례가 경북 경산시 하양읍에 공급되는 ‘하양 금호어울림’이다. 이 단지는 지난 9월 청약에 나섰지만 대규모 미분양이 발생했다. 총 615가구 모집에 1·2순위를 더해 단 96가구만 접수해 519가구(84%)가 미분양됐다. 장기 미분양으로 남는 것 아니냐는 우려가 나왔지만, 이 단지는 미분양 줍줍 열기 속에서 최근 미분양을 모두 털고 ‘완판’에 합류했다.
앞선 지난 5월 12일 온라인으로 진행된 전북 전주 덕진구 ‘전주우아한시티(우아주공 1단지 재건축)’ 8가구 잔여가구 추첨 공급에서도 수요자가 대거 몰리며 사이트가 마비되는 현상이 벌어졌다. 이 단지 ‘줍줍’에는 3만명 이상이 참여한 것으로 알려졌다. 지난 4월 청약에선 평균 경쟁률 200.6대 1을 기록한 인기 단지였다.
무순위 청약이 지방에서 인기를 끄는 이유로는 청약통장이 없어도 되고 무주택 여부 등 특별한 자격 제한 없이 만 19세 이상이면 분양받을 수 있다는 점이 꼽힌다. 또 당첨되더라도 청약 재당첨 제한이 없고, 분양가가 본청약과 동일하게 책정돼 시세보다 비교적 저렴하다는 점이 장점이다. 지방 집값 상승세와 미분양 소진은 ‘줍줍’ 열기를 뒷받침하고 있다.
국토교통부에 따르면 10월 말 기준 전국의 미분양 주택은 총 2만6703가구로 전달(2만8309가구)보다 5.7% 감소했다. 2003년 10월 이후 최저 수준이다.
함영진 직방 빅데이터랩장은 "청약 가점이 낮아 본청약에서 당첨 확률이 없다고 판단한 수요자, 전세 불안으로 내집마련에 나서려는 수요, 비규제지역 분양권으로 단기 프리미엄(웃돈)을 노리려는 투자수요가 몰려 무순위 청약에서 밤샘 줄서기 등 과열 현상이 나타나고 있다"면서 "준공된 아파트 시장에서도 비규제지역으로의 투자유입이 나타나는 만큼, 주로 비규제지역인 지방 소도시의 무순위 청약 과열은 앞으로도 꾸준할 것"이라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