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자부 주최 '2020 한국전자전' 9~12일 코엑스서 강행
수도권 거리두기 2.5단계 시행으로 50인 집합 금지지만, 전시회 예외
주최 측 "QR코드로 시간당 최대 입장인원 650명으로 제한"
텅텅 빈 전시장… 개최 실효성 두고 참가기업 사이서도 설왕설래

코로나19 신규 확진자 수가 686명으로 2월 말 이후 역대 2번째 규모를 기록한 9일 오전 서울 삼성동 코엑스. 3층 C홀에선 산업통상자원부가 주최하고, 한국전자정보통신산업진흥회(KEA)가 주관하는 ‘2020 한국전자전’이 나흘간의 일정으로 개막했다.

전날부터 정부가 사회적 거리두기 수위를 수도권은 2.5단계, 비수도권은 2단계로 각각 격상했고, 이에 따라 각종 모임·행사 규모는 50명 미만으로 제한됐으나 전시회는 ‘50명 집합금지’에서 예외이기에 가능한 것이었다. 정부 지침에 따르면 전시회, 박람회, 국제회의 등은 시설면적 16㎡(약 4.8평)당 1명으로 인원을 제한하는 선에서 정상 운영될 수 있다.

주최 측은 이런 지침을 감안, 전시장 내 관람객 수를 QR코드를 통해 시간당 최대 650명선에서 관리하고 있다고 했다. 그러면서 "한국전자전이 코로나 확산 여파로 한 차례 연기된 바 있고, 올해 안에는 무조건 개최해야 하는 만큼 정부의 사회적 거리두기 가이드라인을 준수하는 선에서 행사를 강행하게 됐다"고 설명했다.

9일 서울 코엑스에서 개막한 2020 한국전자전. 관람객을 제한해 한산한 모습이다.

◇ 줄 서고 발열체크·손소독·QR코드·바이러스 살균 ‘5단계’ 거쳐야 입장

예년과 달라진 점은 복잡해진 전시장 출입 절차였다. 온라인으로 사전등록 해 모바일 바코드를 받았지만 전시장 입구 부스에서 바코드를 보여주고 재차 출입증을 발부받아야 했다. 이때 주최 측에서는 비닐장갑을 나눠줬다. 손소독제가 여러 군데 비치돼 있긴 하지만 비닐장갑을 가능하면 끼고 가전 등을 체험해달라는 취지였다.

거리두기를 하며 줄을 선 뒤 발열 체크, 손 소독, 출입증 QR코드를 찍은 뒤, 5초간 전신 바이러스 살균시스템을 통과한 뒤에야 전시장에 입장할 수 있었다. 절차는 복잡했지만, 입장 대기인원이 10명이 채 안 됐기 때문에 시간이 오래 소요되지는 않았다.

전시장 안으로 들어가니 부스를 운영하는 기업 관계자를 제외하고는 관람객이 많지 않았다. 삼성전자(005930), LG전자(066570)부스마저 한산했다. "사람이 없어도 너무 없다"는 반응이 나왔다.

삼성전자는 721㎡(약 218평) 규모 부스에 △비스포크 냉장고 △그랑데 AI 세탁기·건조기 △QLED 8K TV △가정용 빔 프로젝터 ‘더 프리미어’ △갤럭시Z폴드2 △갤럭시Z플립5G △갤럭시북 플렉스 등 최신 제품을 전시하고 있었다. 통상 인기가 좋은 스마트폰 체험존도 빈자리가 많았다.

삼성전자의 부스 내에 마련된 갤럭시 제품 체험존.

인근에서는 LG전자가 비슷한 규모의 부스를 마련, 입구부터 세계 최초의 롤러블(화면이 돌돌 말리는) TV인 ‘LG 시그니처 올레드 R’ 3대를 비치하며 관람객들을 끌어들이려 애 썼다. 통상적으로 롤러블TV 앞은 수십명이 장사진을 치고 사진 찍기 바쁜 ‘핵심 포토존’이지만 인기가 시들했다.

부스 안으로 들어가니 초고화질 자발광 디스플레이인 163인치 크기의 마이크로 LED(발광다이오드) 사이니지(상업용 디스플레이) ‘LG 매그니트’, 거실·주방·드레스룸 같은 실제 생활공간에서 인공지능 기술이 탑재된 다양한 가전을 경험해볼 수 있도록 꾸민 ‘LG 씽큐 홈’이 관람객을 맞았지만, 역시 한산한 모습이었다. ‘LG 클로이 바리스타봇’은 "코로나19로 커피 취식은 불가능하다"며 ‘개점휴업’ 상태를 알리고 있었다.

코로나19로 개점 휴업 상태를 알리고 있는 LG 클로이 바리스타봇.

◇ 업계 "CES도 준비해야 하는데… 이 시국에 강행해서 당황"

올해로 51주년을 맞은 국내 최대 규모의 한국전자전은 ‘한국판 CES(세계 최대 IT·가전 전시회)’로도 알려져 있다. 일반 관람객들에겐 삼성전자, LG전자 같은 주요 대기업의 주요 제품을 직접 체험해볼 수 있는 기회를, 관련 업계에는 수출 마케팅, 비즈니스 미팅 자리를 마련하는 취지로 매년 10월 말 개최된다.

올해는 10월 27~30일 개최 예정이었으나 한 차례 연기됐다. 업계를 종합해보면, 지난 10월 초쯤 산자부·KEA 측은 기업들에 10월 말 행사를 12월 9~12일로 연기하겠다는 방침을 밝혔다고 한다. 거리두기 2.5단계 시 강행, 3단계 격상 시 취소라는 단서가 달렸다.

KEA 관계자는 "올 들어 국내외 주요 IT 전시회가 잇따라 취소되면서 업계의 수출·마케팅도 차질이 빚어지고 있는 게 사실"이라면서 "코로나19가 갑자기 재확산하는 상황을 맞았지만 오히려 업계에서 전시회 강행, 부스 운영을 요구하는 목소리가 많았다"고 했다. 올해 전시 참가기업은 300여곳이다.

참가기업들 사이에서는 다른 목소리도 나온다. 복수의 참가기업 관계자는 "삼성·LG의 경우 새롭게 보여줄 신제품도 없는데다 내년 CES를 준비해야 하는 상황에서 전시회 강행에 당황한 분위기"라면서 "전시회가 성황리에 진행될 경우 다른 중소 참가기업도 홍보효과나 비즈니스 기회면에서 수혜를 보지만, 이번 전시회의 경우 참가객이 제한되고 있는 상황이어서 별로 해당사항이 없는 것 같다"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