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로나 확산세, 상반기보다 광범위하고 빨라
서비스 소비 중심으로 내수 위축 불가피할 듯"
정부의 경제정책 싱크탱크 역할을 하는 한국개발연구원(KDI)이 신종 코로나 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재확산으로 인한 수도권의 사회적 거리두기 격상으로 11월 중순 이후 신용카드 매출액이 급감했다고 7일 분석했다. 경기 전반에 대해서는 "코로나19의 빠른 재확산으로 인해 경기 부진이 지속된다"고 진단했다.
KDI는 7일 이 같은 내용의 ‘12월 경제 동향’을 발표했다. KDI가 카드업계 점유율 1위인 신한카드 자료를 기반으로 한 추정에 따르면, 신용카드 매출액은 사회적 거리두기 격상 방안이 발표된 지난달 17일 이후 크게 줄었다. 11월 1~16일까지 매출액은 전년 동기 대비 1.3%가 줄었는데, 같은 달 17~29일은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8.8% 감소했다.
KDI는 "코로나19 확산으로 수도권의 사회적 거리두기가 강화되면서, 11월 이후 서비스업 부진은 다시 심화될 것"이라고 내다봤다. 지난달 수도권은 사회적 거리두기 단계를 19일에 1.5단계, 24일에는 2단계로 격상했다. 이에 따라 대면서비스를 중심으로 소비가 더욱 위축될 것이란 전망이다.
KDI는 또 "최근 코로나19의 확산세가 지난 2~3월과 8~9월에 비해 광범위하고 빠르다는 점을 감안하면, 당분간 서비스 소비를 중심으로 한 내수 위축은 불가피할 것"이라면서 "경기의 하방압력이 확대되고 있다"고 했다. 전월(91.6)보다 6.3P(포인트) 상승한 11월 소비자심리지수(97.9)에 대해서도 "11월 17일 이전에 조사된 것으로 코로나19 재확산의 영향이 충분히 반영되지 않았을 가능성"이라고 분석했다.
광공업의 완만한 회복세는 긍정 요인이지만, 서비스업 부진이 지속되는 것을 위험 요인으로 진단했다. 10월 전산업생산은 2.7% 감소했지만 추석 등 명절 이동에 따른 영향을 배제한 9~10월 평균으로는 광공업을 중심으로 0.3% 증가했다. 하지만 같은 기간 서비스업생산은 -2.5%를 나타내며 위축 상태를 이어갔다.
KDI는 "최근 한국 경제는 대외수요 개선에 따른 제조업의 회복 흐름에도 불구하고, 국내에서 코로나19가 빠르게 재확산됨에 따라 경기 부진이 지속됐다"고 했다. 코로나19의 세계적 확산이 있었지만, 상품 수요에 미치는 영향이 아직 제한적이어서 제조업이 완만한 회복세를 보인다는 것이다. 지난달과 마찬가지로 두달 연속으로 "제조업 회복에도 불구하고 경기가 부진하다"고 평가했다.
코로나19로 인한 부정적 영향이 상용직에도 파급되면서 노동 시장은 위축이 심화되는 모습이라고 평가했다. 10월 취업자 수가 전년 동월 대비 42만1000명 줄었는데, 이는 전월 감소폭인 39만2000명보다 늘어난 것이다. 상용직의 증가폭이 전달 9만6000명에서 10월 1만4000명으로 줄어 외환위기 직후인 1999년 12월(5만6000명) 이후 가장 낮았다.
상용직은 비교적 양질의 일자리로, 통상 경제가 정상적으로 성장할 경우 안정적으로 증가하는 추세를 나타낸다. 하지만 최근 코로나19의 재확산으로 일시 휴직자의 복직이 지연되고 신규 채용이 부진하면서 상용직 고용이 부진했다. 통계상 일시 휴직자는 유급 휴직 상태거나 휴직기간이 6개월 이내인 무급 휴직 상태로 취업자로 분류된다.
KDI는 "11월 중순 이후 국내 코로나19 확산세가 심화되고 있어, 상용직의 고용 부진은 당분간 지속될 것"이라면서 "상용직 일자리 감소는 경제 전반의 중장기적 일자리 창출 여력 저하로 이어질 수 있으므로 면밀한 모니터링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수출에 대해서는 "주요국의 코로나19 재확산에도 불구하고 주력 품목의 증가세가 유지되며 부진이 완화되는 모습"이라면서도 "코로나19 재확산에 따른 대외 불확실성은 여전히 높은 상황"이라고 진단했다. 코로나19의 확산이 올해 상반기처럼 큰 폭의 교역량 감소로 이어지지는 않았다는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