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달부터 개별 은행과 배당 축소안 협의
연말 배당 시즌을 앞두고 금융당국이 은행권과 결산배당 축소 방안에 관한 협의에 나섰다. 금융당국은 신종 코로나 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사태 장기화로 경제 불확실성이 커지면서, 은행을 비롯한 금융지주가 예년보다 배당을 줄여 손실흡수능력을 확충할 필요가 있다고 보고 있다.
6일 금융감독원에 따르면 최근 금감원은 코로나 상황에서 일시적으로 은행 배당을 축소하는 방안을 검토 중이다. 금감원은 이달부터 개별 은행과 연달아 회의를 열고 배당 축소안을 협의하고 있다.
금감원 관계자는 "코로나 시나리오별 충격을 견딜 수 있는지 등을 근거로 배당 제한 필요성과 세부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며 "내년 3월 배당 시즌 이전 시장의 불확실성을 해소하기 위해 내년 초쯤 협의안을 도출해 내려고 한다"고 말했다.
세계 주요국도 코로나 영향에 따라 금융권의 배당을 제한하고 있다. 미국 연방준비제도(Fed·연준)는 연말까지 자사주 매입을 중단하고 배당금을 종전 수준 이하로 동결하라고 주문했다. 영국 건전성감독청은 은행들에 대해 배당 전면 금지 조치를 내리기도 했다.
일각에서는 국내 은행의 올해 경영 실적이 코로나에도 불구하고 예상보다 양호한 점, 배당 제한 시 주가 하락으로 주주 가치가 훼손될 우려가 있는 점 등을 들어 반대 목소리를 내고 있다. 한 금융권 관계자는 "이미 은행들이 코로나 상황에 대비해 충당금을 충분히 쌓은 데다가 수익성도 악화하지 않은 상황에서 배당까지 축소한다면 안 그래도 밸류에이션이 낮은 은행주 매력은 더 떨어질 수밖에 없을 것"이라고 했다.
실제로 하나금융은 지난 8월 배당을 자제하는 금융당국의 구두 권고에도 불구하고 중간 배당을 결정했었다. 하나금융은 당시 "선제적 충당금 적립에 따른 충분한 손실흡수 능력 확보, 주주환원정책 등을 고려했다"고 설명했다.
다만 은행권도 코로나 위기 상황을 대비해야 한다는 취지와 방향에 대해서는 대체로 공감하는 분위기다. 한시적으로 배당성향을 낮췄다가 코로나 상황이 종료되면 다시 배당을 늘리는 방향 등도 검토되는 것으로 알려졌다. 은행 관계자는 "결산배당 축소는 주주를 어떻게 설득할지가 관건이 될 것"이라고 했다.
금감원은 장기적으로 배당 제한 등을 포함한 자본적정성 감독 강화 방안도 검토 중이다. 은행지주회사의 배당을 제한하는 내용은 상법·금융지주회사법·은행법 등에 명시돼 있는데 이를 손보겠다는 것이다. 순자산에서 자본금·자본준비금·이익준비금·미실현이익을 뺀 값인 ‘배당가능이익’을 초과하지 못하도록 하고, 자본비율(BIS 기준)이 규제비율을 밑돌거나 경영개선권고 등을 받은 경우 배당이 제한되고 있다.
금감원 관계자는 "우리나라는 현행법령에서 제한하는 두가지 경우를 제외하고는 주식회사가 자율적으로 배당을 할 수 있도록 하고 있다"며 "코로나처럼 예외적인 상황을 겪다보니 해외처럼 스트레스테스트를 통해 배당을 제한하는 등 어떻게 자본적정성을 관리하는 것이 투명하고 합리적인지 다각적으로 검토하고 있는 상황"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