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외 집밥 혼술 열풍에… 열량 낮은 김스낵 주목
미국 소비자들이 짭짤한 국산 김에 열광하고 있다.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으로 해외에서도 집밥과 혼술 열풍이 불며 영양소가 풍부하고 열량이 낮은 김부각·김스낵을 간식으로 구매하는 것이다. 아마존에서 미국 최고의 해초 간식이라는 설명과 함께 5000개 넘는 후기가 올라올 정도다.
27일 한국농수산식품유통공사(aT)에 따르면 올해 10월 기준 국산 김의 미국 수출액은 1억1459만3000달러(약 1266억2500만원)로 전년 동기 대비 23.6% 늘었다. 한국농수산식품유통공사 관계자는 "조미김을 중심으로 김 소비 트렌드가 이어지며 꾸준히 수출이 성장하고 있다"고 했다.
그동안 해외에서는 김 등 해조류를 바다의 잡초(sea weed)라고 부르며 꺼리는 분위기가 있었다. 식감이 미끌미끌하고 보기에 좋지 않다는 이유였다. 그러나 2017년 구글이 김부각을 직원 간식으로 구매한 사실이 알려지고 이후 아마존 등에서 소금이나 시즈닝한 김스낵을 팔면서 이런 편견이 사라지는 추세다.
실제 아마존에서 김스낵을 검색하면 ‘유기농 로스트 해초 간식’ ‘바삭한 해초칩’ ‘아몬드가 들어간 해초 크런치’라는 이름으로 판매되고 있다. 24팩으로 구성된 한 세트는 아예 품절됐다. 제품엔 ‘100% 천연’ ‘한 팩에 단 30칼로리’ ‘유전자변형작물(GMO) 프리, 글루텐 프리, 비건’ ‘도시락이나 간식으로 먹기 완벽합니다’ 등의 설명이 달렸다. 후기가 많은 것은 5000개가 넘으며 해외 어린아이가 바삭한 김을 직접 씹어 먹는 동영상 후기까지 올라올 정도다.
국내 기업들도 해외 김 시장에 앞다퉈 뛰어들고 있다. 비비고 만두로 미국 시장 점유율 1위에 오른 CJ제일제당(097950)은 김으로 미국 시장을 공략할 방침이다. CJ제일제당은 현재 애니천 유기농 김스낵(참기름·와사비·씨솔트맛)을 코스트코와 아마존에 입점시켰는데 월 평균 10억원 이상 팔릴만큼 좋은 반응을 얻고 있다. 김 연구개발(R&D)에도 적극 나섰다. 가스 직화 구이 기술 등을 통해 김 본연의 맛과 바삭한 식감을 구현하고 향미(香味)를 강화했다.
CJ제일제당의 작년 김 매출은 2430억원으로 글로벌 매출이 1350억원, 국내 매출이 1080억원이었다. 글로벌 김 매출이 국내 김 매출을 처음 뛰어넘었다. CJ제일제당 관계자는 "올해 2월 미국 캘리포니아에 김 생산 공장을 세우고 가동을 시작했다"며 "북미는 물론 남미까지 김 사업을 확대할 것"이라고 했다.
해양수산부도 미국 블랙프라이데이(27일) 등에 맞춰 K-수산물 행사를 열고 김스낵·조미김을 아마존과 이베이 등에서 판매하며 현지 소비자들에게 다가갔다. 코로나로 수산물 수출 판로가 막혔으나 조미김은 가정간편식으로 소비되며 오히려 수출이 늘어나는 추세라고 한다.
여기에 지난 15일 서명한 역내포괄적경제동반자협정(RCEP)이 발효되면 아세안 지역에 수출되는 김(건조)에 부과됐던 관세가 5%에서 0%로 낮아진다. 식품 업계는 미국 뿐만 아니라 동남아시아 등 다양한 국가에서 김 수출이 늘어날 것으로 보고 있다.
대상(001680)은 2018년 인도네시아에 김 공장을 세우고 할랄(무슬림이 먹고 쓸 수 있는 제품) 인증을 받은 김을 생산하고 있다. 올해 초 생산 라인을 증산해 연간 400톤(약 180억) 규모까지 김 생산이 가능하다. 대상 관계자는 "올해 7월부터 베트남 공장에서도 김을 연간 120톤(50억원) 규모로 생산하고 있다"며 "현지에서 올리브유 재래김, 구운 집밥김, 자반김 등을 판매하고 있어 수출 규모가 늘어날 전망"이라고 했다.
대상은 작년 김 수출 216억원을 기록했으며 2023년까지 김 등 해조류 매출 800억원을 목표로 하고 있다. 이를 위해 수산 전통 식품 세계화 선도 기업이라는 비전을 세우고 국내 최초로 해조류 연구센터를 세워 김 수출을 위한 전초 기지로 삼고 있다. 단백질 함량, 수분, 맛, 식감, 색상 등 대상이 자체 선정한 11가지 품질 평가 항목에 따라 김을 과학적으로 분석하고 품질 등급을 나누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