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년 하반기에 카카오페이증권이 모바일트레이딩시스템(MTS) 서비스를 출시하며 주식 위탁매매(브로커리지) 시장에 진출하기로 하면서 그 속사정에 관심이 쏠리고 있다. 시장에서는 토스증권 출범이 눈앞으로 다가오자 20·30세대를 놓고 경쟁하는 카카오페이증권이 일정을 서둘렀다는 이야기가 나온다.
22일 금융투자업계에 따르면 카카오페이증권은 내부에서 최근까지 고집하던 MTS 원장관리시스템 자체 개발을 포기하고 증권업무 전산화 업체 코스콤(koscom)과 원장 개발 계약을 맺었다. 원장관리시스템은 증권사가 고객계좌를 관리하고 매매 및 거래내역 등을 관리할 수 있는 프로그램으로, 증권사가 자체적으로 원장을 이관받아 직접 관리하거나 코스콤이 위탁관리 한다.
한 업계 관계자는 "카카오페이증권의 모기업인 카카오페이와 카카오가 정보기술(IT) 플랫폼 기업인만큼 MTS를 비롯해 홈트레이딩시스템(HTS) 등도 자체 개발하기로 했었지만 MTS 원장 개발부터 난관에 봉착한 데다 토스증권 출범까지 가시화하자 급히 코스콤에 원장 개발 외주를 줬다"라고 말했다.
원래 카카오페이 측은 모기업인 카카오가 국내 굴지의 IT 기업이기에 MTS를 자체적으로 개발하려 했다. 그러나 실상은 달랐다. 증권업에 처음 진출한 카카오페이 측에서는 증권 관련 원장을 만들어본 개발자가 거의 없었고, 이에 개발 인력을 채용하려고 했지만 인력을 쉽게 확보하기가 어려웠다고 한다.
다른 업계 관계자도 "3개월 넘게 원장 개발 인력 채용에 애를 먹은 것으로 안다"고 했다. 이에 카카오페이증권 측에서는 국내 한 블록체인 및 핀테크 전문업체와 함께 자체적으로 MTS를 개발하려고 했지만 업체 쪽에서 제안한 계약 조건이 카카오페이 측과 맞지 않아 흐지부지됐다.
MTS 개발로 내부에서 난항을 겪고 있는 와중에 토스증권 출범까지 가까워지자 카카오페이증권 측은 마음이 급해졌다. 토스가 이르면 연내 증권시장에 진출할 가능성이 높은데, 두 증권사가 공략하는 이용자 층이 20·30대로 겹치기 때문이다. 이에 카카오페이증권 내에서는 ‘토스증권과 비교해 특출난 서비스가 없어 이용자를 뺏기면 어떻게 하냐’는 의견도 나왔다.
이미 토스증권은 MTS를 별도로 준비하고 있다. 업계에선 토스증권이 모바일 특화 증권사라는 특성상 오프라인 지점과 운영인력에 대한 고정 비용이 발생하지 않아 낮은 수수료를 무기로 시장에 뛰어들 것으로 보고 있다. 토스증권은 이 밖에도 간편한 거래 절차, 눈에 띄는 디자인 등 사용자 경험(UX) 개선을 통해 고객을 모은다는 계획이다. 토스증권도 원장 개발은 코스콤에 외주를 준 것으로 알려졌다.
토스증권을 견제하는 카카오페이증권은 서둘러 토스증권처럼 MTS를 서비스해야 한다고 판단했다. 그동안 카카오페이증권은 위탁매매 시장 진출에 신중한 태도를 보였는데, 입장을 완전히 바꾼 것이다. 지금까지 카카오페이증권은 위탁 매매에 직접적으로 나서기보다 카카오페이 플랫폼을 이용해 ‘알모으기’ ‘동전모으기’ 펀드투자를 주 서비스로 내세운다는 방침이었다.
이에 카카오페이측은 "MTS는 계획대로 원래 개발하려던 것"이라며 "원장 개발은 기초적인 단계이기 때문에 개발 인력을 효율적으로 배치하기 위해 코스콤에 외주를 줬다. 카카오페이 측 개발 인력은 MTS 개발 프로트단에 집중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앞서 카카오페이증권은 카카오톡과 카카오페이 플랫폼 덕분에 20·30대 이용자 비중이 70%까지 달하기도 했다. 이를 바탕으로 카카오페이증권은 현재 서비스를 시작한 지 8개월 만에 250만명이 넘는 고객을 확보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