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원태 회장 "LCC 노선과 사업 확대… 기회 많을 것"
동북아 최대 LCC 등장…업계 "시장 재편은 예견된 일"
한진그룹이 아시아나항공(020560)을 인수하면 저비용항공사(LCC) 시장의 판도가 바뀔 전망이다. 한진그룹의 LCC 계열사인 진에어(272450)와 아시아나항공 자회사 에어부산(298690)과 에어서울이 단계적으로 통합되면 현재 LCC 업계 1위인 제주항공(089590)을 넘어서는 ‘메가 LCC’가 탄생하게 된다.
조원태 한진그룹 회장은 18일 서울 여의도 전국경제인연합회 회관에서 취재진과 만나 한진그룹과 아시아나항공의 LCC 운영 방안에 대해 "노선과 사업을 확대하면 중복되는 모든 인력을 활용할 수 있다고 생각한다"며 "(새로운 사업) 기회가 많을 것"이라고 밝혔다. 3개 LCC를 단순히 통합하는 데 그치지 않고 모든 인력을 활용할 정도로 사업을 확장해 나갈 것이라는 의미다.
발등에 불이 떨어진 것은 제주항공과 티웨이항공(091810)등 다른 LCC들이다. 그동안 국내 LCC들은 국내선과 국제선 중·단거리 시장에서 치열한 저가 경쟁을 펼쳐왔다. 최근에는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여파로 국제선 여객 수요가 바닥에 떨어지자 초저가 국내선 항공권을 시장에 푸는 ‘치킨게임’을 벌여왔다. 지난달에는 김포~제주 편도 항공편 가격이 6000원까지 떨어지기도 했다.
이런 상황에서 초대형 LCC가 등장할 경우 업체 간 격차는 더 벌어질 전망이다. 이날 국토부 항공안전관리시스템(ATIS)에 따르면 진에어(28대)와 에어부산(25대), 에어서울(7대)이 합쳐질 경우 전체 항공기 보유 대수는 60대까지 늘어난다. 매출액도 지난해 기준 약 1조7768억원으로 확대된다. 규모로는 동북아에선 최대, 아시아에선 에어아시아 다음으로 큰 LCC다.
현재 LCC업계 1위인 제주항공의 항공기 보유 대수는 44대다. 지난해 기준 매출액은 1조3840억원이다. 업계 2위인 티웨이항공의 보유 항공기는 27대, 매출액은 8106억원으로 새롭게 탄생하게 될 LCC에 못 미치는 수준이다. 김이배 제주항공 사장은 전날 ‘초대형 LCC가 등장하면 앞으로 어떻게 대응할 것이냐’는 질문에 "(합병 사실에) 우리도 깜짝 놀랐다"면서도 "아직 내부적으로 입장이 정리되지 않았다"며 답을 피했다.
새로 탄생하는 초대형 LCC는 규모의 경제를 내세워 시장 점유율을 끌어올릴 수 있을 것으로 예상된다. 허희영 항공대 경영학과 교수는 "이미 오래 전부터 글로벌 항공업계의 트렌드는 몸집 키우기였다"라며 "몸집을 키운 항공사는 항공기 운항 빈도를 높일수록 단가는 낮아지고 탑승률을 높일 수 있고, 항공사끼리 인력과 기재를 공유하면 비용 절감 효과도 누릴 수 있다"고 했다.
사실 LCC 업계 재편은 예견된 일이었다. 대한항공과 아시아나항공의 통합으로 이 시기가 더 앞당겨진 것일 뿐이라는 게 전문가들의 분석이다. 항공업계 고위 관계자는 "국내 시장 규모에 비해 LCC들이 많은 것은 사실"이라면서 "내부적으로 언젠가는 LCC들이 통합될 것이라 예상해왔고, 코로나19로 시기가 조금 앞당겨졌을 뿐"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