칭화유니 등 3개 국영기업 회사채 상환 실패
회사채 시장 패닉…2.6조 규모 발행물량 취소
국영기업 돈줄 역할하던 지방정부 자금난 영향
코로나로 확대한 자금 공급, 다시 조이는 중앙정부
피치 "내년에 자금난 더 심해진다…디폴트 증가할 것"
최근 한달새 중국 국영기업 3곳이 잇따라 디폴트(default·채무 불이행) 상태에 빠지면서 금융시장 관계자들이 충격에 빠졌다. 국영기업 회사채는 돈 떼일 일 없는 고이율 상품이라는 환상이 산산조각 났기 때문이다. 내년에 더 많은 기업이 디폴트에 빠질 것이란 분석도 나온다.
17일(현지시각) 영국 파이낸셜타임스(FT)에 따르면 지난 한주 간 최소 20개의 중국 기업들이 155억위안(2조6000억원) 규모의 채권을 발행할 예정이었으나 돌연 취소했다.
지난달부터 중국 국영기업 세곳이 만기가 돌아온 회사채 원금을 갚는 데 실패하면서 중국 은행과 펀드 매니저를 중심으로 회사채 대량 매도가 쏟아지고 있기 때문이다.
화천자동차그룹은 지난달 10억위안(1690억원) 규모의 회사채를 상환하는 데 실패했다고 밝혔다. 이 회사는 BMW와 중국 합작회사를 운영하는 브릴리언스 중국 자동차(브릴리언스)의 자회사다.
이로부터 몇주 뒤 허난성 석탄 채굴 기업 융청석탄전기가 10억위안 규모 채권을 갚지 못했다고 밝혔다. 17일에는 중국 반도체 회사 칭화유니그룹이 13억위안(2200억원)의 채권 원금을 갚지 못해 시장에 충격을 안겼다.
중국 CSC파이낸셜은 "최근의 디폴트 사례는 국영기업에 대한 사람들의 신뢰를 더욱 약화시켰다"며 "디폴트 이전에 자산 이전이 이뤄진 점과 현금을 많이 보유하고도 회사채를 갚는 데 실패했다는 건 문제가 있다"고 말했다.
그동안 중국 국영기업은 높은 부채비율과 낮은 생산성에도 불구하고 회사채 시장에서 귀한 손님 대접을 받았다. 중앙정부와 지방정부가 어쨌든 디폴트 만큼은 막아줬고 앞으로도 그럴 거라는 믿음이 컸기 때문이다.
그러나 중앙정부가 최근 자금줄을 조이면서 상황이 달라졌다. 중앙정부는 올 초 코로나가 확산할 때 금융기관을 통해 개인과 기업에 자금 공급을 확대했다가 상당수 돈이 주식, 채권, 부동산으로 흘러가 거품이 우려되는 가운데 하반기부터 경기가 회복 되자 돈줄을 조이고 있다.
허난성과 인접한 산시성 정부는 지역 내 국영기업을 반드시 지원하겠다고 밝힌 반면 융청석탄전기 본사가 위치한 허난성 정부는 디폴트 금액 가운데 3240만위안의 이자만 지급하겠다고 말했다.
국제 3대 신용평가사인 피치는 16일 보고서에서 올해보다 내년에 국영기업의 자금조달 여건이 더욱 빡빡해져 디폴트 건수가 더욱 증가할 것이라고 예상했다. 국영기업이 발행한 회사채는 전체 회사채 발행물량의 절반을 차지하기 때문에 채권 시장 전반에 미치는 충격도 클 것으로 예상된다.
다만 중앙정부가 이번 기회에 허약한 국영기업 구조조정에 나서려는 것인지에 대해선 전문가들의 의견이 엇갈리고 있다. JP모건은 "중앙정부가 국영기업 부채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충격요법을 취하기 보단 점진적인 접근법을 취할 것"이라며 "문제 해결을 위해선 파산 절차의 투명성이 확보 되어야 하고 기업 구조개혁, 부채를 갚겠다는 보증이 필요하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