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정위 "심각한 SNS 뒷광고, 내년부터 표시광고법 위반으로 제재"
광고주·광고대행사·인플루언서 제재 대상…유튜브 등 플랫폼은 제외
전문가 "플랫폼 사업자 빠진 뒷광고 규율안은 실효성 없을 것"

공정거래위원회가 내년부터 시행을 예고한 SNS 뒷광고 제재 방안이 반쪽짜리가 될 것이라는 우려가 나오고 있다. 공정위는 인플루언서들이 금품 등 대가를 받고 자발적인 사용 후기인 것처럼 올리는 SNS 콘텐츠를 소비자들을 오인하게 만드는 뒷광고로 규정하고, 법 위반 정도가 심각한 사례는 제재할 방침이다.

이를 위해 공정위는 지난 8월 심사지침 등을 발표했고, 현재는 뒷광고 방지 캠페인과 업계 자율규제 협약 등을 만드는 작업을 진행 중이다. 공정위의 뒷광고 방지안의 핵심은 광고주로부터 대가를 받은 사실이 있다면 그 사실을 SNS 콘텐츠에 고지를 해서 소비자가 광고라는 사실을 인지해야 한다는 것. 소비자 보호에 초점을 맞춘 셈이다.

공정위 뒷광고 방지안이 시행되기 전부터 실효성 논란이 제기된 것은 규율 대상에 유튜브, 페이스북 등 대형 플랫폼 사업자들이 빠져있기 때문이다.

조성욱 공정거래위원회 위원장과 인플루언서들이 지난 9월 24일 서울 중구 대한상공회의소에서 열린 'SNS 부당광고 방지를 위한 공정거래위원장과 인플루언서의 대화'에 앞서 캠페인을 하고 있다.

공정위는 뒷광고 방지 자율협약을 만들기 위해 한국인터넷광고재단, 한국인플루언서산업협회, 한국엠씨엔협회, MCN(멀티 채널 네트워크) 회사, 도티, 테크몽 등 유명 인플루언서 등이 참여하는 협의체를 구성했다. 구글 유튜브, 페이스북, 인스타그램 등 인플루언서들이 뒷광고를 제작, 유포하는 플랫폼들은 규율 대상에서 제외된 것이다.

그렇지만, 전문가들은 플랫폼 사업자가 빠진 뒷광고 규율이 효과적으로 작동할지 의문을 제기하고 있다. 뒷광고를 하는 인플루언서들을 규율하기 위해서는 플랫폼들이 자체 정책으로 뒷광고를 제재하도록 하는 게 가장 효과적이기 때문이다.

지금도 유튜브 채널은 콘텐츠가 정치적 편향성, 선정성, 폭력성이 강하다고 평가될 경우 광고수익을 배분받을 수 없는 ‘노란딱지’ 제재를 받게 된다. 이런 플랫폼 자체 정책으로 뒷광고를 차단하는 방식이 공정위의 SNS 뒷광고 방지 수단에서 제외되자 규제의 실효성이 떨어질 것이라는 우려가 불거지고 있는 것이다.

이에 대해 공정위측은 SNS 뒷광고 제재수단인 표시광고법 특성 탓에 플랫폼 사업자는 규율 대상에서 제외될 수 밖에 없었다고 설명한다.

‘표시·광고의 공정화에 관한 법률’의 정식 명칭인 표시광고법은 △허위ㆍ과장 표시 광고 △기만적인 표시 광고 △부당 비교 표시 광고 △비방적인 표시 광고 등을 규제하기 위한 법률이다. 광고라는 사실을 알리지 않은 채 상품을 홍보하는 뒷광고는 기만적인 표시광고에 해당된다는 게 공정위의 법 해석이다.

공정위 관계자는 "소비자들을 오인하게 만드는 광고 행위를 처벌하기 위해 제정된 표시광고법은 광고 제작에 관여한 사람들이 제재 대상"이라면서 "SNS 뒷광고의 경우 광고주, 광고대행사, 인플루언서는 광고 제작에 관여했다고 볼 수 있지만, 플랫폼 사업자의 경우 직접적인 규율 대상으로 볼 근거가 부족하다"고 말했다.

이 때문에 공정위 측은 방송통신위원회 소관 법률인 정보통신망법으로 플랫폼 사업자들을 규율할 수 있다는 입장이다. 유튜브, 인스타그램 등 플랫폼 사업자들에게 SNS 뒷광고를 방지할 책임을 부여하는 정보통신망법 개정안의 규제 효과가 주목받는 분위기이다. 더불어민주당 소속 김상희 국회 부의장이 이 법안을 대표 발의한 상태다.

그러나 공정거래법 전문가들은 공정위가 소비자 보호 정책을 책임지는 부처에 걸맞지 않는 소극적인 자세를 보이고 있다고 비판한다. 정보통신망법이 플랫폼 사업자들을 규율하는 법이기는 하지만, 정보통신망 관리를 위한 법률이기 때문에 광고 등 경제활동을 규제할 수 있는 법적 강제성이 없다는 게 이들의 지적이다.

한 로펌 관계자는 "표시광고법에 플랫폼 사업자들을 규율할 수 있는 근거가 부족한 것은 사실이지만, 이는 IT 플랫폼을 통한 경제활동이 거의 없었던 1999년 법 제정 당시의 시대적 특성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이어 "소비자 보호를 위해 SNS 뒷광고 규제가 필요하다고 판단했다면 시대 변화에 맞춰 법령을 정비하던지, 행정지도 등을 통해 플랫폼 사업자들을 규율범위에 포함시키려고 노력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런 지적에 대해 공정위 관계자는 "현재로서는 법적 강제보다는 업계 자율 시정으로 SNS 뒷광고를 방지하겠다는 게 주된 방침"이라면서 "플랫폼 사업자들과의 협의는 상황을 좀 더 지켜보고 검토할 것"이라는 입장을 보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