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4년 5월 프랑스 항공사 에어프랑스는 네덜란드 항공사인 KLM을 인수했다. 당시 KLM은 9·11테러와 이라크전, 사스(SARS·중증급성호흡기증후군) 등의 악재가 겹치면서 만성 적자에 시달리고 있었다. 여기에 이지젯 등 유럽의 저비용항공사(LCC)로부터 여객 수요마저 잠식당하는 상황이었다.
몸집을 키워 경쟁력을 갖추고 싶었던 에어프랑스에는 좋은 기회였다. 두 회사는 주식교환 형태로 ‘에어프랑스-KLM’이란 이름의 초대형 항공 그룹을 세웠다. 에어프랑스 지분이 80%로, 사실상 에어프랑스가 KLM을 인수한 셈이었다. 두 회사는 합병 첫해 수익을 50%까지 끌어 올렸고, 유럽 내 항공시장 점유율도 25%까지 높이며 유럽의 대표 항공 그룹으로 자리매김했다.
13일 금융권과 항공업계에 따르면 산업은행은 한진그룹에서 아시아나항공(020560)을 인수하는 방안을 검토하면서 에어프랑스-KLM 등 해외 항공사들 인수합병(M&A) 사례를 참고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영국의 인터내셔널 에어라인 그룹(IAG) 사례도 거론된다. IAG는 2009년 브리티시항공(BA)과 스페인 이베리아항공의 합병을 통해 탄생했다. 당시 BA는 유럽 내 다른 대형항공사들과의 경쟁에서 살아남기 위해 고심했고, 이베리아항공에 접촉해 IAG를 세웠다. 이후 IAG는 2015년 아일랜드의 에어링구스까지 인수, 덩치를 더 키워 유럽 최대 항공 그룹 중 하나로 재탄생했다. IAG는 2015년 에어링구스 인수합병 이후 3년 평균 2.8% 수준의 흑자 폭을 11.7% 수준까지 키워냈다. IAG는 지난해 기준 항공기 598대를 보유하고, 279개가 넘는 도시에 취항하고 있다.
2000년대 당시 미국에서도 항공사 간의 입수합병은 활발하게 진행됐다. 당시 미국은 IT버블 붕괴와 9·11테러 등으로 여객 수요가 바닥에 떨어지면서 항공사들이 실적 부진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있었다. 결국 2005년에는 아메리칸항공과 US항공이 합병됐고, 2008년에는 미국 델타항공이 노스웨스턴항공과 웨스턴에어라인을 인수했다. 2010년엔 유나이티드항공이 콘티넨털항공과 합병했다.
항공업계에 따르면 글로벌 항공업계의 트렌드는 ‘몸집 키우기’다. 국가마다 대형항공사(FSC)를 갖추고 있고, LCC들까지 우후죽순 늘어나면서 과거의 방식으로는 더이상 생존할 수 없기 때문이다. 치열한 경쟁 속에서 생존하기 위해선 규모의 경제를 통해 비용은 최대한 줄이고 수익성을 극대화할 수밖에 없다. 미국과 유럽에서 항공사 간 인수합병이 활발하게 벌어진 이유도 같은 이유에서였다.
항공업계 관계자는 "인수합병을 통해 대형 비행기를 띄우고 운항 빈도를 높이면, 단가를 낮추고 탑승률을 높일 수 있다"며 "인력과 기재도 서로 공유하면 비용 절감 효과까지 누릴 수 있다"고 설명했다.
허희영 항공대 경영학과 교수는 "에어프랑스-KLM 사례처럼 이미 오래 전부터 글로벌 항공사들은 활발한 인수합병을 통해 덩치를 키워왔고, 규모의 경제를 실현해 경쟁력을 확보할 수 있었다"며 "글로벌 항공업계 트렌드가 몸집 키우기인 만큼, 우리나라도 지금이 항공산업을 재편할 수 있는 기회"라고 말했다.
산업은행의 계획대로 아시아나항공이 대한항공에 편입될 경우 자산 40조원, 매출 19조 6492억원에 이르는 세계 10위권의 초대형 항공그룹이 탄생한다. 대한항공의 보유 기체는 173대, 아시아나항공은 86대다. 총 259대로 경쟁사인 에어프랑스의 보유 대수 225대를 웃돌게 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