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타표면' 나노 구조 바꿔야 가능한 홀로그램 이미지 전환
노준석·김영기 포스텍 교수팀, 손가락 터치로 신속 전환 성공
"영화 수준 프레임 속도… 초고용량 저장장치 개발은 숙제"
국내 연구진이 1초당 25프레임의 속도로 여러 홀로그램 이미지를 재생할 수 있는 기술을 개발, 향후 홀로그램 동영상을 구현하기 위한 원천기술을 확보했다.
한국연구재단은 노준석·김영기 포스텍(POSTECH) 교수 연구팀이 메타물질에 액정 기술을 접목해 손가락 터치에 반응하는 홀로그램 장치를 개발했다고 11일 밝혔다. 연구성과는 국제 학술지 ‘어드밴스드 머티리얼즈 (Advanced Materials)’에 이날 게재됐다.
홀로그램 이미지를 만들려면 ‘메타표면’이 필요하다. 메타표면은 자연에 존재하지 않고 인공적으로 만든 물질인 ‘메타물질’로 만든 표면이다. 메타표면은 특수한 나노 구조로 설계돼있다. 메타표면을 통과한 빛은 공간에 입체 상(像)을 만들 수 있다.
메타표면의 나노 구조에 따라 만들어지는 이미지가 달라진다. 현재의 메타표면은 제작될 때 정해진 나노 구조에 대응하는 하나의 이미지만을 띄울 수 있다. 이미지가 1초에 수십번 변하는 동영상을 구현하기 위해서는 나노 구조를 빠르게 바꿀 수 있는 새로운 메타표면이 필요하다.
연구팀은 이를 구현하기 위한 원천기술을 얻었다. 연구팀은 액정으로 메타표면의 나노 구조를 만들었다. 액정 분자들은 전기 등 외부 자극에 의해 배열을 바꿔 나노 구조를 바꿀 수 있다. 액정 분자들의 배열을 조절하기 위해 특수 제작한 광변조기를 메타표면에 결합했다.
이렇게 만든 메타표면으로 실험한 결과, 손가락 터치 압력이나 1볼트(V) 전압의 전기 등을 가하면 수 밀리초(ms·0.001초)만에 나노 구조를 바꾸고 그에 맞게 이미지를 교체하는 것으로 확인됐다.
기존에도 메타표면을 제어해 홀로그램 이미지를 교체하는 기술이 있었지만, 연구팀이 세계 최초로 개발한 이번 방식이 초당 프레임 수를 대폭 늘렸다는 평가다. 노 교수는 "기존 기술들의 초당 프레임 수는 4프레임 미만"이라며 "이를 25프레임으로 높였다"고 설명했다. 현재 평면 이미지로 만든 동영상인 영화(24프레임)나 TV 화면(30프레임)과 비슷한 수준이다. 연구팀은 프레임을 더 높이기 위한 후속 연구를 진행할 계획이다.
다만 초당 프레임 수만 늘렸다고 대중이 소비할 만한 홀로그램 동영상을 구현할 수 있는 건 아니다. 화질, 색재현력, 용량 등의 성능과 이를 뒷받침할 만한 기기 개발이 필요하다. 특히 홀로그램 이미지는 용량이 높기 때문에 현재 쓰이는 저장장치로는 한대당 이미지 200장도 저장할 수 없다. 동영상을 만든다고 해도 길이가 수초에 불과하다는 의미다. 이를 극복하기 위해 연구팀은 홀로그램 동영상 전용 저장장치도 함께 개발 중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