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제약사 화이자의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백신 효과 소식에 국내 항공사들 주가가 급등세다. 항공 수요 회복과 백신 수송에 따른 실적 개선 기대감이 반영된 것이다. 다만 이번 주부터 3분기 실적 발표에 나서는 국내 항공사들은 대규모 적자가 전망된다.

제주항공 승무원이 여객기 내부를 소독하고 있다.

10일 국내 항공사들 주가는 장 초반 15% 이상 급등했다. 대한항공(003490)은 전날 종가보다 14.90% 오른 2만5050원에, 아시아나항공(020560)은 15.54% 오른 4015원에 거래를 시작했다.

저비용항공사(LCC)들 주가도 같이 올랐다. 제주항공(089590)은 전날보다 19.63% 오른 1만6150원, 진에어(272450)는 20.98% 오른 1만900원, 티웨이항공(091810)은 19.63% 오른 2990원, 에어부산(298690)은 15.89% 오른 3720원에 거래를 시작했다.

국내 항공사들의 주가가 급등한 것은 전날(현지 시각) 화이자가 개발 중인 코로나19 백신 효과 소식 때문이다. 화이자는 백신 3상 임상시험 참가자 중 94명을 분석한 결과, 자사 백신이 코로나19를 예방하는 데 90% 이상 효과적인 것으로 나타났다고 발표했다. 현지 언론에 따르면 화이자는 2개월 안전성 데이터까지 확보가 완료되는 이달 셋째 주 후, 미 식품의약국(FDA)에 긴급사용허가를 신청할 계획인 것으로 전해졌다.

전날 화이자 발표 소식을 먼저 접한 미국 주식 시장은 크게 올랐다. 특히 그동안 코로나19에 실적이 부진했던 항공사들 주가가 집중적으로 올랐다. 아메리칸항공은 15.18%, 델타항공은 17.03%, 사우스웨스트항공은 9.7% 오른 채 장을 마감했다. 항공기 제작사인 보잉도 13.71% 올랐다.

증권가에선 항공사들의 주가가 급등한 이유를 두고 여객 수요 회복에 대한 기대감이 영향을 미쳤다고 분석했다. 방민진 유진투자증권 애널리스트는 "항공업계와 여행업계 등 코로나19로 가장 큰 피해를 본 업계가 백신 개발 소식에 가장 먼저 반응한 것"이라며 "여행 수요가 회복될 것이란 기대감 등이 주가에 반영된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향후 항공사들의 백신 수송 수혜에 따른 기대감도 주가에 반영됐다. 김유혁 한화투자증권 애널리스트는 "백신 수송이 개시되면 이를 실어나를 수 있는 항공사들이 수혜를 볼 것"이라며 "화이자가 FDA의 사용허가를 받는다면 올해 안에 5000만도즈, 내년에 13억도즈를 생산할 전망"이라고 분석했다.

미국 뉴욕 화이자 본사 로고.

항공업계에 따르면 B777F 기종 1대가 수송할 수 있는 백신의 양은 약 100만도즈로 추정된다. 화이자의 백신만 실어나를 경우에도 올해만 50대, 내년에는 1300대 분량의 규모의 화물기가 필요한 셈이다. 아스트라제네카, 모더나 등 다른 제약업체가 개발 중인 백신까지 고려하면 내년까지 항공화물 시장에 유입될 것으로 추정되는 백신 수송 물량은 약 80억도즈다. 국내에선 대한항공과 아시아나항공만 백신을 수송할 수 있는 국제항공운송협회(IATA)의 ‘CEIV Pharma’ 인증을 갖고 있다.

이날 주가는 급등했지만, 항공업계 주가는 코로나19에 따른 실적 부진에 따라 연초부터 내리막길을 걸어왔다. 대한항공은 연초 2만원대에서 지난 3월 1만700원까지 떨어진 뒤, 연초 주가를 회복하는 데 7개월이 걸렸다. 연초 주가가 5000원 이상이었던 아시아나항공은 아직도 3000원대에 머물러있다. 제주항공, 진에어 등 LCC들도 연초 대비 주가가 30% 이상 빠진 상태다.

항공사들은 이번 주 줄줄이 실적을 내놓는다. 이날은 제주항공이 3분기 잠정 실적을 발표한다. 아시아나항공은 오는 16일에 실적을 발표할 예정이다. 증권업계에서는 아시아나항공을 포함, 대부분의 항공사가 3분기 적자를 낼 것으로 전망했다. 지난 5일 국내 항공사 중 가장 먼저 잠정 실적을 발표한 대한항공은 76억원의 영업이익을 기록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