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마트 대한민국 펀드, 소부장 펀드도 여력 남아
투자대상 중복되는 정책 펀드 있는데 또 만들어

정부가 2025년까지 160조원을 투자하는 한국판 뉴딜 정책을 통해 신종 코로나 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으로 인한 경제 위기를 타개하고, 일자리를 창출하겠다는 야심찬 청사진을 밝혔다. 여당은 "국가대전환 프로젝트"(김태년 원내대표) "새로운 미래로 진입하는 연결부위"(이낙연 대표)라는 구호도 내걸었다. 하지만 사업의 많은 부분이 수년 전부터 해왔던 사업이거나 경제 발전에 큰 도움을 주기 힘들어보이는 사업들로 채워져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중앙부처의 내년도 예산안을 통해 한국판 뉴딜 사업의 실태를 살펴본다. [편집자주]

정부가 한국판 뉴딜을 재정으로 뒷받침하는 ‘뉴딜 펀드’를 새로 조성해 6000억원을 투입하는 것을 놓고 기존에 설정된 다른 정책형 펀드와 투자 대상이 중복된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투자처가 비슷한 재정 투입 펀드에 투자 여력이 남아있음에도, 국채를 발행하면서까지 예산을 낭비하고 있다는 비판이다.

10일 국회 기획재정위원회 추경호 국민의힘 의원실을 통해 입수한 국회예산정책처의 ‘2021년도 예산안 위원회별 분석-정무위원회’ 보고서에 따르면, 재정이 투입되는 뉴딜펀드와 스마트 대한민국 펀드의 투자 대상이 중복될 수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두 펀드의 투자 대상이 비대면, 바이오, 그린뉴딜 분야의 창업·벤처기업(스타트업)과 중견기업으로 겹친다는 것이다.

문재인 대통령과 이낙연 더불어민주당 대표가 지난달 3일 오전 청와대에서 열린 제1차 한국판 뉴딜 전략회의에서 홍남기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의 뉴딜펀드 조성방안에 대한 발표를 들은 뒤 박수를 치고 있다.

뉴딜펀드는 지난 9월 정부가 한국판 뉴딜의 성공적인 추진을 지원하겠다면서 ‘국민참여형 뉴딜펀드 조성 및 뉴딜금융 지원방안’을 통해 도입을 예고한 펀드다. 2021년부터 2025년까지 5년간 재정에서 3조원 규모의 모(母)펀드를 조성해 산업은행에 출자하고, 산업은행과 성장사다리펀드 등의 공공부문에서 4조원, 민간에서 13조원 규모의 투자를 유치해 총 20조원 규모의 자(子)펀드인 뉴딜펀드를 조성한다는 구상이다. 뉴딜 분야의 스타트업과 중견기업 등 산업 생태계 전반에 대규모 모험자본을 공급하겠다는 계획이다.

예정처가 이와 성격이 유사하다고 지적한 스마트 대한민국 펀드는 2025년까지 6조원 규모로 조성하는 것으로 계획돼 있다. 스마트 대한민국 펀드는 중소기업벤처부가, 뉴딜펀드는 금융위원회가 소관 부처다. 스마트 대한민국 펀드와 뉴딜펀드는 소관 부처와 투자 금액이 다르지만, 투자 대상은 뉴딜 분야 창업·벤처기업(스타트업)이라는 점에서 중복된다는 게 예정처의 지적이다.

정부가 예시로 밝힌 뉴딜펀드의 투자처는 ▲뉴딜 관련 민자 사업(그린 스마트 스쿨, 수소충전소 구축) ▲민자사업 외 뉴딜 인프라(디지털 SOC) ▲수소, 전기차 개발 프로젝트 ▲뉴딜 관련 창업 스타트업과 중견기업 등인데, 스마트 대한민국 펀드도 비대면, 바이오, 그린뉴딜 분야 기업에 투자하도록 돼 있다. 이 같은 지적에 대해 금융위는 "뉴딜펀드는 투자 대상이 뉴딜 전 분야이고, 스마트 대한민국 펀드는 뉴딜의 일부 분야"라고 해명했다.

그래픽=송윤혜

국민의힘은 앞서 ‘예산안 5대 분야 100대 문제 사업’ 보고서에서 1번 항목으로 금융위의 뉴딜펀드를 지적하면서 "내년 예산안에서 6000억원을 전액 삭감하라"고 지적했다. 비슷한 성격의 재정 투입 펀드가 아직 다 집행되지도 않았는데, 비슷한 성격의 정책 펀드를 만드는 것은 예산 낭비라는 지적이다.

국민의힘은 이 보고서를 통해 "금융위가 앞서 2018~2020년에 8조원 규모로 펀드 조성을 추진한 혁신모험펀드와 소부장(소재·부품·장비)지원펀드의 투자 실적이 결성액의 33%에 불과하고, 아직도 5조원 이상의 투자 여력이 남아있다"면서 "또다른 뉴딜펀드 조성은 불필요하다"고 했다. 혁신모험펀드와 소부장펀드는 2020년까지 2조4992억원이 투자로 이어졌고, 이 중 재정은 5200억원이 투입됐다.

보고서는 또 "뉴딜펀드 투자 대상은 그린뉴딜, 디지털뉴딜, 혁신산업 분야의 중소·중견기업인데, 기존 펀드의 사각지대라고 할 수도 없으며, 펀드 가짓수 늘리기에 불과하다"고 지적했다. 전문가들은 정부의 무분별한 재정투입 계획이 오히려 관련 산업 생태계에서 좀비 기업을 양산시키고 있다고 지적한다. 우석진 명지대 경제학과 교수는 "현재 벤처 생태계에는 자금 지원이 넘쳐나고 있다"면서 "오히려 역량이 부족한데 간신히 업을 이어가는 한계기업을 유지시키는 데 정부 돈이 쓰일 뿐"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