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46대 대통령에 조 바이든 민주당 후보가 당선되면서 국외는 물론 국내에서도 ESG(환경·사회적 책임·지배구조) 펀드에 대한 개인 투자자의 관심이 높아지고 있다. 국내 ESG 펀드는 걸음마를 갓 뗀 수준이지만 바이든 당선자의 친환경 정책 공약을 필두로 내년에 시장에서 화두가 될 전망이다. 이에 전문가들은 ESG 펀드가 주목받는 상황이지만 ‘무늬만’ ESG 펀드가 아닌지 등을 꼼꼼히 따져봐야 한다고 조언했다.

9일 금융정보제공업체 에프엔가이드에 따르면 11월 초 기준으로 국내 45개 SRI펀드의 순자산규모는 1조1190억원이다. 지난해부터 올해까지 총 13개가 출시됐다. SRI펀드란 투자 대상 기업을 선정할 때 기업의 재무적 지표와 함께 사회적 책임을 비롯해 환경, 사회 등을 고려한 펀드로 일반적으로 국내 ESG 펀드를 말할 때 유사한 범주로 여겨진다.

조선DB

국내 SRI펀드 45개의 설정액은 연초 이후 2595억원이 빠졌지만 최근 3개월 사이 1608억원, 1개월 사이 627억원이 늘었다. 또 펀드평가사 제로인에 따르면 국내에 상장된 ESG 상장지수펀드(ETF) 7개 중 6개가 연초 이후 수익을 냈다. 그 중 특히 KB운용의 ‘KB KBSTAR ESG 사회책임투자상장지수(주식)’과 미래에셋자산운용의 ‘미래에셋 TIGER MSCI KOREA ESG리더스상장지수(주식)’는 각각 12.53%, 12.04% 수익률을 기록했다. 기업의 ESG 지속가능성이 수익률로 연결되며 자금이 유입되고 있는 셈이다.

올 하반기부터 ESG 지수는 바이든 당선인을 뒤에 업고 주목받았다. 바이든 당선인 지지율과 상대적으로 연관성이 높았던 지수는 MSCI US ESG 지수였다. 바이든 당선인이 선거 유세 기간 내내 공정 경제나 친환경을 강조했던 만큼 ESG 지수에 포함된 기업들이 주목 받았다. 연초 이후 지난달 중순까지 미국 ESG ETF 81개에 240억달러(약 26조7400억원)에 달하는 자금이 들어왔다.

앞서 바이든 당선인은 파리기후협약 재가입, 온실가스 배출 2050년까지 제로화, 친환경 등 미래산업 연구개발에 3000억달러(약 334조원) 투자 등을 공약으로 내걸었다. 이 흐름을 타고 한국을 비롯한 신흥국 ESG ETF로도 자금이 유입되는 추세다.

금융투자업계는 ESG 펀드 투자를 긍정적으로 바라보고 있다. 이재만 하나금융투자 연구원은 "국내 기업 중 아시아 ESG지수(MSCI Asia Pacific ESG Leaders 지수)에 포함된 기업 36곳을 중심으로 관심을 가져볼 필요가 있다"며 "국내 그룹주 중에서는 LG와 SK가 주를 이루고 있으며, 금융지주 비중도 높다는 점이 특징"이라고 했다.

ESG 펀드 중 가장 규모가 큰 ‘마이다스책임투자펀드’를 운용하고 있는 신진호 마이다스에셋자산운용 대표는 "기업 가치를 평가하는 데 있어서 재무적 요건뿐만 아니라 ESG와 같은 비재무적 요건까지 포함하는 일이 늘어나면서 ESG 펀드 전망은 밝은 편"이라고 했다. 이어 "앞으로 중요한 투자 지표 중 하나가 될 것"이라고 했다.

다만 ESG 붐을 타고 무턱대고 투자하는 것은 주의해야 한다. 국내 ESG 펀드는 아직 태동 단계인 만큼 기업과 운용사 모두 ESG 요소를 평가하는 지표가 부족해 무늬만 ESG 펀드도 있을 수 있다.

신 대표는 "아직 ESG 요소를 평가하는 방법 등이 정립된 게 아니어서 개인 투자자들은 펀드에 어떤 기업이나 채권이 편입됐는지 잘 살펴봐야 한다"며 "특히 이름 있는 기업들도 ESG 점수를 높게 받기 위해 홍보 등에만 치중하고 내실을 다지지 않는 경우도 있기 때문에 ESG 펀드 운용사에 이를 잘 골라낼 수 있는 전문 ESG 운용역이 있는지, 관련 리서치를 하는지 등을 따져봐야 한다"고 했다.

박혜진 자본시장연구원 연구위원도 "국내 ESG 펀드 시장이 초기 형성 단계인 만큼 앞으로 시장이 커지면서 나올 수 있는 ‘그린 워싱(Greenwashing·위장 환경주의)’ 가능성이 높은 ESG 펀드에 주의해야 한다"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