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 앞에 놓인 많은 일들을 시작해보자."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과 함께 선거의 승자가 된 카멀라 해리스 미국 부통령 당선인이 등장하자 환호가 터져나왔다. 그가 ‘미국 역사상 첫 여성 부통령이자 흑인 부통령’이 되는 것과 동시에 단숨에 차기 미국 대통령 유력 후보로 떠오르는 순간이었다.

카멀라 해리스 부통령 당선인은 7일(현지 시각) 미국 델라웨어주 윌밍턴에서 조 바이든 대통령 당선인에 앞서 첫 대국민 연설을 했다. 미국 대선에서 당선인이 승리 연설을 할때 부통령 당선인이 연설을 하는 것은 이례적인 일이다. 이날 해리스 부통령 당선인은 바이든 대통령 당선인을 소개하는 역할로 나왔지만 자신의 이야기와 민주주의에 대한 신념에 대해 상당히 길게 말하며 존재감을 드러냈다. 여성 첫 부통령이 되는 해리스는 여성 참정권을 기리기 위해 흰색 정장을 입었다.

여성이자 소수 인종 출신으로 미국 부통령에 선출된 카멀라 해리스 당선인이 소감을 밝히고 있다.

이날 해리스 부통령 당선인은 ‘민주주의는 국가가 아니라 행위’라고 말한 고(故) 존 루이스 조지아 하원의원에 대한 경의를 표하며 발언을 시작했다.

해리스 당선인은 "민주주의는 보장된 게 아니다. 민주주의는 그것을 위해 싸우려는 우리의 의지만큼만 강하다"라며 "그것(민주주의)을 지키고 결코 당연한 것으로 여기지 않는 데에는 희생이 따르지만 거기에는 기쁨이 있다"고 말했다.

또 해리스 당선인은 "나는 이 직책(부통령)에 앉는 첫 번째 여성이 되겠지만 마지막은 아닐 것"이라며 "오늘 밤을 지켜보는 모든 소녀는 미국이 가능성의 나라라는 것을 알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그는 "성별과 관계없이 우리나라 어린이들에게 이 나라는 분명한 메시지를 보냈다"며 "그것은 야망을 품고 꿈꿔라. 신념을 갖고 이끌어라. 그리고 단지 그전에 보지 못했다는 이유로 남들이 생각하지 않을 방식으로 너 자신을 보라. 그러나 우리가 너의 모든 발걸음마다 박수를 보낼 것이란 것을 명심하라"라고 했다.

해리스 당선인은 미국 캘리포니아주 오클랜드에서 자메이카 출신 경제학자 아버지와 인도 출신 암 연구자 어머니 사이에서 태어난 이민 2세대다.

지난 20년 동안 민주당 정치계의 떠오르는 스타였던 해리스가 새 미국 부통령으로 오르자, 차기 대선 도전에 유리한 고지를 선점했다는 평가도 나온다. 바이든 대통령 당선인이 첫 임기를 마치면 82세의 나이가 된다. 고령임을 감안하면 재선이 어려울 수 있고, 해리스 당선인이 차기 대선의 유력한 후보가 될 수있을 것이란 관측이 잇따른다.

미국 언론들은 '미국 정치의 미래를 대표할 얼굴'로 부통령 후보인 카말라 해리스의 부상을 집중 조명해왔다. AP통신은 "바이든 대통령 당선자가 단임하기로 결정할 경우 해리스 당선인이 차기 대선 후보군 선두주자가 될 가능성이 크다"고 했다.

뉴욕타임스(NYT)는 "해리스는 미국의 미래 정치를 상징할 얼굴로 여겨지고 있다"며 역대 어느 부통령 후보보다 유권자의 관심을 받고 있다"고 전한 바 있다.

워싱턴포스트(WP)는 해리스에 대해 '바이든을 돋보이게 하는 사람'이라고 평가했다. 해리스는 지난해 민주당 대선 경선 당시 바이든이 인종차별에 대한 문제 의식이 부족하다며 강도높게 비난했었다. 그랬던 해리스를 바이든이 '러닝메이트'로 발탁해 자신의 약점을 효과적으로 보완하고 팀을 이루는 이상적인 모습을 보였다고 WP는 전했다.

1964년생 한국 나이로 올해 56세인 해리스 당선인은 이번 대선에서 민주당 대선후보 경선에 출마해 인지도를 높였고 지난 8월 부통령 후보로 지명됐다. 미 캘리포니아주 샌프란시스코 시 검사장과 주 법무장관을 거쳐 2016년 캘리포니아주 연방 상원의원으로 선출됐다. 흑인 여성이 미 연방 상원의원이 된 사례는 캐럴 모슬리 브라운 의원에 이어 두번째다.

해리스 부통령 당선인은 바이든의 승리 확정 직후 트위터에 "이번 대선은 바이든이나 나보다 훨씬 더 많은 것에 대한 선거"라며 "미국의 정신과 이를 위해 싸우려는 우리의 의지에 관한 선거"라고 썼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