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종철 산업연구원 연구위원 인터뷰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 당선인이 취임 후 산업의 공급사슬(공급망) 재편 작업을 진행할 것으로 예상된다. 이는 동맹국인 한국에 기회가 될 수 있다"
문종철 산업연구원 연구위원은 조선비즈와의 인터뷰에서 "바이든 당선자가 구상하는 새로운 공급사슬은 ‘신뢰할 수 있는 공급사슬 구축’을 목표로 하기 때문에, 한국이 참여할 수 있는 여지가 있을 것으로 보인다. 대미투자와 강화와 함께, 각 기업들은 환경·노동 분야의 리스크를 점검할 필요가 있다"며 이같이 밝혔다.
다만 문 연구위원은 미·중 갈등과 관련해서는 한국이 어려운 선택을 해야할 수 있다고 봤다. 그는 "바이든 정부가 중국에 대한 견제를 위해 동맹의 결속 강화를 압박할 가능성이 있다"며 "미국과 중국 사이에서 입장 정리가 중요할 것으로 보인다. 미·중 문제는 신중하게 판단할 필요가 있다"고 했다.
중국은 한국의 제 1의 무역상대국이다. 특히 최근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사태로 한국의 중국 의존도는 더욱 증가한 것으로 나타났다. 전국경제인연합회에 따르면 올해 1~7월 수출의 대중국 비중은 작년 동기간 대비 1.5%포인트(P) 증가했다. 올해 상반기 외국인 투자에서는 주요국 중에서 중국만 작년 동기대비 금액(184.4% 증가)과 비중(8.2%P 증가)이 모두 증가했다.
반도체 등 장비 분야에서의 의존도는 더욱 심하다. ‘세계의 공장’이라고 불리는 중국은 전 세계 전자·전기 장비 산업에서 약 30%의 비중을 차지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글로벌 공급사슬의 핵심 역할을 한다는 의미다. 최근 국내 전자·자동차 업체들이 코로나19 사태로 중국산 부품을 공급받지 못해, 공장가동을 멈추게 된 것도 이러한 배경탓이다.
문 연구위원은 "미중 갈등이 격화되면서, 한국도 중국 이외의 공급망 다변화를 준비할 필요가 있다"며 "미국은 전세계에서 가장 많은 지적재산권을 보유한 국가로서, 바이든 행정부는 지적재산권을 통해 중국을 압박할 수 있고 한국 기업들에도 영향이 있을 것으로 보여 대응이 필요하다"고 했다.
미국은 지난 9월15일 중국 화웨이에 대한 반도체 수출 제재를 강화했다. 이에 삼성전자(005930)와 SK하이닉스(000660)의 반도체 수출도 중단된 상태다. 다만 중국내 점유율을 높이려는 오포, 비보, 샤오미 등 경쟁 업체들의 주문량이 증가하면서 지난달 예상됐던 ‘화웨이 쇼크’는 제한적이었다. 지난달 반도체 수출액은 86억7900만 달러로 전년 10월(78억6200만 달러) 대비 10.4% 증가했다.
문 연구위원은 "반도체 수출 규제는 아직 끝나지 않은 상황이다. 바이든 행정부는 화웨이 뿐만 아니라, 규제 기업대상을 확대할 가능성이 있다"며 "현재는 규제 분야가 반도체 뿐이지만 향후 전 영역에 걸쳐 확대될 수 있다"고 지적했다.
문 연구원은 WTO 규범을 존중하는 바이든 당선인이 미국과 WTO의 관계개선에 나설 것으로 예상했다. 앞서 미국은 ‘중국의 개발도상국 지정’에 반대하며 무역분쟁에서 일종의 대법원 역할을 하는 WTO 상소기구 위원 선임을 막아 기능을 중단시켰다.
문 연구위원은 "수출 의존도가 높은 한국은 반도체, 가전, 자동차, 스마트폰 등 여러 국가와 통상 분쟁이 발생할 경우 WTO에 의존해 협의해왔다"라며 "WTO와 분쟁 상소 기구가 제 기능을 회복한다면 트럼프 정부 시절 취해졌던 미국의 일방적인 보호무역 정책에 대응할 수 있게 된다"고 했다.
이어 "다만 대선 이후 공화당이 상원을 장악할 경우, 바이든의 정책 추진속도에 변수가 될 수 있다"며 "특히 코로나19 사태 해결이 급선무인 만큼 통상 정책은 후순위로 밀려 통상 환경의 변화는 다소 시간이 걸릴 수 있다"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