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대통령 선거가 조 바이든 민주당 후보의 승리로 끝나면서, 바이든 행정부의 정책이 자동차 산업에 어떤 영향을 미칠 것인지 업계는 촉각을 세우고 있다. 연비 규제 등 친환경 정책을 강경하게 거부해왔던 현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과 달리 바이든 후보와 민주당 행정부는 적극적으로 연비 규제를 강화하고, 전기차 등 친환경 차량 보급을 늘려나가겠다는 공약을 내세우고 있다.

하지만 민주당 정부의 친환경차 드라이브는 환경 정책이라기보다 오히려 산업 및 일자리 정책으로서 성격이 짙다. 요컨대 자동차 산업의 일자리를 지키고, 자국 기업의 글로벌 경쟁력을 강화하기 위한 방법론이라는 얘기다. 자동차 관련 통상 정책에서 바이든 행정부도 일자리를 최우선 목표로 삼아 지금 기조에서 크게 벗어나지 않을 가능성이 높다는 분석이다.

조 바이든 민주당 후보가 지난 9월 미시간주 워렌의 전미자동차노조(UAW) 지역 본부에서 유세하기 위해 연단으로 이동하고 있다.

◇연비규제 강화에 전기차 보조금 늘린다

바이든 후보가 취임하면 가장 먼저 실시할 정책은 지난 3월 트럼프 대통령이 실시한 연비 규제 완화 조치를 철폐하고, 버락 오바마 전 대통령 시절 수준으로 돌아가는 것이다. 트럼프 대통령은 지난 3월 2026년까지 매년 5%씩 높아지도록 되어있는 연비 규제를 매년 1.5% 수준으로 낮추는 내용의 행정명령을 내놨다. 트럼프 행정부의 규제 방안에 따르면 2026년까지 승용차·트럭·스포츠유틸리티차(SUV)는 1갤런당 평균 40마일(약 64.3㎞)을 달려야 한다. 오바마 시절 목표치는 갤런당 47마일이었다. 바이든 후보가 취임하면 연비 규제를 이전 수준으로 높일 가능성이 높다.

바이든 후보는 파리기후협약 복귀 등 온실가스 배출 저감을 위해 노력할 것을 천명했다. 그는 4일(현지시간) "오늘, 트럼프 행정부는 공식적으로 파리기후협약을 탈퇴했다. 바이든 행정부는 정확히 77일 안에 복귀할 것"이라고 자신의 트위터 계정을 통해 밝혔을 정도다.

2035년에 내연기관 자동차 판매를 금지하겠다는 캘리포니아주의 선언과 같이 15년 정도 뒤에 내연기관차 판매를 금지하거나, 대단히 어렵게 만드는 정책을 펼 가능성도 다분하다.

다른 한편으로 바이든 후보는 전기차 등 친환경차에 대한 대규모 보조금을 약속했다. 노후차 보유자가 전기차를 구매할 경우 보조금을 지급하고, 미국 전역에 전기차 충전소 50만곳을 설치한다는 게 바이든 후보의 대선 공약이었다. 친환경 인프라스트럭처 구축 사업에 2조달러(2300조원)을 지출하겠다는 게 그의 공약인데, 그 가운데 상당수는 교통 수단에 쓰일 전망이다. 관용차 3백만대를 모두 전기차로 바꾸겠다는 게 바이든 후보의 정책이다.

조 바이든 민주당 후보의 친환경차 확대와 신재생에너지 투자 정책은 미국의 관련 산업 주도권 확보와 질 좋은 일자리 증가를 위한 것이기도 하다.

◇"일자리 100만개 창출" 약속

바이든 후보의 공약은 일자리와도 밀접하게 연관돼있다. 바이든 후보는 "친환경차 보급을 확대해 100만개의 일자리를 창출할 것"이라고 공언하고 있다.

이는 이른바 ‘러스트벨트(Rust Belt)’라고 불리는 오대호 연안의 제조업 지대의 표심(票心)을 계속 붙잡아야 한다는 정치적 필요성과 연관돼 있기도 하다. 미시간, 펜실베니아,오하이오, 위스콘신, 인디애나, 일리노이 등 이들 지역은 이번 대선에서 모두 격전지로 꼽혔다. 2016년 대선 당시 민주당에서 이탈해 트럼프 지지로 선회한 곳이 다수다.

따라서 친환경차 확대 정책은 미국 내 일자리 확보 정책과 긴밀하게 맞물려 돌아갈 가능성이 높다. 실제로 전기차의 경우 테슬라가 전체 자동차 산업의 판도를 뒤흔들고 있을 뿐만 아니라 GM(제너럴모터스) 등도 공격적인 전기차 전환 정책을 펴고 있다. 바이든 후보는 "전기차, 태양광 패널 등의 생산이 늘어나면 미국 내 광업도 활성화될 것"이라고 광업 지대에서 발언하기도 했다.

트럼프 대통령 당시 원산지 규정 강화, 고관세 부과 등의 정책을 전면 폐기하고, 이전의 자유무역기조로 돌아갈 가능성이 낮다는 분석이 나오는 이유도 일자리 때문이다. 트럼프 대통령은 북미자유무역협정(NAFTA)을 미국·멕시코·캐나다협정(USMCA)으로 개정하면서 차량의 75%를 미국에서 생산하도록 했다. 이전 NAFTA에서 이 비율은 62%였다. 바이든 후보는 NAFTA 수준으로 원산지 규정을 되돌릴 의향이 있느냐는 미국 언론들의 질문에 어떤 입장도 내놓고 있지 않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