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 정부가 기술 자립을 재천명했다. 앞으로 5년간의 발전 계획을 밝히며 ‘과학기술 강국 건설’ 목표를 공식화했다. 미국의 압박과 견제에 맞서 중국 스스로 미래 핵심 기술을 개발·확보하겠다는 뜻으로 해석된다. 미·중 기술 패권 경쟁이 지금보다 더 복잡하고 치열하게 펼쳐질 것이란 전망이 나온다.
중국공산당 제19기 중앙위원회는 30일 베이징에서 전날 공개된 미래 발전 계획을 구체적으로 설명하는 기자회견을 열었다. 전날 중국공산당은 26일부터 나흘간 비공개로 열린 제5차 전체회의 (제19기 5중전회)를 폐막하며 발표한 공보에서 제14차 5개년(2021~2025년) 경제·사회 발전 계획의 핵심으로 국내 수요 확대를 중심으로 한 쌍순환(雙循環·dual circulation) 발전과 과학기술 자립자강을 제시했다.
왕지강 중국 과학기술부 부장(장관)은 기자회견에서 "빠르게 바뀌는 국제 환경에 대처하기 위해선 기술 자립이 핵심"이라며 "새로운 발전 단계 진입에 따른 새로운 발전 개념이 필요하다"고 했다. 왕 부장은 5개년 계획 문서의 일부를 기술에 할애한 것은 이번이 처음이라고 설명했다.
한원슈 중국공산당 중앙재경위원회 부위원장도 기자회견에서 "중국은 과학기술 자립을 통해 국가 발전을 전략적으로 뒷받침할 것"이라고 했다.
전날 공개된 제19기 5중전회 공보에는 2035년 핵심 목표 중 하나로 핵심 기술 실현이 포함됐다. 핵심 기술 부문에서 중대 돌파구를 마련해 혁신 국가의 선두에 선다는 것이다. 중국 지도부는 과학교육 흥국 전략 실행, 인재 강국 전략, 혁신 구동 발전 전략, 국가 혁신 체계 완성을 실행해 과학기술 강국 건설을 가속화하겠다고 했다. 또 국가 전략 과학기술 역량을 강화하고 기업 기술 혁신 능력을 향상하고 인재 혁신 활력을 높여 과학기술 혁신 체제 메커니즘을 완성할 것이라고 했다.
공보에는 어떤 과학기술 분야가 중점 육성될 것인지, 정부 지원은 어떻게 이뤄질지 등 구체적인 내용은 포함되지 않았다. 반도체·양자컴퓨터 등이 중국 정부가 집중적으로 키울 핵심 기술로 꼽힌다.
도널드 트럼프 미 대통령 정부는 중국 통신장비 기업 화웨이의 5G(5세대 이동통신) 사업을 밟아버리고 중국으로의 반도체 부품 수출을 막으면서 중국 기술 굴기(우뚝 서다)를 뒤엎으려 한다. 중국 정부로선 첨단기술 분야에서의 독자 기술 확보가 급한 상황이다.
중국 정부는 내수 위주 쌍순환(국내·국제 순환 발전)과 기술 자립이 대외 개방의 문을 닫을 것이란 일각의 관측을 일축했다. 중국으로의 외국 기업 진출과 투자를 계속 환영하며 시장 장벽도 낮아질 것이라고 했다.
왕 부장은 "기술 자립 추구는 중국이 세계에 대한 문을 닫는다는 의미는 아니다"라며 "기후 변화, 에너지 변화, 공공건강 분야에서 세계와 협력하고, 전 세계 과학기술 전문가의 연구를 지원하고, 중국의 법적 환경을 완성하고, 지식재산권 보호를 강화하며 중국 기술 혁신을 위해 더 우호적인 환경을 만들 것"이라고 했다.